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자유특구의 지역 혁신 새바람, 한계도 분명해 개선 요구↑
규제자유특구, 매출성장률 일자리 급증 등 눈부신 발전 이뤘다 모든 특구가 발전한 것은 아냐, 지역 내 불균형도 초래해 개선안 발표되었지만 국회는 감감무소식, 지역발전 위해 논의 서둘러야
규제자유특구란 2019년 4월부터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비수도권 지역(14개 시·도)의 혁신성장과 지역 균형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신기술에 기반한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역단위로 핵심 규제를 완화하는 제도다. 규제자유특구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시도지사가 신청한 규제자유특구계획을 심의위원회와 특구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 메뉴판식 규제 특례와 규제혁신 3종 세트(규제샌드박스)등 혁신적인 규제 특례가 적용되며, 지역혁신성장사업 등이 성공할 수 있도록 재정·세제·각종 부담금 감면 등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중기부 이영 장관은 지난 1월 브리핑을 통해 규제자유특구 운영현황과 성과를 발표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현재 총 32개 특구에서 추진된 80개의 사업 중 8개가 현장 실증과 임시 허가 과정을 거쳐 규제법령 17건의 정비를 완료하고 사업이 종료됐다. 또 코로나19에 의한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 4년 동안 특구 내에서 총 4조 114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연평균 70.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매출은 연평균 36.2% 성장해 총 1,069억원을, 신규 일자리는 연평균 5.1% 상승해 3,794명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에 신규기업 105개 사 유치·신성장 제조 기반 시설 27개소 조성 등을 통해 혁신에 새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사례로 A사는 기존 가스 안전 제어 기술에 IoT 등 신기술을 접목해 가스 누출 사고 등을 자동 탐지하고 무선으로 가스를 차단·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안전 제어 제품을 개발하고자 했지만, 국내 가스 안전 관련 규정에 가스기기의 무선 제어·차단에 대한 세부 규정이 없어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A사는 충청북도에 지정된 스마트안전제어 특구에서 ‘무선을 이용한 가스용품 차단, 제어 관련 성능‧검사‧허가 기준’ 부재를 ‘가스용품 안전 차단‧제어 관련 가스 기술기준’에 무선 제어 내용 추가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해당 지역 사업자로 참여한 뒤 시제품 개발을 실증했고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이에 따라 ‘무선 기반 가스용품의 스마트 안전 차단·제어 기술 상세 기준(KGS code)’이 마련되었으며 A사는 가정용 가스 제품의 비대면 무선 검침 및 관리 서비스가 보급·확산하면 관련 신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성공 사례 이면에 위치한 여러 도시, 개발되다 말았다는 평가 많아
한편 대구 혁신도시가 위치한 곳에도 스마트 웰니스라는 의료 연구개발특구가 지정되어 있다. 혁신도시 지정에 이어 특구까지 지정된 만큼 집중도가 높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구 혁신도시는 대구 동쪽 외곽에 지정돼 도심인 대구시청까지 15㎞ 떨어져 있다. 정체도가 낮을 경우 차량으로 30분이나 소요되는 곳이기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차 없으면 살 수 없는 곳’, ‘주말만 되면 텅 비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혁신도시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공기가 좋고 조용하다는 것 빼면 장점이라고는 딱히 없는 베드타운”이라며 “교육 문제도 있기 때문에 아이가 좀 더 크면 도심에 다시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종특별자치시 역시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돼있다.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 실증 및 상용화 기반 조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제공을 목적으로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조치원읍 일원 등 총 15.23㎢에 걸친 장소에 자리 잡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일반도로(고속) 및 주거단지(저속) 자율주행 서비스 개발·운영을 목적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하고 있는 7개사(오토너머스에이투지, 컴트로닉스, AI모빌리티, 팬텀에이아이코리아, 네스원, 에이텍티앤, 한국교통연구원)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공유를 위한 기반 구축을 목적으로 입주한 2개사(세종테크노파크, LG유플러스) ▲시민 참여형 도심공원 자율주행서비스 실증을 목적으로 입주한 3개사(언맨드솔루션, 네이버통신, KT)가 있다.
