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공무원 채용제도 변화, 인기 하락세 붙들 수 있을까?
2024년부터 7급 이상 공무원 시험 응시연령 낮아져 5년 만에 반토막 난 공무원 시험 경쟁률, 그 이유는? 보수 체계 개선해야 젊은 공무원 퇴사 줄일 수 있어
오는 2024년부터는 만 18세가 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도 5급과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 또 내년부터는 5·7급 공무원시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유효기간이 폐지돼 5년이 지나도 다시 취득할 필요가 없게 됐다.
인사혁신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무원임용시험령’ 개정안이 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인사처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새 정부 국정과제인 ‘공정과 책임에 기반한 역량있는 공직사회 실현’의 일환으로 공무원 채용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김승호 인사처장은 “이번 시험령 개정으로 공무원 시험 응시요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시험의 공정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일 잘하는 공직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7급 이상 채용응시연령 하락, 한국사 시험 인증 기간 폐지
2024년부터 7급 이상 국가공무원 채용시험 응시 연령이 20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변경되는데, 이는 8급 이하 공무원 채용시험과 동일하게 조정해 직급별 응시연령 차이를 없애고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조치라고 인사처는 설명했다. 여기에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될 수 있는 피선거권 연령이 25세에서 18세로 하향된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25년도 5급 공채시험부터는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현행 필수과목으로만 2차시험을 치르게 된다. 행정직군 인사조직 직류는 인사·조직론을 행정학에 통합하며,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의 2차시험에서는 ‘학제통합논술시험Ⅰ·Ⅱ’ 과목을 한 과목으로 통합한다.
나아가 내년부터 5·7급 공채시험 등에서 시험과목을 대체하는 국사편찬위에서 주관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성적에 대한 인정 기간도 사라진다. 이에 이미 기준등급 이상의 한국사시험 성적을 취득한 수험생은 시기와 상관없이 유효하게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전산직렬 채용시험 응시를 위한 자격증 기준도 폐지되고 직무 관련 자격증 소지자에 대한 가산점도 인정된다. 아울러 9개 직류에서 6·7급 시험 응시요건이 내년부터 ‘기술사·기사’에서 ‘산업기사’ 수준까지 확대되고, 지적·조리 직류 8·9급 시험 응시요건에는 ‘기능사’도 포함된다.
반토막 난 9급 공무원 경쟁률, 적은 보수에 높은 스트레스 탓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처의 조치가 합리적 공무원 운용에만 있지 않고 공무원 시험의 문턱을 전반적으로 낮춰 공무원 인기 하락을 방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인사처는 적은 보수에 악성 민원까지 시달리는 상황에서 경직된 조직 문화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공무원들이 연일 퇴사하는 수가 1만 명을 넘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25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재직 기간 5년 미만 공무원 퇴직자는 지난해 1만693명으로, 이 중 81%가 20~30대에 해당한다.
이처럼 젊은 공무원의 퇴사가 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낮은 보수 때문이다. 올해 9급 공무원 1호봉 급여(기본급 기준)는 168만원으로 최저임금(시간당 9,160원) 191만4,440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7급 공무원 1호봉(192만원)이 돼야만 최저시급을 적용한 급여를 간신히 맞출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4급(서기관) 이상 공무원 보수는 동결되고, 5급 이하는 1.7% 인상에 그쳤다.
더욱이 정부가 공무원 증가에 따른 국가 재정부담과 행정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매년 정부 부처별로 정원의 1%를 감축해 재배치하겠다고 밝혀와 공무원 시험의 선별 인원 감축도 예고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한때 100대 1까지 치솟았던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올해 29.2대 1로 떨어졌으며 이는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경쟁률이다. 7급 공무원 경쟁률도 43년 만에 42.7대 1로 최저를 기록했고, 5급 공채 공무원 경쟁률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나아가 2022년 5급 공채 공무원 경쟁률은 평균 38.4대 1로, 지난해 43.3대 1의 경쟁률에 비해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젊은이들도 공무원 외면, 젊은 인재 유출 어떻게 막나?
이러한 기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옆 나라인 일본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일본 공무원의 경우 일반 기업에 비해 업무량은 많은 반면 보수·복지 등 조건이 떨어져 일본 명문대 학생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올해 국가공무원 종합직(한국의 행정고시)에 합격한 도쿄대 졸업생 수는 217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도쿄대 졸업생이 단 1명도 지원하지 않은 부처도 있다고 전해졌다.
이에 관가는 조직 홍보에 열을 올리며 대학뿐만 아니라 고등학교까지 찾아가 업무에 대해 강연하고, 실질 급여도 올려 30대 공무원 기준 지난해 연봉이 900만 엔(약 8,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약 30% 증가시킨 바 있다. 아울러 퇴사율을 낮추기 위해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고충 상담도 실시했다. 그럼에도 인식은 저조하다. 사기업 대비 근무조건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최근 ‘공직문화 혁신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원격·자율근무 등 근무 형태를 유연화하고 연공서열 탈피를 시도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공무원 임금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은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공무원 노동조합 등에서는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젊은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최선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직된 공무원 사회, 사기업에 비해 보수도, 근무 환경도, 근무조건도 떨어지는데 국가 공무라는 책임감만으로 젊은 2030대를 붙들 수 있을까? 일본 젊은이들의 공무원 기피 경향과 한국 젊은이들의 기피 경향이 각각 ‘근무조건’과 ‘보수’에 대한 불만이라는 차이가 있는 만큼 해당 불만을 해소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의 이번 대책을 필두로 경직된 공무원 사회가 비약적 발전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