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미 현지서 수소시장 진출 위한 로드쇼…시장 진출 확대

화석연료의 대항마 수소연료, 한국 선두 나서기 위해 모범사례 만들 것 미주지역 최대 수소 관련 행사인 ‘수소&연료전지 세미나(HFCS)’에 주빈국 참여 공격적인 특허 신청과 사업화로 흐름에 따르는 것이 아닌 이끄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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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1월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를 통해 수소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을 업계와 공유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수소&연료전지 세미나(HFCS)에 참여해 미국 수소시장 진출을 위한 민관 합동 로드쇼(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국내 수소 에너지 정책이 세계적인 흐름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1회 수소의 날 개최, 수소경제 활성화 본격 가동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수소경제 시장 관련 종사자들은 문재인 정권 때보다 수소경제 정책 추진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윤 정부는 지난해 11월 2일, 제1회 수소의 날을 개최하고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를 통해 수소 정책 방향을 알리며 업계의 불안을 종식시켰다. 발표된 정책 방향은 전 정부의 수소 정책을 큰 수정 없이 이어받아 정책의 일관성이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전 정부에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계획을 수립하고 수소 법 제정 등 법 제도 기반의 큰 틀을 마련했다면, 윤 정부는 이 계획들을 바탕으로 수소 산업 본격 성장을 위한 실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더 큰 발전이 기대된다.

수소는 석유화학, 정유, 반도체, 식품 등 산업현장에서 수십 년 동안 사용해 온 가스이다. 이미 안전관리 노하우가 축적된 분야이기도 하며 가장 가벼운 기체로 누출 사고가 일어난다고 해도 가스구름이 생성되기 어렵고 공기 중에 쉽게 희석되어 폭발 가능성이 낮다. 한국산업안전공단과 미국화학공학회는 수소의 종합적인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가솔린, LPG, 도시가스보다 위험도가 낮다고 평가했으며, 독성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질식과 화상 위험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들은 수소의 안전성에도 불구, 여전히 안정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수소 사용에 적극적이지 않다. 수소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수용이 부족하면 수소충전소, 수소 생산기지 등의 수소 인프라 구축에 큰 걸림돌로 작용해 수소경제 이행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국내에서도 미국처럼 수소의 날을 지정하고 관련 행사를 개최해 본격적인 수소경제 정책 실행에 나서려는 것이다.

HFCS, 한국 최초 주빈국 참여, 미국과 비즈니스 협력 기회↑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수소협회(H2KOREA)는 수소 분야 수출 제고를 위해 미국 정부, 협회와 협의를 거쳐 수소&연료전지 세미나(HFCS) 개최 역사 이래 최초로 행사에 주빈국으로 참여했다. HFCS는 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북미 최대 수소 산업 관련 행사로 미국 주도하에 전 세계 70개 이상의 기업, 기관이 참여해 수소 분야 글로벌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세미나와 전시회를 통해 자사의 홍보 기회도 마련하는 비즈니스 교류의 장이다. 산업부는 지난 7일에서 9일까지 총 3일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개최된 HFCS에 참여해 미국 수소 시장 진출을 위한 민관 합동 로드쇼(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이후 수소 산업 전시회를 통해 수소 트럭 등 수소제품을 홍보하고 한-미 수소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정책 질의 및 기업 간 수소 비즈니스 협력 기회를 마련했다.

이옥헌 산업통상자원부 수소경제정책관(직무대리)이 지난 8일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미국 수소 라운드테이블 행사 참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초당적 인프라 투자법안(BIL) 등을 통해 향후 10년 이내 청정수소 1kg을 1달러에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대규모 지원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수소차·연료전지 등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다양한 수출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최근 현대차의 수소 트럭이 미국 친환경 차 사업에 선정돼 올해부터 미국에 진출하는 등 수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주빈국 대표 세션에서 전 세계 기업들과 미 정부를 대상으로 자사의 수소제품과 성과를 홍보했다. 현대차는 유럽에서 우수한 상품성을 인정받은 ‘엑시언트 수소트럭’이 미국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트럭 도입사업 등에 선정되었다고 발표했으며, 미코파워는 자사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제품인 TUCY 모델을 소개했다. SK E&S는 미 플러그파워사와 합작(SK Plug Hyverse)을 통해 아시아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고, 고려아연은 녹색 전환 사업의 일환으로 현재 호주에서 추진하고 있는 그린수소 밸류체인 구축사업을 설명했다.

