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김문수, 김일성주의자, 핵보유, 그리고 여당의 정책 프레임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문재인 전 대통령 ‘김일성주의자’ 발언 김 위원장 강경 발언, 여론 지지도 올려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있어 김 위원장, 논란 많으나 장관급 직위 수행할 만한 경력 보유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임명 첫날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해 ‘김일성주의자’,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더 긴 형을 살아야 한다’ 등의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막말이 도를 넘었다는 반응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1일 핵무기 보유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발언을 내놓았고, 12일에는 정부에서 미국에 공식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대표 후보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나경원 전 의원은 김문수 위원장 발언이 본인 소신이라며 치켜세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나 전 의원의 경쟁자로 부상한 윤상현 의원도 2019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시절에 요청했던 내용을 다시 강조하며 핵무기 보유와 한반도 비핵화 합의가 공존할 수 있는 타협안을 언급한 바 있다.
尹 대통령의 자유와 반지성주의, 매카시즘인가? 고도의 정치적 전략인가?
핵 보유와 김일성주의자 발언이 언론을 오르내리며 윤석열 정부 초기 발목을 잡던 이른바 ‘이준석’ 이슈가 빅데이터 여론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퇴진이 확정된 가운데 이준석 전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간의 분쟁이 격화되는 인상에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등을 돌렸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전형적인 우파 발언이 연일 쏟아져나오며 여론의 중심축이 완전히 이동한 상태다. 김문수 위원장의 발언이 “평소에는 지나치다고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을 법하나, 심지어 나경원 의원까지 나서서 쉴드(변호)해주는 거 봐라.”는 국민의힘 관계자의 발언에서 볼 수 있듯, 전체적인 사회 여론 프레임을 우파의 국방·외교 정책으로 바꾸려는 하나의 시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용산 대통령실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여권 실세로 알려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김문수 위원장의 강경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내보였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으나, “당장은 김 위원장 덕분에 여론 지지도가 올라갈 상황”이라며 사실상 강경 발언을 부추기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14일 도어스테핑에서 김문수 위원장의 막말 논란에 대한 질문에 “노동 현장을 잘 아는 분”이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며 “사실상 정권 전체가 나서서 김 위원장을 쉴드(변호) 쳐 주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김문수 위원장, 우파에게 이용당하고 버려질까?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민주당과 강한 적대 관계가 형성되며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상승하고 있는 만큼 조기 낙마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오히려 조기 낙마시킬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제고에 이용당하고 버려졌다며 여론이 더 악화하고, 향후 윤 대통령을 위해 강경 발언을 해 줄 지원자를 잃는 것이라는 것이 국민의힘 관계자가 귀띔한 당내 분위기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4년 경기도지사 연임을 끝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2011년 경기도 내 관할 소방서 담당자가 관등성명을 대는 것을 깜빡한 행동을 지적하다 갑질 논란을 빚은 이래 친서민적인 이미지가 망가지며 정치적인 생명이 사실상 끝났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선이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다 낙선했고,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역시 낙선하기도 했다.
이번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임명은 9월 임명 하마평이 나올 때만 해도 김문수 위원장의 과거 노동 운동 경력을 적절히 안배한 임명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70대 고령에 정치적인 입지는 좁아졌지만, 그간 우파 행동에 앞장서는 재야운동가로 꾸준한 활동을 해왔던데다, 도지사 및 국회의원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라는 장관급 직위를 수행하는 데 무리 없으리라는 정가의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막말 논란으로 적절한 임명이었나에 대한 의문이 여권 내부에서도 커진 상태다. 이미 한국노총은 김 위원장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냈고,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했다. 재계와 노동계의 타협을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대화 기구인데 노동계가 불참을 선언할 경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향후 직위를 무사히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은 상태에서, 김문수 카드를 윤석열 대통령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문창극 전 총리 후보를 비롯해 수많은 인선이 낙마할 때마다 단 한 번도 후보자를 지원한 적이 없다. 아직 김문수 위원장은 이른바 ‘윤핵관’들에게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