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경제 규제 혁신 시도한다 “해외송금 한도 상향·외화 환전소 확대 등”
낡아빠진 1960년대 외환 규제 해소해 경제 비효율성 줄인다 외화환전 범위 증권소까지 허용, 외화차입 신고기준 상향 불필요한 기업 행정 줄여 4차 산업시대 맞는 경제 효율성 제고할 것
기획재정부에서 이르면 6월부터 증빙이 필요 없는 해외송금 한도를 연간 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은행에서만 가능하던 외화 환전을 증권사에서도 가능하도록 규제를 개편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1960년대 외환 규제 벗어나 경제 규제 혁신한다
지난 10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규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외환 제도 개편 방향성을 발표했다. 경제 규모가 성장하고 외환거래가 급증한 상황에서 1960년대에 유지했던 외환 유출 억제 및 통제를 위한 과도한 규제가 국민·기업·금융기관의 외환거래 불편을 키우는 등 경제 전반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행령·규정 개정을 통해 국민과 기업의 외환거래 불편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절차 및 업무영역 관련 규제를 우선 개혁할 전망이다. 먼저 해외송금 때 증빙서류 제출 의무와 자본거래 사전신고 면제기준을 연간 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 이내로 2배 확대해 외환거래 편의를 높인다. 또 규제체계의 ‘원칙자유·예외규제’ 전환(2단계)에 앞서 외환 건전성 영향이 적은 은행은 대부분 사전 신고를 폐지하고 사후 보고로 전환한다.
기업들의 외화 조달과 해외투자 부담을 줄이는 조치도 마련했다. 정부는 대규모 외화차입 신고기준을 연간 3,000만 달러에서 5,000만 달러로 확대하고 해외직접투자 사후 보고 절차를 대폭 간소화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 기업은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10% 이상 해외 법인 지분을 취득하는 등 해외직접투자를 하는 경우, 사전신고 외에도 수시보고와 매년 1회 정기 보고 등 사후 보고가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에 현행 수시보고 제도를 폐지하고 연 1회 정기보고로 통합할 방침이다. 외환거래 과태료 부과 기준도 바뀌어 경고로 갈음할 수 있는 자본거래 신고 의무 위반 금액 기준을 건당 2만 달러 이내에서 5만 달러 이내로 상향하고, 사전신고 의무 등 절차적 위반에 대해 형벌을 적용하는 기준 역시 자본거래는 20억원, 비정형적 지급 등은 50억원 초과로 올린다.
금융기관의 외환 서비스 경쟁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한 조치로 우선 대형 증권사의 외환업무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행 외환 법규에서는 대고객 일반 환전 등의 업무가 불가하지만 이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또 외환 전산망 직접 연결 등 인프라 구축, 전문 인력 확충 등 자격을 전제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9개 증권사의 국민·기업 대상 일반 환전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위기 시 증권사에 대한 외화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증권 금융의 외화 조달 및 유동성 공급 역량 확충을 추진한다. 이는 코로나 사태 초반 있었던 ‘증권사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청) 사태’ 등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현재 증권금융은 스와프 시장에서 외국환 중개사와의 거래가 불가능했으나 앞으로는 허용될 방침이며, 이 밖에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전용계정을 통한 추가 계좌 개설 없이도 수수료가 저렴한 은행과 거래할 수 있도록 ‘제3자 FX’도 허용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한 보완 장치를 만들어 전시 등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도 외환 수급 위기 대응이 가능하도록 대외건전성 악화 정도에 따른 ‘협의→권고→명령’ 등 단계적 조치를 도입한다.
더불어 기재부·금융위원회·관세청·한은·금감원을 비롯해 학계·법조계·업계 등 민관이 참여하는 외환제도발전심의위원회 신설하기로 했다. 이에 기재부 외환제도과에서 매년 500건 이상 맡아 하는 유권해석 업무를 해당 위원회를 통해 함께 논의한다. 또 향후 외환법 전면 개편 작업 논의도 병행한다고 발표했다. 기재부는 “‘1단계’로 명명한 이번 시행령·규정 개선 과제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완료하고, 2단계 외환법 개편방안은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해 가급적 올해 말까지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라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투자 물길 열리나? 기업 행정 낭비 줄여 효율성 제고 모색
해외직접투자는 대기업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오히려 해외 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이나, 자회사를 설립하는 법인들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자본이 나라 밖으로 나가는 만큼, 사소한 사실이 변경되더라도 금융당국에 일일이 신고해야 하는 등 해외투자 시 국내 투자와 다르게 밟아야 하는 단계들이 많다. 만일 국가에서 제시한 방법을 다 따르지 않았을 경우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실제로 스위스 현지에 자회사를 설립하려고 시도했던 A기업 대표는 지체되는 일정 탓에 현지 지원 업체와 상담을 거친 후 자회사 설립이 아닌 개인 회사 설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에 A기업 대표이사는 외국인 개인 사업자로 법인을 설립한 뒤 A기업의 자회사로 매각하는 절차를 밟고 있었는데, 금융당국에서 개인 사업자 법인 설립에 대한 건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 700만원을 부과받았다. 해당 기업은 탄원서를 넣어 억울함을 호소한 상태이지만 4달째 심사 대기 중이라는 문구만 나올 뿐 오히려 금융감독원과 주거래은행에서 각종 서류를 요청받고 있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회사 이름으로 된 외국환 거래도 정지된 상황이다.
또 다른 사례로, 국내에 거주하는 B씨가 동업자 C씨와 홍콩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외국환은행장에게 지분율 50%로 신고하고 현지법인 계좌로 2만 달러를 송금했지만, B씨가 투자를 진행하지 않아 지분율 100%를 취득하게 된 일이 있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B씨에게 신고내용과 실제 지분율에 차이를 외국환 은행장에게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7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고자 하는 기업 관계자들은 1960년대 한국 GDP와 현시점 GDP는 1인당 700달러에서 3만 달러까지 발전했으며 한국이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고 수출·입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나라가 되었음에도 정부의 외국환 거래 제한으로 사업이 방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외화를 휴대 반출해 해외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경우, 현물출자 방식으로 현지법인의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 국내 투자중개업자를 통해 상장된 해외 현지법인의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 등 은행을 통한 해외송금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여러 복잡한 서류들을 구비해 국가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외채를 안정시킨다는 명목하에, 은행을 통한 해외투자 시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번 기획재정부와 금융당국의 외환 제도 개편안이 기업의 해외투자 및 사업 발전을 촉진시킬 만한 소식이라는 점에서 대다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도래한 4차 산업혁명과 전 세계적 네트워크 발전을 감안할 때 다소 느리지만 적절한 규제 개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