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2교대 명령에 반발하는 코레일 노조, 선진국은 어떻게?
계속되는 사고에 칼 빼든 정부, 안전·책임의식 강화한다. 노조는 반발 중… 뭐가 더 안전한가? 미국 등 선진국 교대제 원칙… ‘개인’ 존중되지만 ‘조직’우선주의
정부가 추가 철도사고를 막기 위해 한국철도공사 코레일에 3조2교대 근무제 복귀를 명령했다. 또 정부는 오는 2024년에는 열차 운행속도와 통과 톤수에 따라 점검·정비 기준을 차등화하는 ‘선로 등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철도 안전 강화대책’을 17일 발표했다. 최근 철도사고 증가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지난 1년간 열차 탈선사고가 3차례 발생했고 코레일 직원 4명이 사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년째 감소세를 이어오던 철도사고가 지난해부터 증가세로 전환됐다. 2012년 222건에서 2021년 48건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66건으로 늘었다. 국토부는 민간철도 안전전문가와 유관기관의 현장점검 결과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철도 안전 강화대책… 뭐가 바뀌나?
실제로 충분한 준비 없이 근무체계를 바꾸거나 경력이 부족한 신입사원이 위험한 업무를 맡는 등 조직관리에서 안전 우선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관제의 경우 구로관제소, 철도역(지방 관제), 본부 등에 기능이 분산되어 있어 사고 및 운행고장 시 열차 운행을 위한 관제탑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철도사고 및 운행장애 발생 시에 관제가 사령탑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코레일 본사, 주요 역 등에 흩어진 관제 기능을 통합한다. 이를 위해 109개 역에 흩어진 로컬관제 기능을 제2 관제센터 운영 시점까지 단계적으로 중앙관제로 수용하고 코레일 본부 소속의 관제 감독 등 관제의 독립성을 강화한다. 또 우수한 관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관제사에 대한 처우개선을 적극 검토하고 AI를 활용한 열차 운행 조정 등 시스템 고도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국토부 지방국토관리청에 철도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조직을 보강할 예정이다. 또 작업의 난이도와 장비 이동시간 등 현장 상황을 고려해 기본 작업시간 외 추가 작업시간을 확보하고 선로 분기, 레일의 미세균열 확인 등 정확성이 요구되는 점검은 낮 시간대(1시간)에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이와 함께 작업자의 업무와 책임을 명확히 하는 유지보수 실명제를 강화한다. 국토부는 이날 발표한 ‘철도 안전 강화대책’에 따라 기본 수칙을 준수하는 안전 문화가 뿌리내릴 때까지 민간 철도 안전 전문가(100명), 청소년정보단(100명) 등을 통해 안전 취약 요인을 상시 점검할 계획이다. 코레일이 자체적으로 차량 정비·설비 정비 업무의 품질을 감독·점검할 수 있도록 현장점검 기능을 보완하기로 했다.
4조2교대가 다시 3조2교대로
한편 국토부는 코레일의 4조2교대 근무체계에 대해서 3조2교대로 환원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한국철도공사는 2020년부터 주야간 휴일 형태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예산 문제로 일부 사업장이 3개 조 2교대로 복원됐다가 2023년 4개 조 2교대로 재개됐다. 그러나 철도사고가 잇따르자 국토부는 4조2교대에서 3조2교대로의 이전을 무기한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회사가 강제로 업무 유형을 변경하면서 인력을 제대로 충원하지 않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4조2교대 도입이 필요할 때는 안전도 평가 등 절차를 거쳐 국토부의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했다. 특히 코레일 노사가 합의한 4조2교대의 근무 안에 대해 주무 부처인 국토부에 변경 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노조는 반발하고 나섰다. 3조2교대의 경우 직원들이 연속으로 야간근무에 투입되는 상황이 발생해 안전에 더 취약할 수 있어 4조2교대로 개편한 것을 뒤늦게 국토부가 번복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한 4조2교대 도입은 철도업계에서도 코레일이 가장 늦게 도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사 간의 합의를 정부에 보고나 신고할 의무는 없고, 합의 당시 국토부도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국토부의 이번 지시는 오봉역 사망사고를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라며 “그동안 4조2교대로 인해 추가 인원을 논의했던 국토부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노조가 4조2교대를 선호하는 것은 직관적으로 이해된다. 주간 8시간 야간 15시간 기준으로 3조2교대 근무는 월 근무 시간이 230시간, 4조2교대 근무는 184시간이다. 근무 시간이 더 적다. 반면 회사로서는 인원을 더 채용해야 한다. 다만 급여나 휴일 등을 놓고는 현장과 노조의 시각이 다르기도 하다. 또 안전 문제가 이러한 교대 체제와 관련이 있다면 안전이 우선인 만큼 노조가 양보해야 할 수도 있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사고 조기 예방을 위한 정비실명제 시행, 신입사원 교육 강화, 결함 감지 장비 도입 등의 대책을 통해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라며 “회사는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대신 더 많은 기계를 사용하고 기존 인원들의 안전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조직‘ 우선하는 영·미
영국,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가용 인력을 일치시키도록 교대제를 설계한다. 특히, 경찰 등 교대제가 필수인 직역에 대해 활발히 진행된 연구들 덕분이다. 영국 국가경찰제도개선청(National Police Investment Agency)은 경찰 교대 근무자를 고려하기 위해 교대 시스템 설계 지침을 별도로 만들었고, 뉴욕경찰청(NYPD)은 각 팀 경찰관의 효율적이고 유연한 사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도별 인사성과 평가 과정에는 교대제에 관한 생각을 반영하기 위해 경찰관 개별 면담이 포함된다. 미 고용위원회는 직원들과의 심도 있는 협의, 정책 적용의 유연성, 모든 정책 결정이 논리적인 이유로 이뤄졌음을 경찰관에게 보여줄 수 있는 능력 등 경찰 지휘부에서 개선해야 할 정책을 권고한다. 이 접근법은 개인을 중요시하면서도 ‘조직’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방법을 채택한다. 이는 우리의 교대제 설계에 있어 가장 반영되어야 할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명소 국토부 제2차관은 “이번 철도 안전 강화대책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속해서 이행상황을 점검할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철도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