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계열사 우대 규제 필요? 역차별 규제될지도
온플넷, 빅테크 플랫폼 기업 독점과 불공정거래 빈번 주장 현행법, 무료 서비스는 독과점 여부 파악 어려워 검색 서비스 규제하더라도 부작용 다수 우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전국 네트워크(‘온플넷’)은 지난 6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자율규제’를 빌미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온플법’) 추진을 보류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공약집에서부터 플랫폼에 대해 ‘자율 규제를 원칙으로 필요시 최소 규제’를 밝혀왔고 온플법 입법을 주도하던 공정거래위원회와 정부부처들은 윤 대통령 취임 시점부터 사실상 온플법을 포기하는 메시지를 내왔다. 당시 온플넷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독점 및 불공정 거래행위가 코로나-19로 심화하여 시장지배적 지위나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각종 불공정거래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플넷은 중소상인 및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소비자는 관련 법의 미비로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그 피해를 감내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도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을 막는 규제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조속한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거위, 플랫폼 심사지침 제정 속도 내고 있어
18일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 제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연내 시행을 목표로 마련 중인 플랫폼 심사지침은 플랫폼의 특성에 맞게 독과점 지위 판단 기준과 금지 행위 유형을 구체화한 일종의 공정거래법 해설서다. 새로운 규제를 신설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행위는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명확한 법 집행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회색 지대를 줄이고 제재 기반을 닦는 효과가 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지침 제정안을 행정 예고한 뒤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보완 작업을 진행해왔는데, 카카오 먹통 사태로 플랫폼 독과점 규제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주목받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독과점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특성을 반영해 법 집행 기준을 어떻게 손볼지 검토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지침을 통해 독과점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플랫폼에 특화된 심사지침을 만드는 이유는 지침은 전통산업을 토대로 만들어진 현행 규정이 플랫폼의 다면적 특성과 쏠림 효과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인 사업자 등을 시장 지배적(독과점) 사업자로 추정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가격·출고량을 조절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시장진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그러나 카카오톡과 같은 서비스는 무료여서 시장점유율 등 전통적인 지표로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시장점유율 외에 진입장벽의 존재 및 정도,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돼 있으나 무엇을 진입장벽으로 볼 것인지, 서비스 다양성과 품질 하락, 혁신 저해 등도 경쟁 제한 효과로 볼 것인지 등에 법적 해석의 여지가 열려 있다는 단점이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경쟁법 전문가들, “온라인 플랫폼 자사 우대는 허상”
지난 21일 서울대학교 경쟁법센터는 ‘공정거래법상 다면플랫폼의 자사우대’란 주제의 세미나를 개최했다. 패널로 참석한 주진열 부산대 교수, 윤신승 전남대 교수 등은 ‘자사우대’라는 개념이 해외에서도 명확히 확립되지 않은 개념이라며 온플법이 자칫 주먹구구식 법이 될지도 모른다는 지적을 내놨다.
주진열 부산대 교수는 “경쟁법 차원에선 ‘자사우대’란 용어 자체가 없으며 이것이 위법이라는 원칙도 없다”며 “자사우대는 최근에 만들어진 신조어로 유럽은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GAFA)을 대체할 토종 거대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차원에서 쓰이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은 미국 기업이라 문제 삼는 것이지 플랫폼 기업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닌 만큼 이 규제가 국내 온라인 기업으로 확대되면 논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신승 전남대 교수도 “미국은 ‘자사우대(Self-preferencing)’가 아닌 ‘디자인 변경'(Design changes)’이라고 표현 하고 있는데 이는 경쟁에서 배제하기 위한 행위가 아닌 성과 경쟁의 부산물로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자사우대’가 널리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독일 슈퍼마켓 기업 알디(Aldi)가 대표적인 예다. 알디는 독일에서 2020년 310억유로(43조원)의 매출을 낸 독일의 대표 슈퍼마켓 체인이다. 주 교수는 “알디도 자체 PB상품 비중을 늘리면서 눈에 잘 띄게 진열해 팔고 있으며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전진 배치하고 있지만, 전혀 논란이 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검색 알고리즘, 서비스 지원일까? 강제 판매책일까?
세미나 중에는 자사 우대 논란의 핵심 요소로 뽑히는 플랫폼의 ‘검색 알고리즘’은 일률 규제 시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온라인 플랫폼의 검색 서비스 규제로 획일적인 검색 결과와 함께 시장진입 장벽이 발생한다면 플랫폼이 혁신을 잃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유럽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칙(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으로 인해 구글, 메타 등의 주요 IT기업들은 효율적인 광고 타게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었다는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검색 알고리즘은 소비자의 효율적인 검색을 도와주고, 신규 상품이 좀 더 소비자가 찾는 상품일 경우 더 노출 빈도를 높여줄 수 있는 형태로 이미 진화하고 있다. 시장 진화를 방해하는 법안이 집행될 경우 GDPR보다 더 강도 높은 IT기업 규제책으로 작동해 IT기업들의 성장을 방해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심재한 영남대 교수도 “온라인 플랫폼은 소비자에게 더 많은 편익을 제공하는 검색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끊임없이 조정하고 있다”며 “완벽하게 중립적인 검색 결과는 검색자의 의도와 전혀 관련 없이 정렬 순서로 링크를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