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사각지대 막기 위해… 재판 중 해외 도피해도 시효 정지

전자발찌 끊고 잠적한 라임 사태 주범, 법적 구멍 노렸다 현행법상, 재판 중 해외 도피 시 시효 진행… 25년 버티면 만료돼 처벌 X 법무부, 개정안 발의 → 이미 도피한 사람도 법 적용 가능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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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재판 중인 피고인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할 경우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내년 1월 30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21일 밝혔다.

법률 공백 최소화 → 이제 ‘재판 중 해외 도피’해도 처벌 못 피해

현행법에 따르면 ‘수사 중’이거나 ‘재판 결과가 확정’된 사람은 수사나 형집행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해도 공소시효나 형집행시효가 정지돼 처벌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재판 중인 피고인에 대해서는 해외 도피 시 시효가 정지된다는 규정이 없어 재판 중 장기간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에 대한 처벌에 공백이 있었다. 

실제로 지난 1997년 5억6,000만원 상당의 사기 혐의로 기소된 한 피고인이 국외 출국해 재판이 확정되지 못하자 대법원은 올해 9월 그의 재판시효(15년)가 완성됐다고 판단해 면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법무부는 ‘재판 중 국외 도피’ 시 아무런 제한 없이 시효가 진행·완성되어 형사사법의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을 방지하며, 현재 시행 중인 수사나 형집행 단계의 시효정지 제도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가 제시한 개정안에 따르면 ‘재판 중인 피고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수사 중 국외 도피범에 대한 공소시효 정지 규정을 준용해 해당 기간 동안에는 공소시효 완성 간주기간(25년)의 진행이 정지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범죄자들이 아무리 오래 해외 도피하더라도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도록 법률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며, 입법예고 기간인 다음 달 30일까지 의견을 수렴해 최종 개정안을 확정하고 국회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규모 환매 사태 낳은 라임자산운용 김 전 회장, 해외 도피해 처벌 피했지만…

법무부 개정안에 기록된 소멸시효 정지는 시효의 완성을 유예하는 것으로, 합당한 이유가 있을 때 시효의 진행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고 그러한 사정이 없어졌을 때 다시 나머지 기간을 진행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이러한 법무부의 행보는 최근 있었던 라임자산운용 사태(이하 라임 사태)가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라임 사태는 김봉현 전 라임자산운용 회장이 스타모빌리티와 수원여객의 약 1,000억원 가량 되는 회삿돈을 횡령하고, 정치권에 금품을 주는 등 여러 정황으로 인해 재판에 회부되어 중형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해외로 밀항을 시도했던 사건을 말한다.

김 전 회장은 재판 중일 때 시효가 정지되지 않는다는 사각지대를 노리고 결심공판 직전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인근에서 전자팔찌를 끊고 잠적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도주 15일 전, 밀항 정황을 포착해 구속영장과 보석 취소 신청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했다. 피고인이 사라진 현재, 재판은 연기되었으며 재개될 기약이 없는 상태이다. 

만일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도피한 것이 확실하다면 25년이 지난 뒤 처벌을 피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법무부의 이번 개정안은 검찰의 지속적인 요청에 의한 것으로, 이미 도피한 피고인들에 대해서도 개정법이 적용될 전망이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돼 시행되면 김 전 회장은 재판시효가 정지돼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공소시효 폐지 논쟁, 법망 안정 vs 피해자 배려… ‘중용’적 해결 필요

일부 국민들은 공소시효라는 제도 자체를 없애지 않고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공소시효를 폐지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과거에 25년인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발의된 바 있었다. 

공소시효 폐지에 찬성하는 국민들은 공소시효 자체가 사건의 피해자에게 불리한 제도이며, 공소시효 이후 진범이 밝혀져도 처벌할 형벌권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처벌해야 한다고 전 국민이 공감하는 만큼, 국민의 법 감정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이 공소시효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공소시효가 폐지된다면, 한정된 인원이 오래된 사건을 계속해서 추적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사건에 집중할 수 없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또 일정 기간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의 처벌 감정이 낮아져 범죄자에 대한 처벌 필요성이 낮아지고, 공소시효 기간 동안 형벌에 준하는 범죄자들의 고통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법제도 자체가 사후 처벌과 범죄의 사전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공소시효가 이에 적합한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법의 안정과 피해자에 대한 배려 사이에서 공소시효는 여전히 표류하고 있는 듯하다.

법무부의 이번 개정 시도는 이러한 관점에서 중용을 이뤄낸 듯 보이나 개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와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더욱더 안전한 사회를 위하여 앞으로도 법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법 개정에 사법부와 행정부, 입법부 모두의 노력과 국민의 관심과 요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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