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나이 계산법 결국 ‘만 나이’로 통일, 민법 개정안 의결

한국식 나이 계산법 ‘세는 나이’ 없애고 ‘만 나이’로 통일한다 6일 국회 법제사위 통과, 본회의 앞뒀다. 국제 통용기준에 한 발짝, 국민 대다수 ‘두 팔 벌려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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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의 나이 계산법은세는 나이만 나이’, ‘연 나이방식이 혼용되고 있다.

‘세는 나이’는 출생일로부터 1살이 되고 다음 해 1월 1일이 되면 1살씩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일상에서 통용되어 왔다. 반면 ‘만 나이’는 출생 직후 0살에서 시작해 생년월일을 기점으로 1년이 지날 때마다 1살씩 늘어나는 방법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통용되는 나이 계산법이다.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빼는 방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해당 안에 대한 국민 의견조사를 진행했고, 지난 6일 오전 10시 법안심사 제1 소위원회를 열어 해당 내용이 담긴 ‘민법 및 행정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대체 내가 몇 살이야?” 본인도 헷갈리는 나이, 국민 대다수 ‘만 나이’ 통일에 찬성

이번 나이 계산 논란에 대한 법안 의결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한 공약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내용이기도 하다.  

법제처는 지난 9월 약 2주간 나이 기준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민법 및 행정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신문고 국민생각함’에서 국민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참여자 6,394명 중 응답자의 81.6%(5,216명)가 ‘만 나이 통일 법안이 신속히 통과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했으며, 법안이 통과·시행된 이후 일상생활에서 만 나이를 사용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대다수가 찬성했다.

만 나이 통일을 찬성하는 주요 이유로는다양한 나이 계산법 때문인 혼란·불편 해소기존 한국식 나이 계산법으로 인한 서열문화 타파 기대국제적 기준과 통일체감 나이 하향 등을 꼽았다.

실제로 법령에서는 민법에 따라 만 나이로 계산하며, 일상생활에서는 출생 시부터 나이를 세는 한국식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또 병역법, 청소년보호법 등 일부 법률에서는 현재 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뺀 ‘연 나이’를 기준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1970 12 1에 태어난 경우 세는 나이는 53, 만 나이는 51, 연 나이는 52세다. 이 때문에 사회적 혼란과 국민적 불편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 왔다. 나이 계산과 표시 방식의 혼재로 인해 사회복지·의료 등 행정서비스 제공 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정부에서 12~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 제도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방역패스 적용 대상은 ‘연 나이’를 기준으로 정했지만, 백신 접종대상은 ‘만 나이’를 기준으로 정해 혼선이 있었다.

한 기업에서는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의 ‘56세’가 만 55세인지, 아니면 만 56세를 뜻하는지 쟁점이 되면서 재판까지 가게 된 일도 있었다. 올해 3월 대법원이 ‘만 55세’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재판 과정에서조차 1심과 2심의 의견이 서로 달랐다.

사법·행정 분야에서 ‘만 나이’로 통일, 법제사위 통과 → 본회의 → 홍보 및 하위법령 정비

이에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월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내용의 ‘민법 및 행정기본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만 나이’를 공식적인 계산법·표시법으로 명문화해 태어난 해를 0살로 하고 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날 때마다 한 살씩 더하는 방식으로 나이를 계산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에 법제사위에서 통과된 안은 유상범 의원 안과 박광온 의원 안 등 2건의 법률안에 대한 민법 개정안, 행정기본법 개정안이다.

민법은 ‘만(滿) 나이’라는 표현을 명시하며, 출생한 날을 포함하여 연수로 표시하고, 1세 미만일 경우 개월 수로 표시하게 된다. 행정기본법에서는 만 나이 방식의 연령 계산 및 표시를 행정 분야의 기본으로 삼아 하위 관련 법들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법안심사 제1 소위원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개정안이 국회를(본회의를) 통과하면 만 나이 사용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내년에는 연 나이가 규정된 개별 법령의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교류 시 답답했던 청년들, 한국식 나이 이해 못 하던 외국인에도 희소식

초이동 시대에 돌입했다. 지금 MZ세대라고 불리는 2030 젊은 층들은 외국인들을 만나고, 온라인 커뮤니티나 개인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국제적으로 교류하는 일들이 잦아졌다. 이제는 한국에서 삶을 영위하는 외국인들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나, 외국에서 오래 살다 한국에 들어온 교포들의 경우 나이 계산에 실수해 의도치 않게 민망한 상황을 만든 적이 있었다. 외국과 달리 한국은 나이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한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에서는 나이가 중요하니 매우 조심해야 한다”라며 복잡한 계산법에 골머리를 앓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며, 한국은 왜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동아시아식 나이 계산법(세는 나이)’을 굳이 사용하냐고 묻는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사진 출처 = 트위터 화면 캡처>

이 중에서도 외국인들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부분은 한국인들이 대화에서 흔히 언급하는 나이는 세는 나이이지만, 음주, 흡연, 운전 등에 대한 법적 연령 제한은 국제 연령 체계인 만 나이로 표현된다는 점이다.

현재 동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들은 ‘세는 나이’를 폐지했다. 일본은 1902년 ‘만 나이’를 공식화했고, 1950년에는 법으로 ‘세는 나이’의 사용을 금지했다. 중국은 1960~1970년대 문화대혁명 이후에, 심지어 북한도 1980년대 이후 ‘만 나이’를 적용했다.

이를 볼 때 이번 정부에서 나이 계산을 ‘만 나이’로 통일한 것은 아주 긍정적인 시도이며 단순히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임을 알 수 있다. 부디 국회 본회의를 빨리 통과해 통일된 의식이 심어질 수 있기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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