“군사적 이용 안 된다더니”, 미 국방 기관에 AI 문 활짝 연 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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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동맹국 국방 기관에 활용 허용
중국 챗비트 개발 소식 발표 이틀 만
오픈소스 활용한 중국 AI 생태계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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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 메타가 미국의 국방 기관과 방산 업체들이 자사 인공지능(AI) 모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중국의 개발자들이 오픈소스 AI를 자국 군사 기술에 활용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른 데 따른 것으로, 시장에서는 메타가 공공부문에서 입지를 다져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 또한 짙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차세대 디지털 인프라로 안보·경제적 번영 지원”

4일(현지 시각) 메타는 성명을 내고 미국 국방 기관 및 관련 민간 업체들에 자사 AI 모델 라마(Llama)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메타가 발표한 업체 목록에는 록히드마틴과 레이도스 등 방산 업체들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오라클 등 미 국방 기관에 소프트웨어(SW)를 제공하는 경쟁 업체들도 대거 포함됐다. 또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파이브아이즈(미국 포함 5개국 간 기밀 정보 동맹체) 회원국 정부 기관과 계약 업체에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날 닉 크레그 메타 글로벌 담당 사장은 “우리는 미국이 지지하는 기업가 정신과 민주적 가치를 바탕으로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며 “우리 또한 차세대 디지털 인프라가 민주적 가치와 안전장치에 뿌리내리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의 안전, 안보, 경제적 번영을 지원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타가 자사의 AI 모델이 군사적으로 사용되는 데 공식적으로 허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메타는 지난해 2월 대규모 언어모델(LLM) 라마를 선보이며 학계를 대상으로 오픈소스 공개했다. 이어 7월에는 업그레이드된 모델을 선보이면서 기업 등 상용으로도 공개 대상을 확대했다. 하지만 이처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하면서도 “군사, 전쟁, 핵 관련 산업, 스파이 활동 등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제한 규정을 둬 왔다.

메타가 이례적으로 이같은 규정에 예외를 둔 배경에는 공공 부분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지난달 30일 3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의 “미국 정부 전반에 걸쳐 공공 부문에서 라마를 채택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당시 메타는 미국 정부에서 라마를 핵심 AI 모델로 사용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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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의 오픈소스 AI ‘라마’ 사용화면 예시/사진=메타

中 인민해방군 활용 앞둔 AI, 오픈소스 라마 활용해 개발

메타의 이번 결정은 중국이 오픈소스 라마를 활용해 군사용 AI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일 테크크런치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군사과학정보연구센터·국방기술혁신연구원·베이징공업대학·민족대학 공동 연구팀은 메타의 라마2에 약 10만 건의 군사대화 기록을 통합해 군사용 AI 모델 챗비트(ChatBIT)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라마의 오픈소르를 활용해 만든 챗비트를 인민해방군의 전략 기획, 시뮬레이션 훈련, 지휘 의사결정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중국이 오픈소스 LLM, 특히 메타의 LLM을 군사적 목적으로 연구 및 활용한 실질적 증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메타는 공식 입장을 통해 “중국의 라마 사용은 허가되지 않은 행위이며, 오용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라마가 오픈소스인 탓에 특정 연구자들의 활용을 저지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메타가 서둘러 미군과의 협력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타는 이번 미국 국방 기관과의 협력을 발표하며 “우리는 미국의 오픈소스 AI 모델이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의 모델을 능가하고 더 큰 성공을 거둠으로써 미국과 민주주의 세계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국가 안보 ‘빨간 불’, 미국은 예의주시

이런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인터넷에 공개된 각종 오픈소스 기술을 적극 활용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일일 활성 사용자 수가 3억7,600만 명에 달하는 콰이쇼우 사의 비디오 생성 AI 클링(Kling)과 알리바바의 생성형 AI 큐원(Qwen) 등은 미국의 선두 시스템에 버금가는 성능으로 주목받으며 중국의 오픈소스 AI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자국의 첨단 기술을 향한 중국 기업의 접근을 차단하고 나선 미국 정부의 견제를 보기 좋게 따돌린 모습이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오픈소스 AI 모델이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해 10월 AI 개발을 관리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AI 모델 내 안전장치 제거와 같은 상당한 보안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당시 존 서플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오픈소스 AI 모델에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경쟁국의 역량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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