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속 흡연 장면, 미디어의 청소년 보호 충분한가

최근 3년 영화 49.6%, 드라마 60.3% 흡연 장면 포함 OTT 자체 등급 분류제에 쏟아지는 우려 “인기작 안 보면 대화 안 통해” 청소년 보호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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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최근 3년 동안 국내에서 방영된 영화와 드라마 절반가량에 담배가 등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년들은 이런 환경에서 안전한 걸까?

11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하 KHEPI)은 2019년부터 3년간 공개된 영화와 드라마, 웹툰에 얼마나 많은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노출됐는지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영화 272편, 드라마 78편, 웹툰 152편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영화는 49.6%, 드라마는 60.3%가 담배를 등장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웹툰은 64.5%의 작품에서 담배가 노출됐다. 장르를 막론하고 담배가 등장한 작품들 가운데는 전체 관람가도 상당수를 차지해 청소년의 모방 흡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조사에서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흡연을 하는 인물은 성인에 국한되지 않았다. 먼저 드라마를 살펴보면 78편의 드라마에서 총 163차례의 흡연 장면이 나왔다. 47편의 드라마가 평균 3번 이상의 흡연 장면을 포함했고, 이 가운데 청소년의 흡연 장면은 26번에 달했다. 이는 전체 흡연 장면 중 16%에 해당한다. 영화 역시 청소년들의 흡연 장면 노출에 거리낌이 없다. 2019년 영화에서는 2.2%를 차지하던 청소년 흡연 장면은 2021년 5.6%를 기록하며 두 배 넘게 뛰었다.

KHEPI 관계자는 “OTT는 TV를 비롯한 기성 매체에 비해 관련 가이드라인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갈수록 늘어나는 OTT 이용률에 비해 OTT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청소년들의 OTT 이용률이 높은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KHEPI가 지난해부터 금연응원단과 함께 진행한 ‘미디어 콘텐츠 내 흡연 장면 점검’에서는 TV 콘텐츠와 달리 OTT 콘텐츠에서는 흡연하는 장면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그대로 노출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는 OTT 콘텐츠와 TV 콘텐츠의 심의 기준이 달라서 비롯된 문제다. TV 콘텐츠가 「방송법」의 규제를 받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등급 심의를 받는 반면, OTT 콘텐츠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영상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심의를 받는 받는다. 이처럼 적용법과 심의 기관이 달라 담배나 흡연 등 노출이 허용되는 소재나 기준이 다르다. 방심위의 기준에서는 19세 관람가 등급에 해당하는 장면이 OTT에서는 15세 관람가 판정을 받는 경우도 많다.

TV 콘텐츠에 적용되는 방송심의규정 제28조(건전성)는 “음주, 흡연, 사행행위, 사치 및 낭비 등의 내용을 묘사할 때는 이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보통신망법」에는 흡연 장면에 대한 가이드가 마련되어있지 않다. 단지 불법 정보 유통이나 유해 사이트 등에 대한 규제만이 나열되어 있어 OTT 콘텐츠를 심의할 수 있는 기준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오는 4월부터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의 개정으로 OTT 영상물은 영등위의 심의 없이 자체적인 등급 분류를 거쳐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게 된다. OTT 업계는 크게 환영했지만, 이는 결국 TV 콘텐츠와의 간극이 더욱 커질 것을 시사한다. 이는 청소년의 흡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호기심이 왕성한 청소년기에 미디어가 그리는 적나라한 흡연 장면을 자연스럽게 접할 경우 흡연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져 모방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디즈니+

최근 가장 화제작인 넷플릭스 <더 글로리>와 디즈니+ <카지노>, 티빙 <술꾼도시여자들> 시리즈의 경우 세 작품 모두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분류됐지만,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OTT 내 연령 제한 기능이 사실상 강제성이 없어 청소년들의 접근을 막지 못하고 있기 때문. 자동 로그인 기능을 사용하는 디바이스에서 한 번만 성인 인증을 하면 최대 1년 동안 모든 콘텐츠를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세 작품 모두 주연으로 등장하는 배우의 흡연이 자주, 길게 등장한다.

“인기작을 안 보면 대화에 참여할 수가 없다”는 말처럼 실제 청소년들의 OTT 이용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제4차 청소년보호종합대책’에 따르면 일주일에 5일 이상 OTT 서비스를 즐긴다는 청소년은 70.9%로 3년 전(15.4%)과 비교해 4배 이상 늘었다. 직접 OTT 서비스를 구독하지 않아도 요약본 등이 난무하는 유튜브, 틱톡 등에서도 2차 콘텐츠를 아무런 제재 없이 시청할 수 있다.

영비법 개정으로 실시되는 OTT 자체 등급 분류제에 가장 큰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국내 OTT 업계다. “적극 환영”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청소년 보호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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