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43조 엔 투입” 안보 핵심 문건 개정하며 군사 대국 시동 거는 일본
중국과 북한 견제, 5년 뒤 방위 예산 현행보다 2배인 GDP 2% 규모로 책정 적 기지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 공식화, 일본에서도 논란 한국 국회입법조사처 “군비 경쟁 확대와 군사적 긴장 고조 등을 초래할 수” 우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16일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 등 안보 관련 3개 핵심 문건의 개정을 결정했다. 국내 국회입법조사처는 30일 ‘이슈와 논점 – 일본 안보 관련 정책문서 개정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번 개정은 전후 일본의 안보 정책의 대전환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반격 능력의 보유’와 ‘방위비의 대폭 확대’를 골자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안보 정책 전환이 군비 경쟁 확대와 군사적 긴장 고조 등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한일·한미일 협의의 틀을 활용해 일본의 설명책임 및 투명성 확보를 요구하고, 우리의 입장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일본 정부의 문건 개정을 두고, 한국과 미국의 반응은 상반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 일부에선 일본이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변모하고 있으며, 군사 대국화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이번 개정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중국과 북한, 러시아를 견제하며 5년간 방위력 증강에 43조 엔 투입
안보에 관한 일본의 3개 핵심 문건을 살펴보면, ‘국가안전보장전략’은 일본 외교·안보 정책을 포괄하는 지침으로 최상위 문서다.
‘국가방위전략’은 일본 방위 정책의 기본방침이고, ‘방위력 정비계획’은 ‘국가방위전략’에 따른 방위력의 구체적인 정비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전략’은 2013년 제정된 이후 이번에 첫 번째 개정을 했다. 현재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하고 복잡한 안보 환경에 직면해 있으며, 외교력을 통해 바람직한 안보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는 뜻을 강조한다. 특히 중국과 북한, 러시아를 견제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의 대외정책과 군사에 대해서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북한 핵·미사일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대해서도 “일본 안보에 ‘심각하고 시급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밖에 중국과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러시아 역시 “강력한 ‘안보적 우려 사항’”으로 간주하고 있다.
‘국가방위전략’은 일본의 방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접근방식과 수단을 설명하는 문서다. 일본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생활을 지키기 위해 방위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를 위해 자체 방위력을 강화하고, 미국과 협력해 대처 능력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토마호크 미사일과 같이 적의 사정권 밖에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미국과 함께 정보수집에 협력하고 우주, 사이버, 전자파를 포함하는 작전을 실시해야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방위력 정비계획’은 자위대 역량 강화 사업이나 체제, 예산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문서다. 2027년까지 일본에 대한 침공이 발생하면 동맹국 지원을 받아 대응하고, 자위대의 역량 강화를 위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비롯한 방어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사이버 보안도 강화하기 위해 2027년까지 자위대 사이버 관련 부대 규모를 4,000명으로 확대할 예정임을 밝혔다. 방위 장비 이전이나 자위대 통합 운용을 비롯한 방위 계획을 실시하기 위해 향후 5년간 43조 엔을 투입하기로 명시하고 있다.
적 기지 타격하는 반격 능력 보유 공식화. “정확한 기준 불분명” 일본 내에서도 논란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이번 안보 관련 3개 문건 개정은 일본 내에서도 반격 능력 행사의 시점, 방위비 재원확보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주요 쟁점을 분석했다.
우선 반격 능력 행사와 선제공격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후 일본 헌법은 공격을 받을 경우 자위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서 방어력을 행사한다는 ‘전수방위의 원칙’을 규정했다. 그동안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확실시되는데 이를 방어할 다른 수단이 없는 경우에 적 기지를 공격하는 것이 자위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법리적으로 해석해 왔지만,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진 않았다. 이번 개정을 통해 적 기지 공격 능력에 해당하는 반격 능력의 보유를 공식화한 것이다. 보고서는 “언제 상대방이 무력 공격에 착수한 것으로 볼 것인지, 어떻게 이를 파악할 것인지 판단기준이 불분명한 것이 일본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며 “자칫 일본의 반격 능력 행사가 국제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선제적 자위권(anticipatory self-defense right)의 범위를 벗어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존 해석은 무력 공격을 방어할 다른 수단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했지만, ‘미일 안보조약’에 따라 사실상 미국이 타격력을 제공해 왔기 때문에 반격 능력 보유의 근거가 희박하다”는 일본 내 지적도 소개했다.
방위비 확대와 재원 문제도 제기된다. 이번 개정에선 방위력 강화를 위해 2027년 방위 예산이 GDP의 2%에 달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방위비로 약 43조 엔(약 415조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는 현행 예산 27조4,700억 엔의 1.5배다. 보고서는 “일본은 GDP의 1% 이내로 방위비를 지출해 왔다”며 “해마다 방위 예산이 증가했지만, 2022년 예산은 GDP의 0.95%였다는 점에서 2% 규모는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일본 여론은 방위비 인상 방침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방위비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북 반격이 가능해지면 한국 주권 침해로 해석될 수도
일본 내에서는 이번 안보 관련 3개 문건 개정의 목표를 중국에 대한 견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2013년엔 중국을 “국제적 우려”로 표현했지만, 이번 개정에서 “사상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란 표현을 통해 견제 수위를 높였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일본의 반격 능력 보유, 방위비의 대폭 증대, 방위 장비 이전 확대 등은 주변국과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며 “군비 경쟁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안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일본의 북한에 대한 반격 능력 행사는 한국에 대한 주권 침해로 해석될 수 있으며, 한국 의지와 상관없이 한반도가 위기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일본에서도 주변국과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우려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는 일본이 다른 나라의 위협이 되지 않도록 설명책임과 투명성 확보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반도 유사시 한일 대응은 미국과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한미일 대화의 틀을 활용해 한국 입장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