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소비자물가지수 두 달 연속 둔화세, 아직 안심은 이르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 전년동월 대비 5.6% 상승 OPEC+ 결정에 따른 유가 변동이 큰 변수 물가지수 5%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미지수
통계청은 지난 5일, 9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지수는 108.93으로 전월 대비 0.3% 상승했으며, 전년동월 대비 5.6%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구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평균적인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수로 매월 초 통계청이 발표한다. 지수 기준연도는 2020년으로 총 458개의 품목을 서울, 부산 등 40개 지역에서 조사한다.
이번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에 비해 공업제품, 서비스류는 하락했지만 전기·가스·수도, 농축수산물 등은 상승해 전체 0.3%가 상승한 것이며 전년동월비는 공업제품, 서비스, 농축수산물, 전기·가스·수도가 모두 상승하여 전체 5.6%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수 종류로는 △농산물석유류제외지수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 △생활물가지수 △신선식품지수 △지출목적별분류지수 △품목성질별지수 △자가주거비포함지수 등이 있다. 이는 정기적으로 개편이 되는데, 대표품목과 가중치를 기준연도 구조로 고정시켜 작성하기 때문에 비교 시점이 멀어질수록 현실반영도에 한계가 생겨 이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농산물석유류제외지수는 전월 대비 0.3%, 전년동월 대비 4.5% 각각 상승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농산물의 경우 곡물은 하락했으나 채소나 과실 등의 가격은 올라 총 8.7% 상승하였으며, 축산물은 돼지고기나 수입 쇠고기, 닭고기를 중심으로 3.2%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6%, 전년동월 대비 6.5% 각각 상승했다. 식품류는 전월 대비 1.0%, 식품 이외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신선식품지수는 전월 대비 2.8%, 전년동월 대비 12.8% 각각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신선어개는 전월 대비 1.9%, 신선채소는 전월 대비 9.4% 각각 상승했으며, 신선과실은 전월 대비 4.4% 하락했다.
물가지수 상승 폭, 제주도 가장 높아
지역별 소비자물가 동향으로는 제주도가 0.5% 상승으로 가장 높았으며 그 외 대구와 인천 등이 0.4%, 서울과 경기 등이 0.3%로 뒤를 이었다.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두 달째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에서 왜 10월을 물가 정점 시기라고 예측했었는지, 고공 행진하던 물가가 드디어 잡혀가는 것인지 질문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10월 물가 정점론에 대해 통계청 발 자료가 아니라 할 말이 없다”며 “이번 물가 상승세 완화에 주된 기여는 유가 오름세 둔화에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강세로 인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배럴당 125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던 유가가 현재는 85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OPEC+, 석유 생산량 하루 100만 배럴 이상 감산할 수도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5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세계 최대 산유국들이 속해 있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인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감산을 결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로이터 통신은 “이번 감산 규모가 100만 배럴을 넘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우디에서 100만 배럴에 더해 일방적인 추가 감산을 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만일 감산이 현실화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공급량의 1%를 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 대학교 중동연구소 방문 교수 아델 하메지아는 “유가 하락이 저지될 수 있지만 외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유가 수요가 위축되며서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한 일부 국가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위험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 물가지수도 유가 오름세가 다시 정상궤도를 밟는다면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6%대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앞으로 물가지수가 5%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현재 상황이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이어 “환율 급등세는 여전히 잡히지 않고, 전기세와 도시가스 요금이 어떻게 오를지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만일 OPEC+ 감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석유류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한다면 지수 하락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