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 재난적 수준” 국회도서관, 「의사 부족·의료공백에 대한 미국의 해결방안」 다룬 보고서 발간

2021년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2.1명, OECD 평균 3.7명의 56.8% 수준 의료기술 및 시스템 최고 선진국인 미국도 ‘의사 부족 현상’ 심화 의료취약지역 의료진에 인센티브 지급, 보건소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 마련 등 대응 나선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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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회도서관

국회도서관(관장 이명우)은 「의사 부족·의료공백에 대한 미국의 해결방안」을 다룬 『현안, 외국에선?』(2023-2호, 통권 제52호)을 발간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전 세계에서 의사 부족은 재난적인 수준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특히 지역별 불균형과 고령화, 의학의 세분화 등이 겹치면서 한국에서도 의사 부족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하지만 이 문제에 관해 어느 한 가지 대응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워지면서 다각적이고도 혁신적인 접근법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한국과 유사한 문제에 직면했던 미국은 그동안 연방 보건자원·서비스국을 중심으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다층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의 사례를 통해 한국에도 유용한 참고자료를 제공하고자 작성됐다.

이명우 국회도서관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의사 부족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어느 하나의 방안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며, 중단기적으로 가능한 모든 정책을 동시에 시행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에서 그동안 의사 부족 및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시도된 다층적 대처방안들은 한국의 현실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국은 물론, 의료 선진국 미국도 의료인력 부족 현상은 마찬가지

의회정보실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1명으로 경제협력개발 기구(OECD) 평균 3.7명의 56.8% 수준에 그쳤다. 특히 서울(3.4명)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평균 1.8명에 불과할 정도로 의사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의료기술 및 시스템 최고 선진국인 미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미국의과대학협회 ‘의사 인력 수급 추계’에 따르면, 2034년경 미국의 의료수요 대비 활동 의사 인력 공급이 3만7,800명∼12만4,000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문의에게 2차 진료를 받기 전 대부분의 진료와 치료 행위를 담당하는 1차 진료 의사의 경우, 1만7,800∼4만8,000명 정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 인력 부족은 고형화 및 인구증가에 따른 인구학적 문제가 주요 원인이다. 2019∼2034년 미국 인구는 약 3억 2,800만 명에서 3억 6,300만 명으로 10.6% 증가하고, 특히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42.4% 증가함에 따라 노인 전문 의료 분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직 의사 5명 중 2명 이상이 향후 10년 내 65세 이상이 되고, 이들의 은퇴 결정이 의료인력 부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의료진의 강도 높은 근무 환경도 문제다. 2019년 전미의사표본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의사들의 40%가 코로나19 이전에 주 1회 이상 번아웃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번아웃 증가 추세는 향후 근무시간 축소 및 조기 은퇴로 이어져 의료인력 부족 현상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 소외지역 의료진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미국 정부

미국 정부는 의료인력 부족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먼저 보건의료인력의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보건의료지원단(NHSC)을 설립했다. NHSC는 의료인 부족 지역에서 진료하는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학자금 대출 및 장학금 등의 지원을 통해 특정 지역의 의료인력을 양성한다. 미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NHSC를 통해 총 4만8천여 명의 의사가 의료취약지역에 연결됐고, 2020회계연도에는 9천여 명의 의료진에게 장학금과 학자금 상환 혜택이 주어졌다.

미국의 보건자원·서비스국(HRSA)에서도 의료 소외지역에 보건소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THCGME)을 지원하며, 지역사회 기반의 전공의 수련강화에 나섰다. 대학병원 및 지역사회가 협동해 지역주민에게 최상의 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전공의·의대생에게 지역사회의 1차 의료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 향후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THCGME 참가 의대생의 약 60%가 졸업 후 의료 소외지역에서 근무함으로써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센터의 예산 수십억 달러가 절감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미국의학협회에서 제시한 의사 재진입 프로그램(PRR)과 공익분야에서 일정 기간 이상 종사할 경우 학자금 대출 상환을 면제하는 프로그램(PSLF)도 의료인력 부족 현상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이때 PRR은 의사들이 임상 의료기술을 향상하도록 재교육해 진료행위 중단 이후에도 다시 1차 진료를 보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돕는다. 특히 대부분의 주에서 2년 정도 임상에서 벗어났던 의사에게 임상으로 돌아가기 전에 이 PRR을 진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겪으며 의사 부족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인구증가와 고령화, 의학의 세분화 등이 겹치면서 한국에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의사 부족 현상은 어느 하나의 방안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며, 중단기적으로 모든 정책을 동시에 시행해야 하는 문제다. 그간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시도된 미국의 대응들이 국내에서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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