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협 비행·포병사격·미사일 발사까지, “9.19 합의 위반”

14일, 북한 비행금지구역까지 위협 비행, 단거리 미사일 발사 5년 만 정부 대북 독자 제재 발동 국제사회 관심도에서 멀어진 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 기회로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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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본사DB

14일 합참에 따르면 약 10대가량의 북한 군용기가 서·동부지역의 비행금지구역 북방 5~7㎞까지 위협 비행하고, 동해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군 당국은 군사합의 위반 사실을 고지하며 북한에 엄중한 경고와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서·동부 내륙지역의 비행금지구역은 우리 군이 유사시를 대비해 북한 상공에 설정한 전술조치선(TAL) 이남까지이다. 이번 도발은 지난 2018년 9월 군사합의 채택 이후 처음 있는 일로 해당 합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고 전해졌다.

탄도미사일의 경우 이날 오전 1시49분경 북한 평양 순안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했으며 비행거리는 700여㎞, 고도는 50여㎞, 속도는 약 마하 6(음속 6배)으로 탐지됐다. 일본 정부는 이 미사일이 약 650㎞를 비행했으며 최고 고도 50㎞라고 초기 분석했다. 그뿐만 아니라 서·동해 완충구역 내에서 낙탄한 북한군 포병사격도 포착했다. 포병 사격은 이날 오전 1시 20분경부터 약 5분간 황해도 마장동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130여 발, 오전 2시57분경부터 10분간 강원도 구읍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40여 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북 도발에 합참 기동 대응·엄중 경고 시행

우리 군은 북한 군용기의 비행에 상응한 비례적 대응 기동을 실시했으며, 공군이 F-35A를 포함한 우세한 공중전력을 긴급 출격시키기도 했다. “추가로 후속 지원전력과 방공포대 전력을 통해 만반의 대응 태세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우리 영해에 관측된 낙탄은 없다고 평가했지만, “동·서해 해상완충구역 내 포병사격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전했다. 이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로서 이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정부에서는 북한의 전술핵 위협 노골화 등에 대응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대북 제재 회피에 기여한 북한 인사 15명과 기관 16곳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하겠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에서 대북 독자 제재 조치에 나선 것은 약 5년 만으로 대상으로 지정되면 정부의 사전 허가 없이 한국 측과 외환거래 또는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진다. 허가받지 않고 거래하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15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인 제2자연과학원과 연봉무역총회사 소속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과 관련 물자의 대북 반입 등에 관여했다. 구체적으로는 제2자연과학원 선양 대표 강철 학과 부대표 김성훈, 제2자연과학원 다롄 부대표 변광철, 제2자연과학원 산하기관 구성원 정영남, 연봉무역총회사 단동대표부 정만복 및 연봉무역총회사 소속 인사 등이다. 기관으로는 WMD 연구개발 및 물자 조달에 관여한 로케트공업부, 합장강무역회사, 조선승리산무역회사, 운천무역회사, 로은산무역회사, 고려항공무역회사와 북한 노동자를 송출한 젠코(GENCO·대외건설지도국 산하 건설회사), 선박·광물·원유 등 밀수에 관여한 국가해사감독국, 육해운성, 원유공업국과 제재 선박을 운영한 화성선박회사, 구룡선박회사, 금은산선박회사, 해양산업무역 등이다.

한미 군사 동맹 굳건·방위 약속 재확인했지만, 대응은 전과 다르지 않아

북한의 도발에 한미 군사 동맹이 굳건하다는 것도 재확인했다. 김승겸 합참의장은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군사령관과 북한의 도발에 대한 공조 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연이은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도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오늘 새벽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을 보고받고 정보 수집과 분석에 전력을 기울일 것을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성명문을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를 인지하고 있다”며 “미국 영토와 국민, 동맹에 대한 즉각적 위협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안보를 무너뜨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감시를 이어가겠다고 말해 추가 도발 가능성 역시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였다. 한국, 일본에 대한 방위 약속은 철통같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북한 군용기들이 탄도미사일 발사 직전 전술조치선 이남까지 위협 비행에 나선 데 대한 질의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들의 반응은 그간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을 할 때마다 밝혀온 것과 대동소이하다는 일부 지적도 있었다.

북한, 한국에 책임 전가 “선 타격 있었기에 대응한 것일 뿐”

미사일 도발 직후인 오전 2시17분경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심야 도발의 책임을 외려 남측으로 돌렸다. 조선중앙통신은 “전선 적정에 의하면 10월 13일 아군 제5군단 전방 지역에서 남조선군은 무려 10여 시간에 걸쳐 포사격을 감행했다”고 말하며 “우리는 남조선군부가 전선 지역에서 감행한 도발적 행동을 엄중시하면서 강력한 대응군사행동조치를 취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12일 평남 개천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전술핵운용부대의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 24차례, 순항미사일을 3차례 발사한 것이 언론에 공개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발사만 13번째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7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이 발사가 ‘전술핵운용부대 훈련’이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도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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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건해지는 한미일 동맹에 자구책 쓴 북한, 국제사회 비난 커져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에는 도발을 중지하고 주민의 민생과 권리부터 보호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하원 중진의원인 크리스 스미스 의원은 북한의 무기 개발이 오히려 정권의 나약함을 방증한다고 지적했으며, 유엔 인권 기구와 국제앰네스티 역시 북한에게 국제규약을 이행하라며 민생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BBC 코리아 측은 한반도 정세가 북한에게 전략적으로 매우 불리한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 강화 및 한미일 삼각 공조가 대두되면서 한국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급변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 인플레이션 상황이나 중간선거 등의 이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신경 쓰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큰 관심이 없는 상태이다. 중국도 경제난과 코로나 팬데믹,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준비와 시진핑 3연임에 집중하느라 북한을 등한시하는 상황이다.

한국국방연구원 출신 김진무 숙명여대 교수는 지금 상황이 북한 입장에서매우 불안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계속되는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난과 경제난, 코로나는 물론 이제 독감 등 전염병까지 창궐하면서 내부 민심이 크게 흔들릴 때 잇따른 미사일 발사는 정권 생존을 위한 나름의 자구책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도발에 전술핵 재배치 등 그간 평화무드를 유지해왔던 북핵 대응 방안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견해차가 커지고 있다. 이번 도발을 통해 북한은 핵포기 의사가 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도어스테핑을 통해 선제타격 가능성은 일축했지만, 그동안 강조해왔던 ‘담대한 구상’이 무엇인지 이제 그 윤곽을 드러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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