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나흘째, 이재명·김건희 수사 중립성 등 與野 공방 이어질 듯
성남 FC 의혹 이재명·김건희 무혐의 처분 두고 ‘격돌’할 듯 文 정부 탈북어민 북송 사건 관련 통일부 입장 번복에 시선 집중 기준금리 빅스텝·농협 횡령·탈원전 정책 등도 주요 쟁점
국정감사 나흘째인 7일 국회는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교육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방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에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행안위, 신당역 사건·與野 수사 중립성 등 쟁점
행안위는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한다. 최근 사기 및 마약사범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악성 사기와 마약 척결에 대한 경찰의 수사 능력을 입증할 시험대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경찰국장 밀정 의혹도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에 대해선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경찰을 비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달 20일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불법촬영과 스토킹을 자행한 전주환이 살인까지 저지른 건 2차 고소장 접수 이후에도 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경찰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검찰의 수사 범위를 다시 넓힌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귀) 시행령에 대한 논쟁은 이날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검수원복은 법률의 위임 범위를 이탈하는 것으로서 위헌이자 위법”이라며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와 김건희 여사 무혐의 처분을 두고 여야 정치인 수사 중립성 공방도 일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경찰의 이 대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에 대한 기소 의견 송치, 이 대표 장남에 대한 소환조사 등 전방위적 수사에 반발했던 바 있다. 허위 경력 의혹을 받는 김 여사를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한 데 대해서도 공방이 예상된다. 아울러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보도한 MBC를 상대로 수사에 나선 것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탈북어민 북송 조치 두고 ‘격돌’ 전망
외통위는 통일부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사무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남북교류협력지원회를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한다. 통일부에 대해선 ‘북한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두고 공방이 벌어질 예정이다. 특히 검찰에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 관계자를 연이어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해당 사건에 대한 여야의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가 문재인 전임 정부 시절 이뤄졌던 탈북어민의 북송 조치가 잘못됐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북송 당시 사진을 공개한 만큼, 이번 국정감사에선 이 조치의 적절성과 통일부의 입장 번복을 둘러싸고 여야의 격렬한 충돌이 예상된다.
기재위는 한은 국감, 예견대로 ‘빅스텝’ 단행될까
기재위는 한국은행을 대상으로 국정감사에 나선다. 최근 한국은행이 환율 급등을 방어하기 위해 197억 달러를 시중에 매도하면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있어 적잖은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시장에서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에 대한 요구가 있는 만큼 이날 한국은행 측이 내놓을 입장이 주목된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질의도 오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8일 기준금리를 2.50%로 올렸던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거세게 끌어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이 앞으로도 두 차례의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文 정부 탈원전 vs 尹 정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과방위는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한국원자력안전재단, 한국수력원자력 등 5개 기관에 대해 국감을 진행한다. 과방위에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윤석열 정부의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개정 등을 두고 여야의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해선 월성원전 삼중수소 누출 사건 및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예산 삭감 등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단이 매우 부실한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 누출 사고에 대한 즉각적 조치를 하지 않고 쉬쉬했다는 점 등에 강한 비판이 쏟아질 예정이다.
농협 거액 횡령·개인정보 유출 주요 쟁점될 듯
농해수위는 농업협동조합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 등에 대한 국감을 진행한다.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직원들의 횡령과 부적격 자금대출, 개인정보유출 등이다. 농협중앙회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전국 농·축협에서만 총 38건, 289억원의 임직원 횡령이 발생했다.
특히 올해 수십억대의 대형 횡령 사고가 잇따르면서 임직원의 기강 해이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017년 이후 발생한 횡령 금액이 총 519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올해에만 전체 액수의 절반 이상의 횡령이 발생했다.
고객정보 무단 유출도 심각한 사안이다.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부터 최근까지 농·축협 임직원의 개인정보 무단 조회로 피해를 본 개인은 4,354명에 달하는 반면, 신고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지난 2019년 12월부터 농협중앙회가 개인정보용 방지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는 만큼, 그 실효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BTS 병역 문제·예보 정확성·마약류 오남용 등도 쟁점
국방위에서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병무청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특히 병무청을 대상으로는 청춘디딤돌 병역진로설계사업 확대 및 입영 판정 검사의 점진적 확대에 대한 질의가 오갈 전망이며, BTS 병역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노위는 청과 국립기상과학원, 수치모델링센터 등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한다. 지난여름 하루 강수량이 400㎜가 넘는 물 폭탄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초강력 가을 태풍이 북상하는 등 기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예보 정확성에 대한 집중적 질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복지위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등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대상으로 마약류 오남용 대책 및 임신중절약 허가 방안에 대한 질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위는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인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한국장학재단, 한국사학진흥재단 등 13개 기관에 대해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이날 교육위 국정감사에선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사실상의 청문회가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위원장은 과거 국정교과서를 주도한 전력이 있어 이념 편향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무위는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다. 공정위를 대상으로 ‘납품단가연동제’ 법제화 논의와 ‘대형마트 온라인 영업규제 개선’ 등을 주요 쟁점으로 감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 밖에 문체위와 산자중기위는 국정감사 현장 시찰에 나설 예정이다.
전·현 정부 흠집내기에만 몰두한 국감
지난 5일 진행된 각 상임위 국정감사는 전·현 정부 흠집내기식 공방이 줄을 이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만큼, 국민의힘 측에선 전임 정부의 실책 및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형사사건을 부각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각종 발언을 문제 삼으며 거듭 반격했고, 일부 의원 간엔 감정싸움까지 벌어졌다. 가히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국정감사 자리였다. 국민들은 “가만있어라”, “너나 가만있어라” 같은 유치한 감정싸움 따위를 보고 싶은 게 아니다. 정치의 근본은 정치인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터, 국민의 눈이 국정감사를 지켜보고 있음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