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만 쌓인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 불어든 찬바람, 강동구는 ‘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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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고분양가 단지 위주로 미분양 매물 쌓여
서울 전역에서 매물 '옥석 가르기' 이어져
분양 시장과 함께 가라앉는 건설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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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미분양 주택이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대규모 신축 단지 공급이 쏟아지는 가운데, 고분양가 논란이 제기된 단지들을 중심으로 미분양 매물이 쌓인 결과다.

외면받는 강동구 분양 시장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9월 말 기준 서울 미분양 주택은 969가구였다. 서울 자치구 중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매물이 발생한 지역은 미분양 매물이 전년 동기(212가구) 대비 45.8% 증가한 강동구(309가구)로 확인됐다. 최근 강동구에서 분양이 이뤄진 ‘그란츠리버파크’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발생한 만큼, 현시점 강동구의 실제 미분양 주택은 309건보다 많을 가능성이 크다.

강동구는 소위 ‘준강남’으로 불릴 정도로 입지가 좋고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지만, 최근 신축단지들의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이유로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분양을 진행한 그란츠리버파크의 경우 한강변에 입지한 고급 브랜드 아파트임에도 불구, 고분양가로 인해 미분양이 발생했다. 해당 단지의 분양가는 평당 평균 5,299만원, 전용면적 84㎡ 기준 최고 19억4,900만원에 달한다. 인근 ‘래미안강동팰리스’(2017년 7월 입주) 전용 84㎡가 지난달 13억9,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5억원 이상 비싸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천호동 마에스트로는 전용 55㎡의 분양가가 최고 12억9,800만원으로 책정됐다. 비슷한 시기 인근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강동프레스티지원 전용 59㎡가 최고 9억8,380만원에 분양된 것과 비교하면 다소 비싼 가격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1만2,032가구 규모 분양 역시 강동구 미분양 매물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중개업계 관계자는 “강동구 내 수요자들의 이목은 대부분 둔촌동에 집중돼 있어 길동, 천호동 등 미분양 단지는 사실상 외면받는 추세”라며 “올림픽파크포레온 분양을 시작으로 강동구 내에 수많은 매물이 공급됐지만, 이들 단지와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시장의 주목도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입지 나쁘면 안 사” 수요자 눈높이 상승

주목할 만한 부분은 강동구 외에도 서울 각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 수요자들은 거주 편의성과 가격을 꼼꼼하게 따진다”며 “서울에 위치해 있고, 대형 시공사가 짓는 단지여도 입지가 나쁘거나 분양가가 비싸면 좀처럼 팔리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각지의 미분양 사례들을 살펴보면 이 같은 시장 상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일례로 동대문구 이문동에 위치한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지난해 10월 청약 일정을 진행했지만 1년 가까이 미분양 매물을 해소하지 못했다. 이 단지는 지하철 1호선 신이문역과 외대앞역이 가까운 1·2단지, 역에서 멀리 떨어진 3단지로 나뉜다. 미분양이 발생한 100여 가구는 모두 3단지에 몰려 있다. 테라스형 단지인 3단지는 분양가가 1·2단지에 비해 다소 높음에도 불구,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하고 1·2단지에 주로 배치된 커뮤니티 시설도 사실상 이용이 어려워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서대문구 홍은동 소재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는 지난 5월 청약 일정을 진행한 뒤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지 못해 4차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지난달 28일에는 5번째 임의공급 일정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단지가 장기간 잔여 물량을 해소하지 못한 원인으로는 교통 불편이 지목된다. 서대문 센트럴 아이파크는 지하철 3호선 홍제역과 2㎞ 가까이 떨어져 있어 도보로는 사실상 지하철 이용이 어렵다. 낙후된 단지 주변 환경, ‘북한산 두산위브’ 등 인근 단지 대비 높은 분양가 등도 물량 적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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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는 ‘신음’

분양 시장에 찬바람이 불어닥치며 건설업계 경기 역시 나란히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경제활동별 원계열 실질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건설업 국내총생산은 2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28조9,000억원) 대비 1조4,000억원 급감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에도 이 정도로 생산이 줄진 않았다”며 “2020년 당시에도 심각하다는 말이 많았는데, 최근 건설업계 상황은 당시보다 더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3분기 건설업 국내총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5,000억원 감소한 바 있다.

업계 체감 경기는 이미 얼어붙은 지 오래다. 한은 업종별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10월 건설업 업황실적 BSI는 4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아있던 2009년 8월(71)은 물론, 코로나19로 경제 위기가 본격화한 2020년 4월(5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건설착공면적이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심리가 매우 크게 얼어붙었다”며 “전반적으로 건설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자금 사정도 체감적으로 안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건설 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내수에 미치는 악영향도 날로 커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10월호’에서 내수가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단 판단을 11개월째 유지하고, 건설투자 부진이 향후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9월 공사 실적을 금액으로 환산한 건설기성(불변)은 0.1% 감소하며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토목(9.9%)에서 공사 실적이 개선됐으나, 건축(-3.7%) 부문의 부진이 이를 상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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