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학력 전수평가 사실상 재가동 “교육 사각지대 해결하겠다”

‘심심한 사과’가 쏘아 올린 문해력 논란에 칼 빼든 정부 尹, “기초학력은 자유 시민에게 반드시 필요” 현실은 사교육이 공교육 앞서, 해결 방안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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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5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사진=KTV 뉴스 화면 캡처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 하지만 천고마비의 ‘말’이 무엇인지 모르는 학생들은 부지기수다. 최근 불거졌던 ‘심심한 사과’ 논쟁이나, 사흘을 4일이라고 착각하는 등의 오해를 통해 젊은 세대의 어휘력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자명한 듯 보인다. 이에 정부에서는 국가가 기초학력의 안전망을 보장한다는 목적 아래 학력 전수평가의 부활을 꺼내 들었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평가로 확대하고, 결과를 공시하며 ‘일제고사’ 등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문재인 정부 들어 표집평가로 전환되며 폐지되었다가 최근 ‘수포자(수학 포기자)’ 등의 말이 유행할 만큼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변모했다. 때문에 학력 전수평가 부활이 지난 대선의 교육 분야 화두가 된 바 있다.

교육부, 전수평가 부활 예고

교육부는 11일 국무회의를 통해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보고했다. 이는 올해 시행된 기초학력보장법에 따른 것으로 국가가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해야 한다는 법적 책임을 담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되었다. 사실상 학력 전수평가의 부활이다.

이에 정부는 기존 ‘기초학력 진단-보정 시스템'(이하 보정시스템)과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이하 자율평가)의 응시 대상을 연차적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자율평가의 경우 컴퓨터 기반 평가 방식으로 실시되며 원하는 학교에서 학급 단위로 실시하게 된다. 올해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이 그 대상이며,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보정시스템은 평가받은 학생이 기초학력에 도달했는지 여부만 진단하는 것으로 자율평가 결과와 결합했을 때 학생 개개인의 기초학력 미달 수준을 보다 정밀하게 가릴 수 있다고 공언했다. 법에 따라 모든 학교는 이런 진단도구를 활용해 원칙적으로 새 학년이 시작한 뒤 2개월 안에 미달 학생인 ‘학습지원대상학생’을 선정해야 한다.진단검사 실시에 필요한 세부 사항은 해당 지역 교육감이 정하지만 원칙적으로 지역별로 진단평가 방식이나 계획에 차이를 둘 수는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의 사각지대가 있던 부분을 없애 학생에 맞춰 학교가 교육을 지원할 것”이라며 “되도록 모든 학교가 기초학력을 진단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학교장 재량이지만 사실상 의무인 셈이다. 다만 현재 시행 중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국가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를 전수평가로 전환한다는 내용은 아직 발표된 바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尹 대통령, 아이들 교육 방치하지 않을 것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지난해(2021년) 고등학생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수학, 영어 수준이 미달하는 학생이 2017년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고 말하며 “기초학력은 우리 아이들이 자유시민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권에서 ‘줄 세우기’라는 비판 때문에 학력 전수평가를 폐지한 것을 두고도 “비판 뒤에 숨은 채 아이들의 교육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어두워질 것”이라고 일갈했다. 

기초학력 평가를 통해 학생들 개개인의 수준을 파악하고, 교육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정부의 판단은 긍정적이다. 독서량이 확연히 줄어들어 당연한 말조차 인터넷 검색을 통해 조사하고, 10대・20대들만 공유하는 밈(재밌는 말과 행동을 온라인상에서 모방하거나 재가공한 콘텐츠들을 통칭하여 부르는 용어) 없이는 대화할 수 없는 상황이 오히려 세대 간의 분리를 더 촉진시키는 듯하다.

하지만 과거 개인의 사생활 침해, 학력 줄 세우기, 위화감 조장 등의 비판을 받았던 만큼, 이를 해결할 요소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교육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공언했지만, 사교육이 공교육을 앞서고 있는 지금, 민관 협력 차원에서의 정책적 해결 방안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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