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거법 개정 ④ 선관위, 대폭 바뀐 공직선거법 국회에 제출
선관위, 논란의 ‘제90조’ 포함해 대폭 바뀐 공직선거법 개정안 국회 제출 소품, 표지물 이용한 선거운동 확대해 표현의 자유 증진 국민 알권리 충족 위해 선거여론조사 공표금지기간 폐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른바 논란의 ‘제90조’ 개정 및 `선거여론조사 공표·보도 금지기간`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의견을 18일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표현의 과도한 제한 논란이 있어온 공직선거법 제9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위헌) 결정을 내린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선관위, 광고물, 광고시설 및 표찰·표시물 이용한 선거운동 전면 허용 방침
현행 공직선거법 제90조는 선거일 전 180일 동안 ▲ 화환·풍선 등의 광고물이나 광고시설을 설치·진열·게시·배부하는 행위 및 표찰이나 표시물을 착용 또는 배부하는 행위와 후보자를 상징하는 인형·마스코트 등 상징물을 제작 및 판매하는 행위를 그 누구에게든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이에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를 크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계속 일었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있었던 선고에서 이런 포괄적 금지 조항이 과도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발맞춰 선관위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선거운동 및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 일반 유권자의 소품 또는 표지물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허용하며 ▲시설물과 인쇄물을 이용한 선거운동에 이르지 않은 정치적 의사표현과 선거운동에 이르지 않는 집회나 모임은 상시 허용하며 ▲인쇄물·소품을 이용한 선거운동 방법을 확대하는 한편,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연설회 등을 제한한 규정 역시 폐지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특히 선거운동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 시설물과 인쇄물을 이용한 정치적 의사표현 자체를 폭넓게 허용토록 해 그동안 ‘고무줄 잣대’ 논란을 불러온 선거 현수막 게재 문제가 일정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내로남불’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선거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가, 올해는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아 논란이 불거졌었는데 이러한 논란은 개정된 선거법 하에서라면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설물의 경우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후보자 현수막에 한한다. 또한 선거운동에 이르지 않는 향우회, 동창회 등 집회나 모임도 상시 허용한다.
선거여론조사 공표 및 보도 금지기간 사실상 폐지 수순
선관위는 또한 파격적으로 ‘깜깜이 선거’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는 선거여론조사 공표·보도 금지기간 또한 폐지하는 방향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08조는 누구든지 선거일 6일 전부터 투표 마감까지 실시한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는 여론조사 결과는 공표·보도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예외적으로 금지기간 개시 전에 조사한 결과는 ‘금지기간 전 실시’ 사실을 명시할 경우 금지기간 중에도 공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2017년 133개국을 상대로 실시된 세계여론조사협회의 조사 결과 약 60%의 국가가 선거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을 두고 있었고 5%는 아예 선거 전 여론조사를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33%의 국가는 결과 공표를 금지하지 않고 있었는데 대체로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꼽히는 나라일수록 공표금지 기간이 짧거나 규제하지 않고 있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스웨덴,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호주,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아일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즉 민주주의 선진국의 경우 선거여론조사를 규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대한민국의 법제도 이를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서 선관위는 여론조사 공표금지기간을 폐지해 여론조사가 유권자의 판단을 위한 참고자료로 전면 활용될 수 있도록 하되, 사전 투표를 한 사람에 대한 여론조사의 공표·보도만을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유권자의 합리적 판단을 돕는 참고자료로서의 선거여론조사의 유용성을 대폭 인정하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학계 일각에서는 “우려되는 부작용이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철저해야 한다”며 “선거여론조사와 관련된 가짜뉴스 확산 등에 대한 방지책이 확실히 세워져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 선거법 공소시효 확대 방침
또한 선관위는 또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안에서 현행 6개월인 선거범죄 공소시효를 1년으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선거가 임박해 발생하거나 인지한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가 시간에 쫓겨 부실해지는 현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선거범죄 공소시효 연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선거범죄의 경우 여러 학술연구를 통해 ‘암수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암수율을 낮추고 선거범죄에 대한 엄단이 가능하려면 공소시효가 길어져야 한다는 지적은 정치학계를 통해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사전투표소에 대한 출구조사 허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투표의 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사전투표자에 대한 출구조사를 허용해, 선거결과 예측의 정확성을 제고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