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 대통령, 답보 상태 지지율로 국회 영향력 행사 가능할까?
30~34% 박스권에서 제자리걸음 중인 尹 지지율, 여당 관계자, 추가 하락 가능성 배제 못 해 尹 지지율 높아야 차기 총선 이끌 당 대표 선출에도 영향력 행사 가능, 자칫 윤핵관 몰락도 尹의 검찰식 사고, 국정 운영과 정치인 용인술에도 그대로 투영, 정치권과 불협화음 계속
지지부진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지금이 최저가 아닐 수도 있다?
‘빈 살만’ 효과는 없었다. 동남아 순방 후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4~18일 전국 성인남녀 2,51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긍정평가)는 33.4%를 기록했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63.8%로 전주 대비 0.4%p 상승했다. ‘잘 모름’은 2.8%였다.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연동됐다.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2.3%p 내린 33.8%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은 1.3%p 오른 48.1%로 집계됐다.
이렇게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이 좀처럼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것을 두고,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의 ‘비(非)윤’계 의원은 지금의 지지율마저도 더 떨어질 여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이 그동안 중도층이 민주당 지지로 더 못 넘어가도록 방파제 역할을 해 준 것”이라며 “어떤 경우이든 총선은 어려울 것이다. 총선에선 이재명이 사라진 민주당과 붙어야 하는데 정권 심판론이 크게 일어날 것 같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국회의원들의 지상과제가 다음 선거에서도 당선되는 것인 만큼, 모든 문제를 총선에 연결 짓고 있는 당내 의원들에게 윤 대통령의 답보 상태 지지율은 당선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라는 것을 보여준다.
尹과 여당의 지지율이 중요한 이유: 국민의힘 당원 선거의 구조
총선을 1년 반 남겨둔 지금의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과 여당의 지지율이 왜 중요할까? 국민의힘은 내년 전당대회에서 총선을 진두지휘할 당 대표를 새로 뽑는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는 다음 총선의 향방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키맨’이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차기 당 대표로 누가 선출될 것인가는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는 대통령과의 거리가 가까운 친윤계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총선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반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거나 지지율이 더 떨어지는 상황이 펼쳐진다면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울 비윤계 후보를 내세우는 것이 국민의힘으로서는 유리한 전략이다. 이와 관련,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친윤이든 비윤이든 다음 총선을 가장 효율적으로 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누구냐 하는 것을 생각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참가할 당원의 풀(pool) 또한 대통령 및 여당 지지율의 영향을 받는다. 국민의힘 당규 제2조 2항은 “책임당원은 당비규정에 정한 당비를 권리행사 시점에서 1년 중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당에서 실시하는 교육 또는 행사 등에 참석한 당원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 때문에 국민의힘의 책임당원의 범주는 매 선거마다 크게 변화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가 선출된 지난 1차 6·11 전당대회 당시만 하더라도 28만 명이던 책임당원이, 2021년 대선 경선 때에는 56만9,000여 명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세가 올라가고 당의 외연이 확장되면 당내 선거에 돈을 내고 참여하는 적극적인 당원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의 많은 당원들은 평소에는 당비를 내지 않다가 전당대회 등 주요 선거 일정이 확정되면 그때서야 최소 요구치인 3개월 당비납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의힘의 외연이 확장될수록, 이념적으로 좀 더 유연하거나 중도적 성향을 가진 당원들의 당내 선거 참여가 늘어나는 현상이 관찰된다. 이는 전체적인 당원 표심에 영향을 미치고, 좀 더 중도 친화적인 후보가 당내 선거에서 경쟁력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이준석 전 대표 선출 당시 당원 선거인단의 투표율은 45.36%였지만, 황교안 전 대표 선출 당시 당원 선거인단의 투표율은 25.4%에 불과했다. 2019년 전당대회보다 2021년 전당대회 때 좀 더 이념적으로 광범위한 당원 지지층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당시 당의 외연 확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이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다. 즉 당의 지지율이 높으면, 보다 다양하고 폭넓은 이념적 스펙트럼을 가진 국민의힘의 당원들이 전당대회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중도 친화적인 후보가 당 대표나 최고위원으로 선출될 가능성을 높이며 기존의 지도부에 비해 좀 더 유연하고 중도적인 성향의 지도부는 보수진영 고정 지지층의 요구사항에 매몰되지 않고 전체 민심을 보는 선거전략을 수립할 수 있으며,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답보 상태 지지율은 尹과 ‘윤핵관’의 정치력 부족 때문?
그러한 이유로 1년 반이 채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둔 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매우 중요한데, 여전히 여권의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이렇게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 한 여당 의원은 “소위 윤핵관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당의 미래나 대통령의 미래에 관심이 없다는 게 본질적인 문제”라며 “총선 끝나면 제일 불쌍할 사람은 윤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처한 어려운 상황이 상당히 구조적인 차원의 문제이며, 총선 이전에 고쳐지기 어려운 성질의 것이라는 취지다.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비슷한 취지의 우려를 표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중단을 놓고 “대통령 주변에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참모들이 많이 있었으면 이런 사태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 얘기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사람이 없는데 다른 방법이 없다”며 윤 대통령 주변에 정직한 조언을 올리는 참모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측근 그룹의 문제를 언급한 비윤계 현직 의원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소위 ‘빈곤 포르노’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장경태 민주당 의원에 대한 고발 건도 대통령실의 대처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22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장 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그를 경찰에 고발했다. “조명이 없었다는 대통령실 설명 뒤에도 (장 최고위원이) 글을 내리거나 사과하기는커녕 외신에 근거가 있다며 허위 사실을 계속 부각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안타까운 점은 대통령실이 장 의원을 고발함으로써 얻는 정치적 이익은 거의 없이 야당 의원을 탄압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몇 개의 추가 공격 카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장 의원 측에서는 대통령실의 대응을 반기고 있다는 풍문도 돈다. 적어도 이번 논란에 대해서는 무대응이 현명하다고 조언하는 참모의 부재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검사동일체 원칙’에 익숙한 尹 대통령의 용인술이 문제다
왜 윤 대통령 주변의 측근들에 대한 우려가 계속 나오는 것일까? 김종인 전 위원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성격과도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사소한 일이든 중대한 일이든 거기에 대해서 즉흥적인 반응을 보이는 성격을 가졌다”며 “윤 대통령은 정치를 해보신 분이 아니고 정치인들이 흔히 얘기하는 인내하고 참는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기 때문에 즉흥적인 반응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정치력이 정치권에서 받아들여지는 그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검사 시절에는 부각되지 않았던 용인술의 문제가 정치권에서 대두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여권의 구조에 윤 대통령의 용인술의 장·단점이 묻어나온다는 평가도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 등 국정운영의 세 축인 당·정·대 사이의 역할과 기능이 중첩돼 있다는 것이다. 여권 전체가 가끔은 대통령 의중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운용되는 듯한 모습인데, 이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익숙한 윤 대통령의 검찰식 사고가 국정 운영에도 그대로 투영됐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이 본래 성품대로 즉흥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비판을 수용할 줄 알며, 참모들의 쓴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여당 대변인 시절 대통령을 직격해 비판했던 박민영 현 대통령실 행정관을 포용한 그런 너그러운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이용 의원에게 비속어를 쓰면서 호칭했다고 전해지는 후보 시절의 모습을 다시 되풀이한다면, 지지율이 올라갈 일은 요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