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 비율 역대 최고치, 국토부 ‘이상 고가·저가 직거래 집중 단속’
공인중개사 없는 아파트 매매 직거래 역대 최고치, 국토부 “불법 거래행위 집중 단속” 세금 회피 목적으로 가족 및 친인척간 직거래 잇따라, 직거래 이상 동향 확인돼 중개수수료 감소 위한 직거래도 높아, 직거래 비중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고 아파트를 매매하는 직거래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직거래 중 편법 증여, 명의신탁 등이 의심되는 불법거래행위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17일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9월 전국의 아파트 직거래 비율은 17.8%(3,306건), 서울 직거래 비율은 17.4%(124건)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거래에서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9월 8.4%에서 1년 만에 2배 이상 높아졌다. 작년 9월 서울 아파트 직거래 비율은 5.2%에 불과했으나, 올해 3월 13.3%, 6월 10.3% 등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날 국토부는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부모-자식, 법인-대표 등 특수관계에서 아파트를 시세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직거래하는 이상 동향이 계속해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적발 사례를 보면, A씨는 시세 31억원 아파트를 아들에게 22억원에 직거래 매도하면서 선금으로 1억원을 받고 아들과 임대보증금 21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이후 선금 1억원도 돌려줘 증여세·양도세 탈루가 의심된다. 또 법인 대표가 시세 24억원의 아파트를 법인으로부터 시세보다 낮은 16억원에 직거래 매수해 소득세, 법인은 법인세를 탈루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3차례에 걸쳐 이상 고가·저가 직거래에 대한 고강도 기획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한 경우에도 매매 대상이 된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에 있지 않은 중개사사무소를 통해 과도한 고·저가 계약을 했다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국토부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발표와 함께 편법 증여, 명의신탁 등 위법의심행위에 대해서는 국세청·경찰청·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직거래, 부동산 가격 낮추는 핵심 기제
부동사 직거래란 부동산 공인 중개 업소를 거치지 않고 매도자와 매수자가 직접 집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최근 주택 거래 침체 속에 직거래가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이다. 직거래는 통상 시세보다 많게는 수억원씩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집값 하락장에서 낙폭을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전용면적 178m²는 지난 7월 42억원에 직거래로 팔렸다. 올 1월 최고가인 47억3,000만원보다 5억3,0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아울러 현재 나와 있는 매물 호가인 48억~51억원보다도 최대 9억원 낮은 금액이다.
지난 7월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전용 84m²도 이전 최고가(13억3,000만원)보다 5억원 낮은 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입주 초기인 2019년 10월 매매가(8억2,000만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해당 아파트 전용 84m²의 이달 시세는 10억5,000만원 선이다.
자산가들 ‘우회 증여’부터 시세 왜곡 부작용까지, 부동산 거래 절벽의 현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23년 취득세 세입 전망’에서 역대급 거래 절벽으로 세입이 급감할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원이 전망한 2023년 우리나라 취득세 세입액은 가장 낙관적으로 봐도 26조원 수준이다. 중립적인 전망은 24조3,900억원, 비관적인 전망은 22조3,580억원으로 떨어진다. 이는 지난해 세수 33조8,170억원과 비교하면 최대 9조원 하락한 수치다.
취득세 세입이 줄어드는 원인은 부동산 거래 절벽에서 찾을 수 있다. 심각한 거래 절벽 속 특수거래를 포함한 직거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직거래는 증여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과 중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친족 간 매매계약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산가들이 시세 하락을 자녀에게 저가 양도할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법상 ‘저가양수도’ 규정을 활용하면 시세보다 3억원가량 낮게 거래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증여 시 취득세 부과 기준이 공시가격이 아닌 시가로 바뀌고,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적용 기간도 늘어, 증여받은 집을 사실상 10년간 팔 수 없게 되는 만큼 이러한 저가양수도를 통한 우회 증여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거래 자체가 워낙 없는 요즘 직거래 비중이 높아지면서 시세가 왜곡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직전 실거래 가격이 명시돼 있으나, 해당 가격이 존재만 할 뿐 실체가 없는 것이다. 이에 지금 같은 시장에선 감정평가액이 급매보다 더 낮게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가족 간 직거래, 현행 증여세법의 맹점
직거래 중 상당수는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가족 간 거래가 차지한다. 다주택자가 소유한 주택을 증여하지 않고 시세보다 싼 값에 가족에게 팔면 상당한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예컨대 다주택자 A씨가 5년간 보유한 15억원짜리 주택을 증여할 때 부과되는 증여세는 약 4억740만원이다. 하지만 이 집을 시세보다 3억원 싼 12억원에 가족에게 매각하면 5,300만원가량의 양도세만 내면 된다. 약 3억5,000만원의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다.
현행 증여세법은 시가보다 30% 이하 또는 3억원 이하로 팔았다면 ‘편법 증여’가 아닌 ‘정상거래’로 간주한다. ‘30%’와 ‘3억원’ 중 적은 금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A씨의 경우 직거래 상한액은 12억원이다. 따라서 집값 하락세가 가파를수록 증여성 직거래는 더 늘어난다. 특히 증여세율이 40%에 달하는 10억원 초과 주택 소유자가 증여보다 직거래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취득세 측면에서도 증여보다 낫다. 가족 간 증여로 인한 취득세율은 12%이지만, 양도로 인한 취득세는 1주택자의 경우 1~3% 수준이다. 따라서 취득세를 기준으로 볼 때 다주택자에게는 증여보다 양도가 유리하다. 집주인이 공시가격 3억원이 넘는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취득세 12%를 내야 하지만, 매도한다면 취득세는 훨씬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증여보다 양도가 유리해지며 아파트 거래 건수 중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감소했다.
증여세 인하를 위한 가족 및 특수관계 매매를 차치하더라도 직거래 비중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개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직거래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의 도움을 받을 경우 집값의 최대 7%를 수수료로 내야 하는 만큼 매매 가격이 높을 수록 그 부담은 늘어난다. 하지만 직접 거래한다면 이런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직방, 다방 등 중개 플랫폼을 이용한 직거래는 물론 당근마켓이나 다음카페와 같은 커뮤니티를 통한 직거래도 증가하는 추세다. 아울러 셀프 등기 등 부동산 매매 관련 절차 또한 간소화된 만큼 향후 직거래 비중은 더욱더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