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저출산 정책 승부수 던진 나경원, 당대표 나올까

친윤계, 지지율 1위 나경원에 잇단 불출마 종용 나경원, 대출 원금 탕감이라는 파격 정책 내놔 나경원, 내각 입성을 노린다는 얘기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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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국민의힘 당 대표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당 안팎의 불출마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친윤계가 김기현 의원으로 소위 ‘교통정리’를 마무리한 가운데, 나 부위원장이 ‘더 유의미한 일’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 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소통 후 결정한다는 입장인데, 일각에서는 내각의 자리 등을 약속 받아야만 나 부위원장이 당대표 선거 불출마 결심을 굳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윤계, 연달아 나경원 불출마 종용 메시지 내놔

여당 내 대표적인 친윤계 의원으로 꼽히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6일 한 방송에 출연해 “정치인으로서 유의미한 일에 조금 더 많은 집중을 해 주셨으면 한다”며 사실상 나 부위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나 부위원장을 향해 “(출마는) 본인의 선택인데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상관없지만), 지금 하시는 일도 충분히 너무나 유의미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2030세대 친윤계 인사로 손꼽히는 5일 청년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 또한 나 부위원장을 겨냥, “저출산 고령 사회의 위기, 기후위기는 인류가 맞닥뜨린 위기다. 거기서 뭔가 성과를 내고 대한민국의 미래 아젠다를 제시하는 건 당 대표 하는 것 이상의 중요성을 가질 수 있다”며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한 당 지도부 구성에 헌신한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평가를 받아야 당원들로부터 오래오래 인정을 받을 것”이라며 사실상 나 부위원장이 당 대표 출마를 재고할 것을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나 부위원장은 당 대표 출마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그는 5일 저고위 신년 간담회에서 “아직은 여러가지 고민을 하는 단계”라며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해서는 그 자리(당 대표)에서 더 크게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들이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한다”고 밝혔다. 당 대표직에 대한 의지는 있지만, 아직 윤심(尹心)을 확인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저 회동을 한 김기현 의원과 회동이 예정돼 있는 안철수 의원과 달리 나 부위원장은 윤 대통령과의 회동 소식은 아직 없다. 지난 총선에서 낙선해 원외 인사라는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장관급 정무직 자리를 그만두고 나갔다가 선거에서 패배라도 하게 되면 정치적 재기 확률 및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확보하고 있는 국민의힘 지지층 내 지지율 1위라는 상황을 나 부위원장이 선뜻 내려놓으라고 하기엔 나 부위원장에게 지나치게 큰 희생을 요구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비윤계 의원은 “무언가를 나 부위원장에게 약속하고 불출마를 종용해야 하는데, 대통령실의 의지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진=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홈페이지>

저고위 부위원장으로서의 나경원 직무수행, 일단은 합격점

한편 나 부위원장의 현재 ‘본업’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의 직무수행은 기대치 이상이라는 평가다. 그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의 저출산 대책은 수요자 입장이 아니라 공급자 위주로 마련된, 한마디로 출산을 강요하는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잘못됐다”며 “청년들이 경제적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잘못된 정책은 과감히 폐지하거나 보완하고 그동안 도입되지 않았는데 꼭 필요한 정책은 과감하게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 부위원장은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과 적응은 국가의 존립과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전 국가적인 어젠다”라며 “지금도 신혼부부나 청년에 대한 주택 구입, 전세자금 대출과 관련한 지원책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충분한 측면이 있다. 조금 더 과감하게 원금 부분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탕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나 들여다보고 있다”며 헝가리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헝가리는 정책적으로 결혼한 신혼부부에게 4000만원을 대출해주고 첫 자녀 출산 시 무이자로 전환하고 둘째 출산시 원금 일부 탕감, 셋째 출산시 원금을 전액 탕감해줬다. 4명 이상 낳은 여성에게는 소득세 평생 면세 혜택도 줬다. 이러한 정책 덕인지, 헝가리는 2011년 1.23명의 출산율이 2018년에는 1.55명으로 7년 만에 26% 상승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이에 온라인 상의 반응은 뜨거웠다. 나 부위원장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서는 “이런 정책은 동의한다”, “포퓰리즘이 아니라 이렇게 해도 이미 늦었다”, “안 나쁘다. 나경원 뒷받침하는 관료들이 꽤 우수한 것 같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에서도 “오늘 나경원 발언에는 공감이 간다”, “해외 사례보면 돈 주는게 직빵이다”, “돈 안 주고서 저출산 해결한 케이스 없다고 못 박았는데, 현실을 잘 파악한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즉 나 부위원장의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종용한 친윤계 인사들의 말대로, 저출산 문제 해결에 집중했을 때 오히려 더 나은 성과를 보일 수도 있고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이미지 개선에도 훨씬 도움될 수 있다. 출산과 자녀 양육, 경력 단절 등을 직접 겪어 본 여성이기에 저출산 문제 해결에 있어서 메신저로서의 권위도 선다는 분석이 많다. 수치로 금방 드러나기에 성과 역시 가시적일 수 있다. 성과가 있을 경우 향후 내각의 좋은 자리를 얻게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친윤계 원외 인사 A씨는 “나 부위원장이 바라는 것은 어쩌면 당 대표직이 아니라 국무총리직과 같은 내각의 좋은 자리일수도 있다”고 귀띔한 바 있다. 결국 선택은 오롯이 나 부위원장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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