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힘 당대표 결선투표제가 나경원, 유승민에게 시사하는 점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당원 100%에 이어 결선투표제까지 도입, 사실상 유승민 전 의원 탈락시키기 위한 꼼수라는 해석, ‘승부조작’ 표현까지 나와 결선투표는 나경원, 유승민 두 의원 간의 대결로 정리될 것이라는 해석 지배적 1차 투표에서부터 쏠림 현상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 못 해 유 의원과 ‘군소후보’들 연대 통한 제 식구 챙기기 나타날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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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전 대표 궐위로 공석이 된 당 대표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그간 논란이 되었던 당원투표 확대 부분이 당원 100%로 확정되며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결선투표제마저 도입되면서 파장을 낳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번 규칙 개편이 철저하게 유승민 전 의원의 당 대표 도전을 좌절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표면적으로는 정당민주주의를 주장하며 당심 비율을 늘리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이른바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당 외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당원 100% 확대 결정의 주된 이유라는 것이다. 이어, 결선투표제가 도입됨으로써 유승민 전 의원을 제외한 누구라도 결선에 올라가면 몰아주기 득표가 나올 것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예상이다.

反유승민, 親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도록 이중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자신의 별명인 ‘치타’ 모형을 놓고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는 유승민 전 의원 <출처=유승민 전 의원 SNS>

사실상의 ‘승부조작’, 나경원, 안철수, 유승민의 온도차

이번 개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도 당원 100%로 경선을 치르는 만큼 논란은 금방 잦아들었으나, 결선투표제를 놓고는 설왕설래가 오간다. 19일, 경선 규칙이 발표되자마자 反유승민 후보 중 가장 강력한 지지층을 확보한 나경원 전 의원은 더 이상 연대 없이 홀로서기를 시도하겠다고 발표했다. 당 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 2위 이상이 사실상 확실시되는 가운데, 결선투표에 올라가면 反유승민 표심이 본인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굳이 다른 후보와 연대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에 가깝다.

반면 1위 경쟁을 위해 고군분투가 예상되는 안철수 의원은 주먹구구식으로 갑작스럽게 당원 100%와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안 의원은 ‘골목대장이나 친목회장 선거 아니냐’는 반응으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규칙 변경안이 주먹구구식 변경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바뀐 규칙대로라면 안철수 의원의 현실적인 최대치는 1차 투표 기준 3위 득표다. 기존 국민의당 지지세력이 지난 대선 중 단일화를 거치며 국민의힘에 통합된 상태이기는 하나, 당내 지지기반이 미약하기 때문에 자칫 3위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막장 드라마’라며 기습 변경에 대한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설령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더라도 결선투표에서 자신이 떨어지도록 ‘親윤 몰아주기’가 나타날 것이 자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대통령 명령에 따라 윤핵관들이 이거는 유승민 하나를 죽이기 위해서 한 폭거”라며 “그분들의 목표는 당을 100퍼센트 윤석열 대통령 1인의 사당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강한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나경원 전 의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임명 당시 <출처=대통령실>

