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오세훈의 ‘휴전’, 전장연은 목표 달성, 피해는 국민들만

오세훈 서울시장, 전장연과 예산통과 전까지 일단 ‘휴전’ 선언 내년 6천억 장애인 예산은 국회 계류 중, 큰 문제 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해석 많아 오 시장과 전장연이 승자, 출근길 피해 보고 사과 한번 못 받은 국민은 패자라는 해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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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간 ‘전장연’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 <출처=㈜파비 DB>

1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장연에 휴전을 제안했다. 하루 전인 18일만 해도 무정차 통과 맞대응과 게릴라 기습시위 등으로 서로 날을 세우던 것이 급격하게 전환된 것이다.

전장연은 입장문에서 차별적인 사회적 환경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있는 자세와 소통이었다며, 오세훈 시장의 제안을 그런 소통의 자세라고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20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잠정 중단하기로 선언했고, 주로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시위가 잦았던 만큼, 4호선 승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오세훈 시장은 전장연이 그동안 장애인권리예산 증액을 주장했다며, 이미 국회가 장애인 관련 예산 증액에 합의한 상태인 만큼 내년도 국가 예산안 처리가 진행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입장이다. 국회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 전장연 탓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출처=전장연 공식 SNS>

오세훈 시장의 ‘휴전’ 제안, 사실상 승자의 아량?

이번 ‘휴전’ 제안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으나, 여당 관계자들은 사실상 승자의 아량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6천억원의 예산 증액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장연이 시위를 멈추지 않자 무정차로 강경 대응을 해 왔으나, 사실상 예산 증액이 확정된 만큼 전장연에 퇴로를 열어줘 시위를 조기에 종료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지난 18일에는 무정차에 대응해 전장연에서 게릴라 기습시위로 맞서자, 아예 승객 전원을 하차시키고 해당 열차를 차고지로 보내는 수단으로 맞대응을 해 왔으나, 여전히 시민 불편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산 증액이 통과되지 않는 것이 정치권 내부의 문제인데, 굳이 시민 불편이 계속될 필요가 없다는 판단 아래, ‘휴전’이라는 모양새로 좀 더 일찍 시위를 종료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접근을 했다는 것이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이번 시위로 전장연은 얻을 것을 다 얻은 반면, 피해를 본 시민들에게 전장연의 사과 한마디 없었던 부분은 지적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도 따라 나왔다. ‘휴전’ 선언 조건에 오세훈 시장의 책임 있는 자세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한 것을 넘어, 시민들에게 그간 많은 피해를 준 만큼, 휴전 제안을 받아들여야 시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문구가 빠진 것이 아쉽다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시선은 개선됐나?

시민들은 이번 전장연 시위 사태에서 전장연은 자기 이득을 다 챙긴 반면, 시민들이 본 손해는 아무런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서울 4호선을 이용해 출근하는 한 승객은 “차량 방송으로 전장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회사에 미안한 마음도 많았고, 자원해서 연장 근무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며 “시민 불편을 이렇게까지 끼쳐놓고 자기네들의 목소리를 들어줬으니 휴전이라니 어이가 없다”는 불평을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시민은 “장애인들은 6천억 받아서 좋겠지만, 그 6천억원은 모조리 우리가 피해 본 비용”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기도 했다. 아직 내년도 국회 예산안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지만, 6천억원의 추가 장애인 지원 예산이 편성된 데다, 전장연 시위에 따른 국민 불편이 지난 1년간 보도된 만큼, 금액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장연 시위 사태를 통해 장애인 예산액이 증액되기는 했지만, 장애인들도 큰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고 해석한다. 일반적으로 노조 등이 파업 시위를 벌일 경우 국민 반응이 이해에서 비호감으로 바뀌기 전에 정책 합의가 이뤄져야 이미지에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 전장연 시위가 무려 1년이나 이어진 데다, 시민 불편이 가속화되며 비호감 이미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 7일간 ‘전장연’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 <출처=㈜파비 DB>

오세훈이 얻은 것, 전장연이 얻은 것, 국민이 잃은 것

여당 관계자들은 이번 ‘휴전’ 선언이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당내 강성 지지층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줘 입지가 축소된 것이 아니냐는 평이 나오나, 이른바 ‘따뜻한 보수’라는 이미지를 쌓아 대외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는 해석이다. 어차피 전장연이 6천억원이라는 성과를 얻는 것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에 정치적인 자산을 더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는 것이다.

반면, 국민들은 불편을 감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장연에서 공식적인 사과 한번 받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에서 화물연대와 건설현장의 연이은 파업에 강경 대응으로 대처하면서 ‘떼를 써도 안 들어주는 정권’이라는 이미지가 구축되어 향후 불법 파업의 여지를 크게 줄여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는 반면, 전장연과의 협의는 국민들이 피해를 봤음에도 이익 집단에게 양보했다는 메세지가 전달됐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여론 분석에도 국민 불편에 대한 불만은 그대로 드러난다. ‘전장연’ 키워드에 ‘지하철’, ‘시위’와 더불어 ‘불법’, 피해’, ‘시민들’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지원’, ‘세금’이라는 단어가 같은 그룹으로 배정됐다. 인터넷에서 대중들이 소비하고 있는 전장연 관련 콘텐츠에 시민 불편과 세금이 함께 묶여 하나의 사고 흐름 내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결된 그룹에는 ‘예산’, ‘이용’이 등장하는 것도 국민 세금이 전장연의 목적대로 쓰이는 것에 대한 시민 인식이 반영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이어 위의 네트워크 그래프에서 ‘예산’에 연결된 키워드로 ‘권리’, ‘경찰’, ‘정차’, 처벌’ 등이 붉은색 키워드 그룹에 나타난다.

크게 하늘색, 녹색, 붉은색 키워드 그룹이 전장연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한 인식, 예산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쓰이는 것에 대한 인식, 불편함에 대한 처벌에 대한 기대감으로 구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파업을 벌이는 이익 집단은 자신들의 이익이 관철되는 것과 관계없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반드시 사과하고 가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했는데, ‘휴전’ 협상을 제안하면서도 이 부분이 빠졌다는 지적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과연 오세훈 시장이 ‘따뜻한 보수’라는 이미지로 외연 확장을 하는 데 도움이 됐을지 물음표가 남는다는 것이 한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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