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지금처럼 긴밀한 적 없었다” 굳건해진 美-日 동맹

동맹 강화하는 미일, 일본 안보 역할 확대한다 대만 유사시 대응과 대중(對中) 경제 정책엔 입장차 보여 심화하는 미중 패권 경쟁, 일본 대응 참고해 외교 난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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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가 24일 ‘2023년 미일 관계 주요 현안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편 지난 1월 미일 안보협의위원회와 미일 정상회담이 잇달아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 결과를 두고 ‘미일 동맹의 일체화’로 일컬어질 만큼 양국 관계의 심화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분간 일본의 안보 역할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일 관계의 동향을 지켜봐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동맹 강화하는 미일, 양국 안보 범위 우주까지 확장

미일 안보협의위원회는 미일 외교 국방·장관이 모여 양국의 안보를 논의하는 협의체로, 지난 달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이번 회의는 질적인 측면에서 미일 동맹의 일체화를 견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국은 중국의 행보가 인도·태평양지역 및 국제사회의 ‘최대의 전략적 도전’임을 공동선언문에 명시하고 ‘동맹의 현대화’와 관련하여 동맹의 효과적인 지휘·통제 관계를 검토하겠다 밝혔다. 나아가 우주 공간에서 미국의 대일 방위 의무 규정인 ‘미일안보조약’ 제5조의 발동 조건을 확인하는 등 미일 간 안보 범위를 확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일 정상회담 결과는 이전 양국 간 정상회담 논의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일본의 방위 능력 강화 및 방위예산  증대 결정은 2022년 5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밝혔던 사안에 대한 이행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 기시다 총리는 작년 12월 말 발표된 국가안보전략에 따라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한 방위 능력 증진에 관해 설명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는 후문이다. 양국 정상은 일본의 이러한 대응이 국제사회의 안전보장을 강화하고 21세기 미일 관계를 현대화시키는 일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으로 미일 양측이 ‘동맹의 현대화’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한다. 양국 정상은 모든 사안에 대해 통합대처를 위한 ‘동맹조정메커니즘’을 강화하고 상호운용성을 높이기 위한 지휘 통제 관계를 검토하기로 했다. 공동선언문에는 신흥기술에 대한 공동투자 확대 또한 명시되어 있다. 양국 정상은 경제 분야에서 미일 동맹의 우위를 공고히 하기 위하여 동지국(like-minded partners) 간 강고한 공급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양측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생명공학, 양자, AI 등 중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보호하기 위해 협력할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중국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에 대해 긴밀한 협력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중요한 화두로 삼기도 했다.

미일 동맹의 일체화? 전부는 아냐

최근 미일 관계의 핵심 현안은 중국에 대한 대응이다. 전문가들은 안보적 측면에서는 미일 간 일체화가 무리 없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만 유사시 대응 및 경제안보 분야에서 미일의 이해가 반드시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은 국제사회 흐름에 따라 2021년 미·일 정상회담에서 52년 만에야 대만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일본은 대만 유사시 미국을 지원하는 일본의 방위체제가 충실하다는 것을 보여주어 중국의 군사행동을 억제하는 것을 기본입장으로 견지해왔으나, 최근 들어 위기에 대한 대응 강도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작년 8월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방문에 반발하여 중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 낙하하면서 일본 내 위기감이 한층 고조된 상황이다.

최근 미국 CSI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 유사시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기지를 필수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지속적으로 대만 유사시 미일 간 일체적 대응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본 내 일각에서는 미군기지가 있는 일본이 최전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대화를 위한 주체적인 결정력 확보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대중(對中) 정책이 미국과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본은 대중 경제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의 대중포위망 구축 요구에 완전히 부합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이 안보적으로는 미국과 함께 중국에 전략적 경쟁 관계를 보이지만 경제적으로는 호혜적 상호의존 관계를 유지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작년 10월에는 슈퍼컴퓨터와 AI용 반도체 제조 장치에 대한 중국 수출 규제를 도입하면서 일본의 동참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 공동발표문에서는 ‘공급망 강화, 반도체 등 중요기술의 육성과 보호를 위한 협력’은 언급했지만,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된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일본 반도체 제조 장치 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일본의 반도체 제조 장치의 해외 매출은 2조9,705억 엔이며, 수출 대상국으로는 중국이 9,924억 엔으로서 가장 많은 부분(33%)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내 일각에서는 일본의 안보 정책 전환과정에서의 국내 논의 부족 및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계를 강조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분단 및 내부 경제 상황 악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 눈치 보기, 어느 발을 어떻게 뗄 것인가

미 국무부의 통합국가전략에서는 ‘미일동맹의 현대화’를 중국과의 전략경쟁에서 미국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필수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자위대의 역할, 임무, 능력 확대를 가장 우선적인 대일외교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안보 역할 확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와 관련하여 향후 ‘미일 방위 지침’ 개정 시 미일 동맹 내 일본의 역할변화, 최근 일본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미일 지위 협정’ 개정 의논의 동향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일본의 안보 정책 전환, 반격 능력 보유, 방위예산 증대 등의 변화를 일본 일국 차원에서 파악하기보다는 미일 관계 차원으로 확대하여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반도체 제조 장치의 대중 수출 규제와 관련한 미일 간 협상 추이와 일본의 대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정상회담 후 미국의 요청으로 1월 27일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간 관련 협의가 진행되었고, 미국 정부가 시작한 대중 수출 규제 일부를 일본과 네덜란드에서도 도입한다고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이 경우 일본기업의 대중 수출 중 50% 정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일본은 ‘차이나 플러스원(China plus one) 전략’을 구사하여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는 탈피하지만, 미국과 달리 완전한 탈중국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이때, 일본은 미국과 철저한 협력관계에 들어서며 중국으로부터 거의 등을 돌린 모양새다. 한국은 미국의 수출 규제로 급격히 얼어붙은 중국 시장의 여파를 지난 하반기부터 체감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문재인 정권 당시 친중 정책을 펼쳤고 이전 박근혜 정권 때는 친미·친일 정책을 견지한 외교 정책을 펼친 바 있다. 경기 회복이 필요하지만, 미국과 협조도 피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 이번 윤석열 정부는 어떤 전략적 외교로 경제위기와 안보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눈여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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