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노인 일자리 사업 ② 공공 일자리, 노인 행복도 높인다
정부, 공공형 일자리 대신 시장형 노인 일자리 확대 계획 진입장벽 없는 공공일자리, 복지정책이냐는 비판도 수요 조사로 일자리가 필요한 노인에겐 공공형 근로 제공해야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에 따르면 근 5년간 15조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공공형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이 대폭 축소된다. 이에 정부는 “민간형과 사회서비스형을 늘릴 것”이라며 “총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 그것이 ‘일자리 정책’의 일환이라면 정부의 방향성이 맞겠지만 ‘복지 정책’의 일환이라면 공공형 노인 일자리가 노인들의 정서적·신체적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기존 사업의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 사업, 실질은 현금 살포성 복지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공공형 일자리의 경우, 월 30시간 정도 근무하고 월 27만원을 수령한다. 이를 두고 사실상 현금 살포성 복지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의 대부분이 골목 청소와 같이 난이도가 낮고 쉬운 업무라는 게 이유다. 반면 민간형이나 사회서비스형의 경우 월 60시간 근로에 60만원 정도를 지급한다. 이는경제적 부가가치를 일부 생산하는 실질적인 일자리에 가까운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진입 장벽이다. 보행 능력이나 의사소통 능력 정도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공공형과, 일부 사무역량이나 자격증, 경력이 있어야 하는 시장형이나 공공서비스형은 말만 똑같은 노인 일자리이지 실질은 굉장히 다른 성질의 것이다. 실제로 75세 이상의 초고령·저학력 노인의 경우 시장형 일자리는 애초에 노릴 수가 없고, 공공형 일자리만 지원할 수 있다. 즉, 공공형 일자리는 일종의 복지정책이고 시장형·공공서비스형 일자리는 복지정책이면서 일자리 정책의 성격을 띈다.
활동이론 “사회활동 지속하는 노인 더 행복해”
실제로 많은 노인이 공공형 일자리 수행 과정에서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을 만나고 교류하면서 삶의 활력을 얻는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Havighurst가 개발한 ‘활동 이론’에 따르면 노인이라도 여력이 남아 있는 한 사회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또 인간이 나이가 들어 사회적인 역할을 상실하게 되면 사회적 상호작용이 줄어들어 심리적으로 위축된 변화가 오는데, 이러한 노년기에 사회활동의 참여 정도가 증가하면 노인의 심리적 만족감과 삶의 질 또한 높아진다고 분석한다.
선지원(2002)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 참여 노인의 심리적 안녕감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노인 일자리 사업의 급여가 높을수록 노인의 심리적 안녕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참여 시간이 길어질수록 노인의 만족도는 증가하지만 그 규모에 있어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월 60시간가량 근무하는 시장형 노인 일자리 사업보다는, 30시간가량 근무하는 공공형 일자리 사업이 노인 행복 증진에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공공형 일자리와 시장형·공공서비스형 노인 일자리 간의 균형을 맞추려면, 노인 인구집단에 대한 분석을 통해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복지란 결국 공공의 복리를 증진하는 것에 그 목적이 존재하는 것이다. 노인들의 주관적인 안녕감을 증진시키는 복지정책의 차원에서 공공형 노인 일자리에 접근해야 하는 만큼, 현재 예산이 대폭 삭감된 현 정부의 예산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 이전에 다시 한번 검토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