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AI 방역대’ 이동제한 이른 해제, ‘포유류 감염’ 공포는 여전

경기도 ‘전례보다 빠른 이동 제한 해제 결정’, 선제적인 방역 조치 효과 전년 대비 개체 수·자생력 증가, 지자체 ‘철새 도래지’ 방역 통했다 포유류 동물부터 인간 감염 사례까지, 조류독감 ‘팬데믹’ 우려도 제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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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경기도

경기도는 지난 1월 11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평택 육계 농가 방역대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를 20일 해제했다. 이로써 202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도 내 방역대 이동 제한 조치가 모두 해제됐다.

해제 조치는 마지막 발생 농가에 대한 세척·소독 등 절차가 완료된 후 30일이 지났으며, 방역대 농가의 사육 가금 및 환경에 대한 일제 검사 역시 모두 음성으로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이동 제한 조치 해제로 시군 승인 없이도 발생 농가 반경 10㎞ 내에 있는 평택과 화성지역 가금 농가 및 관련 축산 시설의 출입자, 차량, 가축, 생산물 등의 이동 제한이 풀리게 된다.

경기 휩쓴 조류인플루엔자, 예상보다 빠른 이동 제한 해제

경기도에서는 지난해 11월 15일 용인시 종계 농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8개 시군 11개 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이에 경기도는 발생 농가 포함 15개 농가에서 1,108만8,000마리를 처분했으며 발생 농가 반경 10㎞를 방역대로 설정하여 가축과 그 생산물에 대한 이동 제한, 정밀검사, 방역 점검, 소독 등 방역 조치를 실시했다.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이동 제한 조치는 20일부로 모두 해제됐다. 이는 시장의 예상 대비 상당히 빠른 수준이다. 하지만 경기도는 철새 북상 등으로 야생 조류에 의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위험이 아직 남아있다고 보고 4월까지를 특별 방역 대책 기간으로 정해 예방 조치를 계속할 방침이다.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는 이동 제한 해제 시기에 맞춰 경기도 전체 가금농장 578곳과 전통시장 가금판매소 63곳 등 641곳을 대상으로 2월 16일부터 24일까지 일제 검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 역시 특별방역 대책 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거점 소독시설 24시간 운영, 가금 농가 및 주변 도로에 대한 상시 소독, 가금 농가 일제 검사 등 방역 강화 조치는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종훈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장은 “축산농가와 축산시설 종사자가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을 막기 위해 차단방역에 최선을 다한 결과 예년보다 한 달 정도 빨리 가금 농가 이동 제한이 해제됐다”면서 “추가 발생을 막기 위해 기본방역 수칙을 계속해서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pexels

조류인플루엔자 차단 방역책의 효과

피해가 크게 번지지 않은 채로 예상보다 일찍 사태가 종료된 것은 차단 방역책의 효과로 풀이된다. 조류인플루엔자는 확산 속도가 빨라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피해가 급증한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 초기 대응에 실패했던 2018년에는 조류인플루엔자가 경기도를 비롯해 충북·충남·전북·전남 등 국내 전역으로 번진 탓에 양계 농가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을 막기 위한 초동 대처에 지자체와 농가가 총력을 쏟아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농장뿐만 아니라 인근 철새 도래지에 대한 관리도 필수적이다. 가금 산업에서 발생한 변이체가 자연계로 유출돼 철새를 감염시키고 이후 면역이 생긴 철새가 이동함에 따라 가금 농장으로 바이러스를 유입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남 순천의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호) 월동지에서 지난해 말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여 100여 마리를 폐사한 바 있다.

이에 각 지자체는 철새로부터 가금농장에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차단방역에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천군은 올해 많은 양의 먹이를 제한된 장소에 한꺼번에 공급하는 대규모 먹이 주기 행사를 폐지하고 먹이터를 분산하는 등 임진강 두루미 월동지에서 방역 조치를 시행했다.

그 결과 연천 임진강 일대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인 1,600여 마리의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관찰됐다. 지난해보다 월동 개체 수가 400여 마리 증가했으며 예년과 달리 민통선 바깥 임진강 일대에서도 500여 마리의 두루미가 관찰됐다. 차단 방역책의 효과로 월동지에서의 밀집도가 완화되고 자생력이 개선된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의 포유류 감염 증가, ‘팬데믹’의 공포

방역책의 효과로 국내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세는 진정되었지만, 우려는 가라앉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수달과 여우, 밍크, 곰, 돌고래 등 포유류가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포유류가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사례는 최소 200건이다.

영국 동식물보건국(APHA)이 바다표범 등 포유류 66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수달과 여우 9마리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H5N1에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포유류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거나 병든 야생 새들을 섭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류들은 포유류를 쉽게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 변이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포유류 간 감염의 증거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인간 세포에서 제대로 복제되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과 직접 접촉했을 경우 매우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전파되면서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최근 조류인플루엔자 발병이 시작된 2021년 10월 이후 H5N1 바이러스에 인간이 감염된 사례는 영국에서 1건, 중국에서 사망 1건을 포함해 총 5건이 확인됐다. 지난달에는 에콰도르에서 9세 여아가 조류인플루엔자A(H5)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년 동안 21개국에서 보고된 조류인플루엔자 H5N1 바이러스에 의한 인간 감염 사례가 약 870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 457건은 인간 신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WHO는 그동안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파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한편으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지속적인 진화 특성을 고려한 글로벌 감시의 중요성 또한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코로나19 다음으로 ‘팬데믹(사람들이 면역력을 갖고 있지 않은 질병이 전 세계로 전염·확산하는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지에도 조류인플루엔자가 팬데믹으로 번질 수 있다는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통제가 어렵기 때문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중국, 유럽, 미국, 러시아 등 세계 각지를 옮겨 다니는 철새를 따라 빠른 속도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며 분변, 공기 중 부유물 등으로도 전파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바이러스는 통제가 어려울수록 변이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포유류 사이에서 전염되거나 인간에게 쉽게 전파되는 돌연변이가 등장할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닭, 오리, 달걀 등을 섭취해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인간이 조류인플루엔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이상, 일상생활 중에도 늘 경각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죽거나 아픈 새를 만지지 않고 맹금류, 야생 물새, 갈매기 등 죽은 새 5마리 이상을 발견하면 방역 당국에 신고하는 등 개인 차원에서도 안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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