각 후보별 투표 셈법, 1차 투표 30% 내외가 최대치 예상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실상의 ‘승부조작’이 아니냐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결선투표에 올라갈 확률이 가장 높은 나경원 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여의도 정가에서 예측하는 유승민 전 의원의 1차 투표 최대득표율은 약 30%다. 지난 4월의 경기도 지사 경선에서 유승민 후보가 親윤계 김은혜 후보와의 경쟁 중 당원투표에서 28.82%를 득표했던 부분에서 비롯된 수치다. 국민의힘 주요 지지층이 모인 TK, PK 지역에서 좀 더 지지율이 낮기 때문에 1차 투표의 최대득표율을 20% 중반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안철수 의원의 경우, 속단할 수는 없으나 국민의당 계열 인원과 전국적인 지지도로 약 10% 내외의 지지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여론조사 상으로도 안 의원은 그 정도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여론조사꽃’의 주례여론조사 세부결과(여론조사꽃 자체조사·지난 11~12일·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최종 1001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통신 3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ARS·응답률 5.7%)를 보면, 당원 표심과 가장 유사하다고 평가되는 국민의힘 지지층의 경우 나경원 29.4%, 안철수 15%, 김기현 8.5%를 기록했다. 유 의원과 안 의원이 이른바 親윤 그룹과 거리를 둔 후보군으로 합계 득표가 최대 40%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나머지 60%의 향방에 대해 명확한 예측은 어려우나, 대체로 나경원 전 의원이 전체 親윤 표심의 절반 이상의 득표력을 가졌다는 것이 여의도 정가의 공통된 견해다. 실제로 나 의원은 지난 2021년 6월에 있었던 지난 당 대표 경선의 당원투표에서 61,077표(40.93%)를 득표했다. 이준석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후보군이 이번 경선에도 하마평에 오르는 주호영 의원, 조경태 의원 등으로, 정가에서는 親윤 득표력이 높은 김기현, 장제원 의원 등의 변수를 제외하면 이번에도 나 의원이 30% 이상의 당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결선투표가 확정된 이상 나 의원과 유 의원이 전체 50%~60%를 1차 투표에서 가져갈 것”이라며 “아예 1차 투표부터 군소후보가 몰락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로렌트 보우튼 (Laurent Bouton) 조지타운 대학 교수 <출처=조지타운 대학교>

1차 투표에서부터 군소후보 몰락 가능성도, 결국 나경원 vs. 유승민 구도로 구축

조지타운 대학 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인 로렌트 보우튼(Laurent Bouton)의 지난 2013년 논문 ‘결선투표제 하의 전략적 투표 이론’에 따르면,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1차 투표에 선호하는 후보에게 투표한 뒤, 2차 투표에 ‘차악’을 선택해 양당제 논리의 근간이 되는 ‘뒤베르제의 법칙(Duverger’s Law)’과 같은 결론이 나올 것을 예측할 수 있으나, 3위 이하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매우 낮을 경우 1차 투표에서부터 양당제와 동일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같은 해석을 바탕으로, 여의도 정가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결국 유승민 전 의원과 연대에 나서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나 의원은 결선투표에서의 당선을 확신하는만큼 다른 후보들과 연대를 고려조차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반면, 유 의원은 결선투표에서 50:50을 만들기 위해 지지세력 확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2018년 안 의원의 국민의당과 유 의원의 바른정당이 합당해 만들어졌던 바른미래당이 국민의힘 아래에 속한 모습이 된다.

안 의원과의 연대에도 여전히 50% 이상 득표가 어려운 만큼, 연대 불가 방침을 밝힌 나 의원과 달리 유 의원이 물밑에서 親윤계와 거리를 둔 후보들과 접촉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예상되는 후보군은 지난 당 대표 경선에 나왔던 조경태 의원이다.

정가에서는 설령 유-안-조 연대가 성사된다고 해도 과반 득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결선투표제가 없었다면 나 의원과 親윤계 의원 간의 다툼에 유승민 전 의원이나 안철수 의원이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도 있으나, 결국 親윤-反윤 구도가 구축되면 당내에서는 親윤이 다수파이기 때문이다.

로렌트 보우튼 교수의 이론에 따르면, 1:1 경쟁에서는 언제나 밀리는 ‘콩도르세 패자(Condorcet loser)’가 결선투표 시스템에서 이길 수 있는 극적인 경우는 이론적으로 1차 투표 종료 요건이 50% 이상 과반이 아니라 40%, 혹은 2위 후보와의 격차가 10% 이상 등으로 정해져 있을 때에 한정된다고 밝혔다. 단, 결선투표가 바로 치러지지 않고 군소후보 간 연대가 이뤄지는 경우에는 다른 결론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보우튼 교수가 ‘오르테가 효과(Ortega effect)’로 명명한 가능성이 유승민 전 의원에게 나타날 확률은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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