산업부는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소차·연료전지 보급량을 기록하고, 가장 빠른 속도로 충전소를 보급하고 있으며, 선도적인 기술력과 보급 경험을 바탕으로 차량용·발전용 연료전지 등 제품도 수출하고 있다”며 “올해 국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구축하고, 수소 상용차를 대량 보급해 수소 발전 입찰 시장 개설을 통한 발전 분야 생태계도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수소경제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는 의지도 드러냈다. 더불어 기술력 있는 미국의 글로벌 수소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우리 기업의 수출역량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에너지 중 20% 이상 대체할 수소에너지, 한국 선두 서려면?

글로벌 경영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세계 수소 소비량은 오는 2030년 1억4,000톤, 2050년 6억6,000톤에 이르러 전체 에너지 수요의 약 2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수소경제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세계 기조는 탄소중립의 해결책이 수소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전 세계 수소시장 규모도 점차 구체화되는 추세다. 지난 2020년 기준 수소 생산 시장은 약 1억 톤 정도로 1차 에너지 시장의 1% 수준이지만, 오는 2030년에는 4%, 2050년에는 10%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8년 8월 혁신성장전략투자 방향에서 수소경제를 3대 투자 분야로 선정하고, 지난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 데 이어 2020년 12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2021년에는 수소경제를 법제화한 수소법(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도 수립하면서 수소경제 선도국으로서의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한 국가로 2019년에는 글로벌 수소차 판매 1위에 올랐다. 같은 해 발전용 연료전지도 전 세계 보급량의 40%를 차지하면서 세계 최대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정부는 수소 생산 분야에서 부생·추출수소의 과도기를 거쳐 중·장기적으로 상용 급 그린수소를 생산·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0년 4월 충남 당진은 연간 최대 2,000톤의 부생수소를 공급하는 출하센터를 구축했다. 청정에너지원인 그린수소 상용화를 위해 정부는 ▲500㎾급(국비 65억원) ▲2㎿급(국비 191억원) ▲3㎿급(국비 140억원)를 수전해 수소 240㎏/day를 생산하는 시스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2019년 세계 최초의 도심형 국회 수소충전소를 건설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수소충전소를 보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규제샌드박스,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법·제도적 제약뿐만 아니라 수용성 문제도 해결했다.

미국과 더불어 세계 최대 연료전지 발전시장인 한국은 2021년 누적 749㎿의 연료전지를 보급한 바 있다. 지난 2020년 7월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50㎿급 상업용 부생수소 연료전지발전소도 충남 대산에 준공하고, 현재까지 평균가동률 97% 수준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수소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CHPS(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에 힘입어 시장은 더 빠르게 외연을 확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국내 수소경제는 민간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이 시장 확대와 경제성 제고를 꾀하면서 추가 투자와 기업 유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모양새다. 2021년 3월 열린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에너지, 철강, 화학, 자동차 분야 등의 국내 기업은 오는 2030년까지 43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SK, 현대자동차, 포스코, 한화, 효성 등 5개 그룹과 중소·중견기업은 수소 △생산 △저장·유통 △활용 △인프라 등의 분야에 43조 4,000억원을, 이외 국내 주요 기업에서는 △그린·블루수소 등 생산에 11조원 △액화플랜트 등 저장·유통에 8조원 △발전·수소차 등 활용 분야에 23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수소차, 연료전지 등 활용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 그린수소 생산 전략 외에 대량의 수소 수입도 고려하는 중이다. 지난 50년간 세계 수소경제는 조명을 받다가도 잊히는 과정을 반복해오며 발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는 기후변화, 탄소중립, 경제 재건을 위해 신성장 동력으로 수소를 택해 본격적으로 수소경제 실현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미국이 도전하기 때문에 뒤따라 도전하는 행태가 아닌 기술력으로 승부할 수 있도록 사업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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