하지만 세종시 자체가 대한민국 유일의 특별자치시로 지정돼 중앙행정기관을 비롯한 소속기관, 정부출연기관 등이 대대적으로 이주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이 주로 거주하다 보니 결혼난도 심각한 데다 정부 기관 외의 인프라가 발달하지 않아 퇴근 후 생활에 불편함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세종시로 여의도의 인구와 인프라가 분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러기 가족만 늘어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한 목적과 다르게 정부 주도 톱다운 방식의 특구 지정과 발전 계획이 진정한 도시발전을 이루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지역 균형 발전 위해 규제자유특구 개선 필요, 국회 논의 시급
일각에서는 규제자유특구 자체가 기업 성장과 규제 완화로 인한 기술 발전에 초점이 맞춰진 정책이라며 특구에 대한 성과 분석 시 지역 발전 정도나 인프라 확충과 연관시켜 평가하는 것은 무리한 시도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도권이 아닌 14개 시·도 지역에만 특구를 지정하는 데다 지역 균형 발전을 촉진시켜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완화하고자 하는 정부의 거시적인 기조하에 규제자유특구가 자리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끊김이 없는 지역혁신과 발전을 위해 규제자유특구 제도의 지속적인 변화가 필수적”이라며 정책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 여야의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더불어 윤석열 정부는 규제자유특구 고도화(2.0) 추진을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지방시대로의 이행에 핵심적인 역할로 변모할 수 있도록 하는 세부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선 규제자유특구의 신청 자격을 기존 광역지자체에서 기초지자체 직접 신청 등으로 확대하는 점이다. 기초지자체에 지정 수요가 있지만 광역지자체를 설득해야 하는 행정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특구 계획의 유입을 촉진하겠다는 의도다. 또 기존 2년으로 제한된 규제자유특구의 실증기간도 최대 4년까지 확대한다. 암모니아 에너지 상용화와 같은 미래 기술 분야는 실증기간이 짧아 오히려 사업 실적이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끝으로 규제자유특구 지정 이후 중도에 사업자가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특구 계획 변경 절차도 간소화해 속도가 생명인 신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한편 경기연구원은 정부의 계획 이외에 수도권 지역도 참여할 수 있는 지역특화발전특구가 규제자유특구에 비해 특례 범위가 좁아 발전이 시급한 지역에 제동을 건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경기 북부의 낙후지역을 염두에 둔 지적인데, 이 지역이 수도권에 속해 규제자유특구 지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규제혁신을 통한 지역발전 동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연구원은 해당 문제의 개선을 위한 규제특구제도 운영 개선방안으로 ▲경기 북부 접경지역을 ‘수도권 접경부 성장촉진권역’으로 신설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 ▲지역특화발전특구의 메뉴판식 규제 특례를 전면 개편해 특구 지정 신청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에 필요한 규제 특례를 직접 요청하도록 해 특례 부여의 실효성 제고 ▲지역특화발전특구와 개별법에 기반한 산업별 규제샌드박스 등 중앙정부 사업을 연계하여 특구 사업의 추진 동력 확보 등을 제시했다.
지역특구법 개정안, 여전히 답보 상태
하지만 현재 규제자유특구에 관한 문제는 제자리에 멈춰 있다. 지난해 국회에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지역특구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규제 개혁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반대로 여야 합의는커녕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규제자유특구 고도화의 핵심은 제도 진입장벽의 철폐인데 정작 규제혁신을 위한 제도 정비가 여야 간 대립으로 발목이 잡혀있다“고 일갈했다.
윤 대통령은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발전시켜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적인 반열의 유니콘 기업으로 설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지방에 실효성 있는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해 지금보다 더 발전된 상품성과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을 키울 때라는 것이다. 수도권이 과밀화할수록 그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짊어지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지역 균형 발전 촉진을 위한 법적 강제력을 부여하는 등 과밀화 해소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