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신설 없는 설비 도입도 복귀 인정, 리쇼어링 활성화 성공할까?

해외진출기업복귀법, 인증 시 투자보조금과 고용창출장려금 등 지원 받을 수 있어 미국, 법인세율 내리고 광물 관련 지원금 방안 밝혀 수입의존도 낮추기 위해선 리쇼어링 활성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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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본사DB

해외 진출 기업이 공장 신축이나 증축 없이도 국내 복귀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지난 2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외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해외진출기업복귀법) 시행령의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다고 밝혔다. 

기존 공장 내 유휴공간 설비 도입만으로도 국내 복귀 인정, 혜택 부여

해외진출기업복귀법은 국내 복귀 기업으로 확인받기 위한 요건들을 담고 있다. 기존 시행령에 따르면 공장 신설·증설, 타인 소유의 기존 공장 매입 혹은 임차 후 제조시설 설치 등으로 제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사업장의 국내 신설·증설 범위에 기존 공장의 유휴 공간에 설비를 도입하는 경우도 추가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기업들이 국내 복귀를 확인받는다면 기존과 유사하게 투자보조금이나 고용창출장려금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업계 건의사항을 법령에 반영했기 때문에 국내 복귀 활성화를 통한 국내 투자·고용 창출, 공급망 강화 등에 기여할 것으로도 보인다. 

이처럼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거나 국내로 복귀하는 이유는 ‘돈 문제’ 때문이다.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을 오프쇼어링(Offshoring), 본국과 가까운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을 니어쇼어링(Nearshoring), 본국으로 공장을 복귀시키는 것은 리쇼어링(Reshoring)이라고 하는데 이 세 가지 모두 인건비나 생산비, 지원비, 세금 절감 등을 이유로 발생한다. 

1990년대 제조업이 성행하던 때에 많은 기업이 세금 절감을 이유로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남미 지역 등에 생산공장을 옮겼다. 최근에는 국내 반도체와 배터리 업체들이 혜택을 위해 미국에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반면 2000년대 후반부터는 옮겨간 지역의 물가가 오르고 규제가 심화하면서 본국으로 돌아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각종 인센티브와 법적 규제를 통해 자국 기업들을 유치하는 경향도 생기고 있다.

리쇼어링 현상 급증, 코로나19·물류난 등 리스크 관리 위해

리쇼어링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리메이킹 아메리카(Remaking America)’를 내걸고 법인세율을 38%에서 28%로 낮췄다. 국내로 유턴하는 공장에 이전 비용의 20%를 보조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역시 법인세율을 21%대로 내렸으며, 바이든 정부는 IRA를 도입해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의 채굴과 제련이 내년부터 40% 이상,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80% 이상 북미(FTA 체결국 포함)에서 이뤄져야 지원금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역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기부양 정책의 일환으로 코로나19 이전부터 리쇼어링을 추진했다. 지난 2012년 일본은 법인세율을 30%에서 23%로 낮췄으며, 지난달 5일에는 22억 달러(약 2조7,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중국에 있는 자국 제조기업이 일본으로 돌아오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결국 도요타·혼다·닛산 등 자동차 3사 및 캐논 등 전자 기업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공장을 옮겼다.

유럽도 마찬가지이다. 독일은 스마트 팩토리 구축과 연구개발(R&D) 보조금 지원 등을 제시하면서 자국 기업의 유턴을 독려해 결국 2016년 아디다스가 독일로 리쇼어링했다. 프랑스 역시 정부 차원의 전담 기구를 설치했으며 자국 생산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리쇼어링을 적극 추진했다. 40곳의 기업이 프랑스로 복귀하는 결과를 낳았다. 다른 나라들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대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국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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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95.5% 리쇼어링 의향 없어, 타국처럼 정부 차원의 과감한 정책 필요

우리나라 역시 요소나 희토류 등 중국과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원자재 수급난을 겪었던 만큼 소부장 정책들을 개편하고 국내 기업들에 대한 리쇼어링 정책을 펼쳐왔다. 다만 문재인 정부 때부터 당겨왔던 해외기업들의 리쇼어링 현황은 처참하다. 지난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실은 ‘2022년 해외진출기업 경영현황 및 국내 복귀 수요조사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중 한국으로 유턴할 의향이 있는 기업은 4.5%(734곳 중 33곳)에 불과했다. 즉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 가운데 95.5%가 국내로 돌아올 의향이 없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높은 인건비와 한국의 노사관계 등을 이유로 국내 복귀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쇼어링을 결정한 국내 기업 중 ‘쎄보모빌리티’는 국내 초소형 전기차 업체로 중국에서 가동하던 생산공정을 2023년 9월부터 전남 영광군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1~2인승의 초소형 전기차를 설계하고 부품을 개발했으나 가격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차량 생산문은 중국 법인에서 진행했었다. 하지만 생산 효율성과 관리 역량 상승을 위해 리쇼어링을 결정했다. 중국 내 코로나19 봉쇄가 날로 커지고 있으며 지정학적인 리스크도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이들은 모터 등 핵심 구동 부품 역시 국산화하고 ABS·에어백 등 안전장치도 국산 제품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미국 역시 리쇼어링을 촉진해 2019년 리쇼어링으로 인한 일자리가 11만 개 수준에서 2021년 26만 5,000개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금년에 발효된 IRA를 통해 더 많은 일자리가 생성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산업부는 이번 개정안이 새 정부 110대 국정과제, 산업부 4대 산업규제 혁신방향,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리쇼어링 활성화 이행 조치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기업 면담과 간담회 등을 통해 파악한 정책 수요이기 때문에 적잖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산업부의 개정안이 얼마큼 실효성을 드러낼지 아직 알 수 없으나 작년에 있었던 반도체 부품 수급 중단이나 올해 초에 있었던 요소수 대란 문제를 기억해야 한다. 또 미국의 IRA와 유럽연합이 발표한 RMA(원자재법) 등 세계 흐름에 맞추어 경제적 안정을 위해 수입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춰가고 국내 제조업을 부활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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