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601억원 들여 마을정원·도시숲 조성” 시민들이 즐겨 찾는 ‘힐링 쉼터’ 가능할까
‘2023 정원산림’ 마을 정원 18곳, 시민정원사 150명 양성 도내 곳곳에 녹지 공간 마련 “유지관리에도 신경 쓰겠다” 문화연계사업과 일자리 창출로 “사람 없는 지역에 혈세 투입” 비판 넘어야
경기도가 올해 도내 유휴지나 자투리땅에 마을정원 18개소를 조성하고 시민정원사 150명을 양성한다. 아울러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도시숲과 미세먼지 차단숲도 조성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정원산림 시책’ 정책을 발표했다. 도는 ‘녹색공간 조성으로 생활 속 정원문화 확산’을 목표로 내걸고 601억원의 사업예산을 편성했다. 분야별로는 정원문화 확산을 통해 도민 삶의 질을 향상하고 도시숲을 조성해 탄소중립을 이루기로 했다. 또 도민휴식과 여가 활동을 중심으로 도립공원을 운영하고 지질공원도 지역 활성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할 예정이다.
도는 올해 이천, 포천 등 12개 시군에 공공형 5곳, 시민주도형 13곳 등 총 18곳의 마을정원을 조성한다. 시민주도형이란 10인 이상 마을공동체가 주체가 되어 추진하는 사업을 말한다. 마을정원은 유휴지나 환경 유해지에 정원을 조성하고 가꿔가는 사업으로,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원, 양평 등 도내 22개 시군에 82개소를 조성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조성에만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위해 정원 가꾸기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식물과 정원에 관한 전문지식을 높이고 실무능력을 이전하기 위한 인력도 양성한다. 경기도는 조경가든대학 270명, 시민정원사 150명을 육성할 계획이며 이 인력들은 학교와 복지시설, 임대주택을 대상으로 자원봉사활동과 연계한 정원관리 활동도 수행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대기 정화를 위한 녹지 벨트를 만들고 안전한 통학로와 학습 환경을 위한 숲도 조성한다. 구체적으로 미세먼지 차단숲 7.9ha, 도시 바람길숲 1개소, 서해안 녹지벨트 6.8ha, 가로숲길 44.6km를 조성하고 자녀안심 그린숲 14개소와 학교숲 21개소를 만들기로 했다. 또 복지시설 인근 녹지나 휠체어로 다닐 수 있는 숲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녹지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경기도가 관리하고 있는 연인산도립공원과 수리산도립공원에는 자연환경 해설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한다. 아울러 탐방로 정비나 주차장 조성과 같은 탐방객을 위한 안전, 편의시설도 확충하기로 했다. 또한 정원의 가치와 문화를 알리는 행사로 11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오는 10월 광명 새빛공원에서 개최된다고 도는 전했다.
설종진 경기도 정원산업과장은 “정원에 대한 도민의 관심에 부응하고 민선 8기 도정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공원녹지과를 정원산업과로 조직 개편했다”며 “언제 어디서든 정원을 접할 수 있는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적 드문 곳에 숲과 정원이 무슨 필요” vs “노인 일자리 창출과 살기 좋은 환경이 중요”
경기도는 전 세계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숲과 정원을 조성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당초 5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올해 100억원이 더 늘어 600억원대 사업추진이 구체화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기후 위기 대응은 물론 녹색 복지 구현을 함께 이뤄내겠다는 방침”이라며 “낙후된 접경지역의 경제나 관광 활성화의 기반을 구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경기도는 연인산·수리산 도립공원과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정비에 100억원대 예산을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정비의 경우 경기도, 강원도, 포천시, 연천군, 철원군 한탄강 일원의 5개 지자체가 공동사업을 추진해 경기 북부 관광사업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사람이 찾기 힘든 시골에 과도한 예산을 투입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롈로 김포시는 지난해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피로감을 덜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하성면 봉성리와 걸포동에 도시숲 2개소를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이에 한 경기도 시민은 “이미 산과 들이 많은 도시 외곽지역에 숲과 숲길을 조성할 필요가 있느냐”며 “허허벌판에 국민 세금을 들여 쉼터나 산책로를 조성하는 일이 과연 효과적인 정책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마을정원을 가꾸는 정책은 시민의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 뿐 아니라 노인 일자리와 같은 연계 사업도 추진할 수 있어 정책적 효과가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전시는 지난 2018년부터 작년까지 약 125억원을 투입해 소규모 마을정원 가꾸기, 도시숲 조성, 어린이 공원 리모델링, 미세먼지 차단숲 조성 등 마을정원 사업인 ‘대덕의 정원’을 추진했다. 이 가운데 소규모 마을정원 가꾸기 사업에서 1년마다 40명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 공원 내 화장실 청소나 환경 정비 업무를 맡겼다.
“목적과 테마 있는 숲 조성 필요” 평택 ‘한미 마을정원’이 해답될 수도
홍광표 동국대 조경학과 교수와 이혁재 한국정원디자인학회 총무이사는 ‘숲과 정원의 가치파악을 통한 숲 정원 개념의 정립’이란 논문에서 “(숲과 정원 조성사업은) 목적과 테마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저 도심이나 교외 지역에 녹색 공간을 만드는 데에서 나아가 다양한 문화를 발생시키면서 문화적 행사 개최를 할 수 있는 ‘문화가 반영된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택시가 지난해 발표한 ‘한미 마을정원’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정원문화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2021년 경기도가 공모한 ‘경기도 마을정원 사업’에서 선정된 것으로 350년 된 향나무 보호수가 조성지에 자리하고 있어 역사적인 의미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팽성읍은 미군 부대가 이전되면서 외국 문화가 혼재된 지역으로 마을정원은 한국 전통문화를 살려 문화 교류의 장소로 활용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