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인 일자리 사업 ① 매표행위인가 잘 설계된 복지정책인가

노인 일자리 사업, 성과 측면에선 낙제점 일자리 정책 아닌 복지정책으로 바라봐야 與 매표 행위 주장에 野 ‘패륜’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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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단기 일자리만 양산했고 실질적인 고용효과는 미미하다는 비판을 받은 문재인 정부의 ‘직접일자리사업’에 들어간 재정은 5년간 총 15조원에 달한다. 이에 ‘매표 행위’라는 비판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는 직업훈련사업에 써야 할 돈을 엉뚱한 데 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노인 일자리 사업이 경제정책이라기보다는 인구감소로 인해 소멸 위기에 있는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의 생존을 위한 지원 차원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노인 일자리 사업, 실질적 매표 행위라는 지적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29일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직접일자리사업에 참여한 사람의 수는 436만 명으로, 그중 65세 이상 비중은 77.2%를 차지한다. 예산이 도합 15조 486억원이 쓰였으며 연평균 3조원 이상의 규모였기에 박근혜 정부보다 20% 이상 증액된 수치다. 노인들의 단기 알바성 일감만 양산하는 결과를 낳았던 탓에 민간 고용시장 활성화에는 일체의 도움이 안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직접일자리사업의 고용유지율은 37.8%로 전년도보다 13.5%포인트 하락했다. 취업 6개월 후에도 일자리를 유지한 사람이 10명 중 4명도 채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의 ‘2021 일자리사업 성과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직접일자리사업 38개 중 21개가 낙제등급을 맞기도 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실질적인 매표(買票)행위였기 때문이다. 한 달에 30시간 이상 일하고 27만원을 수령하는 것은 그 대가로 노동을 요구할 뿐 재난지원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일축해오다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경기도민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하자 이낙연·정세균 등 다른 대권주자들이 ‘포퓰리즘’, ‘매표 행위’ 등의 비난을 쏟아붓기도 했다. 재난지원금이 매표 행위임을 부정해오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 인정한 것인데, 실질이 그와 똑같은 노인 일자리에 대해서도 그 속내는 비슷할 것이다.

사진=유토이미지

특기할 점은 노인 일자리 사업이 그 본질에 있어 일자리 정책이 아니라 복지 정책이기 때문에 나름의 순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병원 이용 횟수가 줄고, 우울증도 대폭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적 노동과 공공서비스에 참여하는 것으로 삶의 활력을 얻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사교 활동에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우울을 해소하는 것이다. 실제로 가난한 여성 노인들의 경우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서 평상시라면 접점이 크게 없는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을 만나 여러 가지 사교 활동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지방 교부금 역할을 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

또한 노인 일자리 사업은 인구 감소로 인해 소멸 위기에 있는 비수도권의 낙후된 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교부금 역할을 수행한다. 청년들이 많이 떠나버린 지방 도시의 경우 신산업이 제대로 성장하기도 힘들고 농촌도 아니라면 노인들이 일자리를 구할 곳이 마땅치 않은데 노인들이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일정 부분의 현금을 지급받는다는 것은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사업의 혜택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 되어 사실상 낙후된 비수도권 지역에 대한 지원의 성격을 갖는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노인 일자리 예산 삭감을 두고 ‘패륜’ 등의 단어를 써가며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는 데에는 노인 일자리 정책이 나름의 타당성을 가진 것이기 때문이다. 소일거리로나마 근로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원천이 사라지면 저소득 노인들에게는 굉장히 큰 타격이 갈 수밖에 없고, 이는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지 일자리 차원의 접근은 아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사회복지의 하나로 간주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정부여당이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해 완전히 ‘포퓰리즘’ 딱지를 붙이며 이를 공격하거나, 예산을 칼같이 삭감하는 행태는 재고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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