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풀린 그린벨트, ‘서리풀·대곡·오전왕곡·용현’에 5만 가구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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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서리풀 지구 등 신규택지 5만 호 푼다
전문가들 "단기 영향 제한적, 수요 분산도 한계"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총체적 망국병' 심화한단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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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서울 서초 서리풀 지구 등 수도권 4개 지역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5만 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공급한다. 이에 따라 인근 지역 개발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미니 신도시급 주거 배후지가 뒷받침되며 개발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린벨트 해제에 인근 지역까지 들썩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시, 경기도 등 지자체와 합동 브리핑을 열고 지난 ‘8·8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정부는 △서울 서초 서리풀지구(2만 가구) △고양대곡 역세권(9,400가구) △의왕 오전·왕곡(1만4,000가구) △의정부 용현(7,000가구) 등 서울 경계로부터 약 10㎞ 이내 4개 지역의 그린벨트를 풀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번 발표 지구들은 이미 훼손돼 환경적 보전 가치가 낮은 개발제한역과 공장·창고 등이 난립해 난개발이 발생 중이거나 우려되는 지역으로 계획적·체계적 개발이 필요한 곳”이라며 “수도권 집중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기존 도심과 연계해 자족 기능을 갖춘 통합생활권을 조성해 수도권 내 분산 다각화에 기여할 수 있는 성장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중 서초 서리풀지구는 이번 그린벨트 해제 발표의 핵심지역으로, 조성 택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특히 이 지역은 강남 생활권 공공주택 중심으로 개발되는데, 국토부는 2만 가구 중 1만1,000가구(55%)를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서리풀지구가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예정된 양재역 인근인 데다 경부고속도로 등과 가까워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와 함께 이 지역의 굵직한 개발 사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업은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이다. 이 사업은 하림그룹이 2016년 구입한 양재동 구 화물트럭터미널 용지에 최첨단 물류단지와 업무·판매·숙박·주거 기능이 혼합된 콤팩트시티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올 2월 서울시가 사업 계획안을 승인 고시한 뒤 현재는 서초구청 건축허가를 위한 심의가 진행 중이다.

개발 연면적은 147만5,000㎡에 달하며, 용적률 800%를 적용해 지하 8층~지상 58층 규모 복합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하엔 스마트 물류시설을 짓고, 지상엔 아파트(998가구), 오피스텔(972실), 호텔, 백화점, 상가 등을 건설한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는 내년에 착공해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의 첫 입주 목표를 2031년으로 잡고 있어 예정대로 진행 시 2030년경엔 이 일대가 크게 변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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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前 정부서 실패한 정책 반복”

다만 개발 과정에서의 환경파괴 논란은 풀어야 할 숙제다. 서울환경연합은 6일 논평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다며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궤변”이라며 “그린벨트는 개발 행위가 제한되는 녹지대로 도시를 감싸 도시의 난개발을 방지하고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국토를 미래 세대에 물려주기 위한 미래 자산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녕 미래 세대를 위한다면 실패한 정책임이 검증된 그린벨트 해제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되살리고 미래 세대가 생존할 수 있는 도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그린벨트를 보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으로 저출생과 인구 소멸 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출생아 수에 따른 인센티브식 정책으로 낮은 임금과 긴 노동시간, 경력 단절과 혐오 등의 다양한 원인이 초래한 저출생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린벨트 해제가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서울환경연합은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주택을 공급한다는 기조의 정책은 지난 정부들에서도 꾸준히 추진된 바 있다”며 “때로는 국민임대주택으로, 때로는 보금자리주택으로 이름만 바꿔가며 비슷한 정책들을 추진해 왔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공기업 땅 장사와 건설사 집 장사로 귀결돼 서민들의 주거 불안은 심화됐고 도시의 지속 가능성은 훼손됐다”고 했다. 이어 “2019년 말을 기점으로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를 초과한 상황에서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신규 택지를 개발하겠다는 것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총체적 망국병을 더욱 심화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균형발전 역행이자 ‘서울공화국’ 조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책 효과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한 분위기다. 정부는 수요가 많은 서울 및 수도권지역 내 공급을 통해 집값 상승을 억제하고 가격 안정화를 꾀하기 위함이라는 입장이지만 본격 입주까지 10년 안팎 걸리는 만큼 장가격 안정화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린벨트 해제가 지방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단기적인 집값 안정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수도권 과밀을 부추겨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우려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8·8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은 수도권 초집중과 지방소멸만 부추긴다”며 “이미 수도권에 GTX 6개 노선 발표에 이어 대규모 주택공급까지 이뤄지면, 비수도권과 주택가격 양극화도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출생률 저하와 인구감소를 조장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그린벨트 해제는 정부가 지방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 주택 걱정을 덜겠다는 취지라곤 하지만, 서울시의 재건축·재정비 촉진에 덧붙여 그린벨트까지 풀며 아파트를 대량으로 추가 공급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청년 인구가 떠나 몸살을 앓고 있는 비수도권 지역의 이탈만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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