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년부터 차량 교체 시 저상버스 의무화, 교통약자 이동권 개선
국토부, 오는 2027년부터 노선버스 교체 시 저상버스 의무화 교통약자 이동권 개선 목표, 저상버스 비율 늘릴 것 저상버스 이용실태 부정적, 이동권 개선 위해서는 인식개선이 먼저
국토교통부는 오는 19일부터 노후화된 시내·마을버스와 농어촌버스를 새로운 차량으로 교체할 경우, 저상버스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여객자동차법상 노선버스 운송사업 중 시외버스를 제외한 모든 노선버스가 저상버스 의무 도입 대상이다.
노선버스 차량 교체 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2027년 시행할 것
국토부는 17일, 노선버스 차량 교체 시 저상버스 도입 의무 대상 및 예외 승인 절차 등을 규정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19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외버스의 경우, 단순 저상버스가 아닌 휠체어 탑승 설비를 설치한 버스를 설치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내·농어촌버스 중 좌석형 버스의 경우 현재 국가 연구·개발(R&D)을 통해 좌석형 저상버스 차량이 개발 중인 상황을 고려해 오는 2027년 1월 1일부터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도로의 구조나 시설 한계로 인해 저상버스 운행이 곤란한 경우 적용되는 예외 사항도 있다. 버스 운송사업자는 ▲해당 노선에 설치된 교량 등 도로 시설의 높이가 저상버스 높이보다 낮거나 ▲도로 경사가 급격히 변화해 저상버스 하부에 마찰이 발생하는 경우 ▲그 밖에 도로 시설·구조 등 기타 사유로 인해 해당 노선의 저상버스 운행이 곤란한 경우 등에만 노선별로 교통행정기관(지자체)에 저상버스 도입 예외 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 국토부는 예외 승인 이후에도 해당 사유를 해소해 추후 저상버스 도입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 절차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노력 탓에 전국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2021년 30.6%에서 2026년 62%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수상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정부는 저상버스의 원활한 도입을 위해 도입 보조금의 충분한 확보·배분 등 지자체와 협업을 강화하고 좌석형 저상버스 차량 개발 등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까지 시내 저상버스 62% 도입 목표, 운행 가능하게 도로·정류장 보완도
당초 국토부는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을 위해 2026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62%를 저상버스로 전환하고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도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4차 교통약자 이동 편의 증진계획’에 따른 것으로, 시설 개선을 위해 5년간 약 1조2,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를 통해 2021년 기준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30.6%, 농어촌버스는 1.4%, 마을버스는 3.9%, 좌석버스는 0%, 특별교통수단은 86.4%로 집계되었다. 국토부는 이를 2026년까지 각각 시내버스 62%, 농어촌버스 42%, 마을버스 49%, 좌석버스 차량개발 및 시범운영, 특별교통수단 10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고속·시외버스 노선 중 철도 이용이 어려워 버스 외 대체수단이 없는 노선 중심으로 휠체어 탑승 가능 버스 도입을 확대하고 여객터미널과 휴게소에 대한 이동 편의 시설 개선도 지속 추진한다. 지역 간 특별교통수단 서비스 격차 해소 및 24시간·광역이동 등 전국적 서비스 수준을 확보하기 위해 종전 지자체가 전담하던 특별교통수단 이동지원센터 운영비 일부는 국비 지원한다.
교통수단과 여객시설, 보행도로 등에 설치하는 휠체어 승강설비, 승강기, 경사로, 점자블록 등 이동 편의 시설도 확충·개선된다. 특히 저상버스 운행에 적합하지 않은 도로와 정류장을 개선해 이동 편의 시설 기준적합 설치율도 각각 83%와 66%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교통수단 중 이동 편의 시설 수준이 최하위로 평가되는 여객선의 경우 여객선 이동 편의 시설 개선사업을 통해 기준적합 설치율을 기존 37.8%에서 52%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이동 편의 시설 설치현황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 민간에 개방·연계해 교통약자 경로 안내 등 다양한 서비스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서울시는 2022년, 운행하는 시내버스 중 70%가 저상버스로 전환했다고 밝혔으며, 2025년까지 시내버스 운행 가능 노선 100% 저상버스 도입 계획을 밝혔다. 또 마을버스의 저상버스 비중도 확대해 2025년 73개 노선 235대 도입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작 교통약자 이용 힘든 저상버스, 이동권 개선 목적이라면 인식개선 선행되어야
국토부에서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개선하고 보호하려는 취지로 저상버스 확대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하다. 그러나 취재를 통해 실제 이용사례를 살펴봤을 때 저상버스를 이용할 수 없어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상당수였다.
저상버스 이용자 A 씨는 이용할 노선의 저상버스를 몇 대나 그냥 보낸 경험을 털어놨다. 타야 할 버스의 슬로프(경사로)가 고장 나서 태울 수 없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노선별로 저상버스의 운행 대수가 적어, 한 번 놓쳤을 경우 수십 분을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교통약자 B 씨는 휠체어에 탄 채로 손을 들어 탑승 의사를 밝혔지만 승강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기사가 슬로프 작동 방법을 몰라서 등등의 이유로 2시간 동안 탑승을 거절당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 버스 출도착 시간 정보는 잘 알 수 있지만, 저상버스의 경우 언제 운행하는지, 언제 도착하는지 여부를 알 수 없어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최근 서울시와 경기도 등 일부 지역에서 버스정보시스템(BIS)을 통해 저상버스 도착 여부를 알려주고 인터넷·ARS를 통해서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아직 상당수의 지역에서는 저상버스 운행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 C 씨는 저상버스의 목적 자체는 장애인들의 이동 편의를 증진시킨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속도가 느리고 운행시간이 지체되기 때문에 잘 타고 다니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출퇴근 시간의 경우 공간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승객들로 꽉 차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교통약자들의 휠체어가 들어설 자리가 확보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거나 저상버스 특성상 일반버스에 비해 좌석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의견도 있었다. 저상버스의 성공적인 확대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인식 개선 역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교통약자의 이동권 개선이라는 국토부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저상버스의 확대 및 관련 시설 확충이라는 하드웨어적 관점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버스 운송기사들이 교통약자 이동권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동의가 가능하도록 관련 내용을 기사 교육에 포함하거나,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교통약자와의 상생을 위한 시민의식 개선을 끌어내는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