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적자에 칼 빼든 정부, 내년 수출 지원 예산 60% 상반기 집중 투입

중소 수출기업에 260조원 규모 무역 금융 지원 및 수혜기업 확대 중기중앙회 “중소기업 79%가 수출 위기 상황으로 인식” 상반기 지원 예산 60%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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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12월 22일 중소기업중앙회와 공동으로 중소 수출 기업들과 간담회를 개최해 중소기업들의 수출 애로를 해소하고 수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코트라, 한국무역보증공사, 종소기업진흥공단 등 수출지원 유관기관과 수출 중소기업 5개 사가 참석하였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중소기업은 중견·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외 여건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지금은 수출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다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와 같은 지원 확대는 내년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계속되는 에너지 가격 상승 및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수요 약화로 내년 수출 여건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사진=산업통상자원부

내년 상반기에는 무엇이 달라지나?

산업부는 무역보험공사를 통해 최대 260조 원의 무역 금융을 지원하는 한편, 수출 제조기업의 대출 보증 한도는 7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수출채권 유동화 지원은 500만 달러에서 700만 달러로 확대하고, 이와 별도로 수출 초보기업을 위한 맞춤형 수출 성장 금융도 제공한다.

물류·인증·마케팅 분야 지원도 확대된다. 수출 물류 지원 사업의 수혜 기업을 1,700개에서 2,100개로 늘리고 수출 바우처를 통한 할랄 등 해외 인증 서비스 수혜 기업을 402개에서 410개로 확대한다. 또한 무역사절단, 해외 전시회 지원 등 상반기 모집 비중을 상향하여 상반기 예산 집중 지원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산업부는 이후에도 ▲수출 현장 방문 ▲제3차 수출전략회의 ▲수출 업계 간담회 등을 연이어 추진함으로써 현장 중심 행정을 통해 긴밀한 민관 협업 체계를 구축할 것을 강조했다. 또, 공백 없는 맞춤형 지원 전략을 통하여 지원 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의 구체적인 지원 요청 이어져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중소기업의 79%가 현재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중소기업 수출 저변 확대를 위해 해외 마케팅·시장 다변화·금융 지원 확대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아울러 수출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건의하며 해외 전시회를 예로 들었다. 정부 지원으로 참가하는 해외 전시회의 경우 연속으로 참가해야만 바이어와 연결되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참가 기업 평가 기준’이 너무 높아 연속적인 참여가 힘들다는 입장을 밝히며 기준 완화를 요청했다. 또한 ‘오코텍스(Oeko-Tex)’ 인증에 대한 지원도 건의하였다. ‘오코텍스’란, 제품 내 유해 물질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출 필수 인증 제도로 매년 갱신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수출 지원 유관 기관을 통해 지원 가능한 부분은 신속하게 조치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관계 부처와 협의하여 기업의 애로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임을 강조했다.

<사진=폴리시코리아>

올해 수출액 최고 기록 경신했는데 무역 적자?

분야별 지원 사업의 효과인지 올해 총수출액은 작년보다 5.5% 상승한 6,800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 번 더 종전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수출액도 올해 1~3분기에만 889억 달러를 달성하며 지난해 수출액인 1,171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무역 수출액은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성과를 보이는 것 같지만 속 사정은 다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환율 급등 등 악재로 인한 무역 수입액도 함께 급증하여 올해 11월까지 8개월 연속 무역 적자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이었던 1995년 1월부터 1997년 5월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한 이후 25년 만이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와 인플레이션은 경기 둔화 및 수요 약화로 이어져 올해 4분기부터는 수출액마저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외 지표도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IMF는 2023년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0.5% 하락한 2.7%로 예상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보다 0.9% 하락한 2.2%로 예상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내년 세계 무역 성장률을 올해보다 무려 2.5%나 하락한 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같이 대내·외 지표가 내년이 더 험난한 한 해가 될 것을 예고하면서 정부의 ‘내년 60% 이상 상반기 집중 지원’ 계획도 그 액수와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추가경정을 고려해 60%가 아닌, 지원 예산의 ‘대부분’을 상반기에 쏟아부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는 일각에서 내년 하반기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까닭으로 보인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수출 여건이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반기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이 중소기업의 경우 중견·대기업에 비해 재정적 여력 등 ‘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대외 악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수출 활력 제고를 위해서는 정부의 더욱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요구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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