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방지턱의 변신, 경기도 컨설팅으로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 승인

경기도가 컨설팅한 규제샌드박스 과제 ‘카 스토퍼형 충전 서비스’ 실증 특례 승인 통과 느려도 너무 느려, 강하게 밀어붙일 “주무부처 필요” 경기도, 2023년 규제샌드박스 활성화 지원사업의 예산 증액 편성할 것

160X600_GIAI_AIDSNote
스마트 카스토퍼 충전기, <출처=두루스코이브이>

카 스토퍼형 전기차 충전서비스가 현행 규제의 문턱을 넘어 별도의 전기차충전설비공간 확보 없이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22년 제4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경기도가 컨설팅한 규제샌드박스 과제 ‘카 스토퍼형 충전기를 활용한 충전서비스’ 등 5개 과제가 실증 특례 승인을 통과했다고 27일 밝혔다. 나머지 4개 과제는 기존 특례 승인과 유사, 동일한 과제로 이동형 충전 서비스(1건), 공유미용실 서비스(3건)이다.

규제샌드박스란 신산업 혁신성장을 위해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서비스에 대해 일정 기간 현행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 시장 출시와 시험·검증이 가능하도록 특례를 부여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활용하려는 기업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경기도 컨설팅을 통해 실증 특례 승인받은 두루스코이브이의 카 스토퍼형 전기차 충전서비스는 주차장 바닥에 주차블록, 주차방지턱 등으로 불리는 카 스토퍼형으로 제작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이다. 차량과 충전기를 연결하면 완속 충전이 돼 별도의 충전 공간 없이 충전이 가능하다. 다만, 현행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시행규칙’ 상 전기차 충전기는 안전 확인 대상 전기용품으로 KC 안전확인 신고가 필요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충전기인 카 스토퍼형 충전기는 KC 인증이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다.

경기도는 해당 기업의 실증 특례 승인을 위해 신청서 작성부터 시장조사, 법률 전문가를 통해 쟁점 협의·조정에 대한 조언까지 다양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했다. 이번 실증 특례 승인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전기차 시장에 필요한 전기차 충전 기반이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도 소재 중소기업 중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이용하고자 하는 기업 또는 규제샌드박스 승인기업은 이지비즈(www.egbiz.or.kr) 시스템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규제샌드박스와 관련해 컨설팅받고 싶은 기업은 경기도 규제개혁담당관실(031-8008-4287) 또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031-259-6276)으로 문의하면 된다.

규제샌드박스는 어떤 제도?

규제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는 기업들이 자율차, 드론, AI, 바이오 등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사업을 하려고 하지만 현행 규제에 막혀 시장 출시가 불가능한 경우에,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해 주어 시장에서의 테스트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사업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다. 이러한 규제샌드박스는 신산업과 신기술 ‘혁신의 실험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으며, 신기술을 시장에서 구현해 볼 수 있는 문재인 정부 규제혁신의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규제샌드박스는 2019년에 ICT 융합, 산업융합, 혁신금융, 규제자유특구 등 4개 분야에서 도입되었고, 현재는 스마트도시, 연구개발특구까지 총 6개 분야로 확대・운영되고 있다.

기존 규제는 메뉴판 식 규제 특례(201개)를 열거하고 해당 지역이 필요한 규제 특례를 자율적으로 선택 확정하여 적용한다. 법령 미비 등 규제 공백 영역의 경우에는 규제혁신 3종 세트(① 규제 신속 확인, ② 임시 허가, ③ 실증 특례)를 적용한다. 규제적용 여부를 문의 시 30일 이내 신속하게 회신해야 하고, 미 회신 시 규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허가 등의 근거가 되는 법령이 없거나, 법령의 기준 등을 적용하는 것이 맞지 않는 경우에도, 안전성이 확보된 경우 임시 허가 부여 후 시장 출시가 가능하다. 단, 유효기간은 2년 + 2년 원칙이며, 법령 정비 완료 시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허가 등 근거가 되는 법령이 없거나, 법령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맞지 않는 경우 등에 대해서는 안정성 검증을 위해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의 시험 검증(실증)을 허용한다. 단, 2년 + 규제자유특구 지정 기간 내 1회 연장이 가능하고 안정성 입증 시 소관 법령 정비 등 조치를 한다.

어느새 시행 3년, 승인기업의 매출 증가 및 고용 창출 등 성과 이어져

문재인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신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2019년 1월에 도입한 규제샌드박스가 시행 3주년을 맞이했다. 국회 수소충전소가 1호로 승인을 받은 이후 지난 3년 동안 총 632건이 규제샌드박스로 승인됐고, 이 중 129건(20%)은 법령 개정 등을 통해 규제개선까지 완료함으로써 승인기업뿐만 아니라 누구나 전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규제샌드박스로 승인된 632건 중 361건(57%)이 서비스 개시됐으며, 이는 승인기업의 투자유치, 매출 증가와 고용 창출 등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2021년 12월 말까지 승인기업들은 약 4조8천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고 매출은 약 1,500억원이 증가했으며, 약 6,300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또한, 비수도권의 14개 시도에 지정된 액화수소・전기차 충전・자율주행 등 29개의 규제자유특구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국가균형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국무조정실 및 주관부처, 전담 기관(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핀테크지원센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소기업연구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과 통합 창구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 등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한 결과다. 이 기관들은 기업에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신청에서 승인까지 컨설팅을 지원했고 승인 이후에도 실증 특례비 지원 등 사후관리까지 맡아 규제샌드박스를 이용하는 기업에 보탬이 되고 있다.

정부는 신청과제에 대한 심의기한 설정, 실증사업 종료 후 조속한 규제법령 개정, 승인기업의 성과 창출을 위한 지원 강화 등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더욱 보완・발전시켜, 규제샌드박스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기업의 신산업 발전을 뒷받침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하지만 개선할 부분도 수두룩

규제샌드박스로 일부 신기술 스타트업의 숨통이 트인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개선할 점에 대한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8월 발표한 ‘규제샌드박스 수요자 체감도 조사연구’에 따르면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던 기업들이 가장 불편함을 호소했던 점은 ‘신청 승인 후 소요 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330개 응답 기업 중 60.0%가 “신청 후 승인이 이뤄지기까지 과도한 소요 기간이 걸려 불편했다”고 응답했다. 규제 승인 후 불편함으로는 ‘실제 규제개선의 지연’이 꼽혔다. 특례를 승인받은 기업 중 63.9%가 규제법령 개선이 지연돼 불편하다고 답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규제샌드박스 제도 시행 이후 3년간 제도를 활용해 시행한 서비스는 361건이지만 규제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는 129건(35.7%)에 그친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담조직이 없어 발생하는 문제라고 말한다. 정부 규제샌드박스 사전심의위원으로 활동했던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ICT·융합 규제샌드박스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접수해 주무부처와 특례 여부를 논의하고 진행한다”라며 “과기부 산자부가 아무리 규제를 풀려고 해도 주무부처와 의견이 다를 경우 합의까지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제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일 주무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 특례가 규제개선으로 이어지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속 확인, 임시 허가, 실증 특례 등으로 나눠진 3개 제도를 연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행 규제샌드박스 제도에서는 3가지가 나뉘어있는데 이 중 실증 특례의 경우 특례기한 최대 4년이 지나도록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다시 사업·서비스를 중단해야만 한다. 최 대표는 “제도개선은 국회의 영역이니 특례를 제공하는 행정부가 장담하기 어려울 수는 있다”면서도 ” 특례기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바로 임시 허가로 넘어갈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속 확인 후 실증 특례를 제공하고, 문제가 없으면 임시 허가로 전환되는 등 세 가지 제도를 연동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선진국들의 규제샌드박스는 어떨까?

해외 선진국들에서도 규제는 신산업의 탄생과 성장을 막는 장애물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의 금융 규제당국 금융감독청(FCA)이 만든 핀테크 기업 지원 전담 부서 이노베이션 허브에서 처음 ‘규제샌드박스’를 시작했다. 이노베이션 허브는 ① 사전 준비 ② 승인 ③ 사후 지원 등 세 단계로 구성됐다. 신기술을 보유했지만, 금융규제에는 익숙하지 않은 핀테크 기업에 규제 컨설팅을 제공하고, 시장 진출을 도왔다. 영국의 핀테크 기업들은 정식 허가 이전에 이노베이션 허브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다.

영국의 규제샌드박스가 큰 성공을 거두자 다른 국가들도 해당 제도를 앞다퉈 도입했다.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은 금융 분야로 한정됐던 영국 규제샌드박스의 범위를 넓혀 교통, 환경,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규제개선을 시도했다. 미국은 연방 전체를 총괄하는 규제샌드박스는 시행되고 있지 않으나 미 재무부가 2018년 발표한 금융규제개선 권고안에 따라 주별로 해당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애리조나주는 2018년 ‘규제샌드박스 프로그램’ 법률을 제정하고 참여자가 허가 없이도 금융시장에 참가해 서비스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와이오밍주는 2019년 ‘금융기술 샌드박스법’과 ‘의료 디지털 혁신 샌드박스법’을 만들고 제한된 범위 안에서 금융과 의료 관련 기술을 시험할 수 있도록 했다. 싱가포르의 규제샌드박스는 전 세계에서 심의 기간이 가장 짧고, 기준이 단순하다는 특징이 있다. 싱가포르의 규제샌드박스에 해당하는 ‘샌드박스 익스프레스’는 기업 건전성과 기술 혁신성이라는 두 가지 기준만으로 기업을 심의한다. 정부는 해당 사업 실증 허용 여부를 21일 안에 결정해야 한다.

개선 부분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현 시행상에는 문제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가 컨설팅한 ‘카 스토퍼형 전기차 충전서비스’처럼 좀 더 자유로운 신기술 발전을 원하는 벤처기업들이 있다면, 경기도로의 이전도 고려해 봄 직하다. 한편, 경기도는 2023년 규제샌드박스 활성화 지원사업의 예산을 증액 편성해 컨설팅 및 승인기업을 더 많이 늘릴 계획이다. 규제샌드박스가 활성화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신산업의 탄생과 발전이 있길 기대해본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