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기에 활발해진 전세사기, 서울시 강경 대응 나선다
부동산 침체기와 전세사기, 깡통전세로 돈 날려 울부짖는 피해자 급증 서울시, 강력 대응 나서 사전예방 및 선제 대응, 금융·법률지원 나서 전세보증보험, 잔금 당일 전입 신고 등으로 개인도 대비할 수 있어
지난달 6일 서울시는 ‘깡통전세 피해지원 및 예방대책’을 내놓은 데 이어 깡통전세·전세사기 피해자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대책 실행 속도를 높이고 추가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급증하는 전세사기, 서울시 사회초년생 도울 대책 금융·법률·사전예방·선제대응안 발표
서울시는 지난 1월 초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30억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해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최근 이른바 ‘깡통전세’ 사기 행위로 인해 서울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계약정보가 부족한 임차인의 틈새를 노린 사기 행위가 잇따르면서 보증금조차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깡통전세란, 매매가보다 전세 보증금과 집주인의 주택담보대출 금액 합계가 더 높은 주택을 말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속어처럼 쓰이고 있다. 집주인이 빚을 감당하지 못해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이 떼이게 되는 구조다. 통상적으로 전세금과 주택담보대출을 더한 금액이 주택 가격의 70%를 넘어서면 깡통 전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
서울시는 최근 집값 하락세로 인한 매매가격과 전세값 격차가 감소로 깡통 전세가 속출하고 있다며 ‘깡통전세 피해지원 및 예방대책’을 마련해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이번 대책은 깡통전세 중에서도 악의적인 전세 사기 탓에 고통받는 피해자를 도울 수 있도록 ▲금융·법률 지원 ▲악성 임대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 ▲잠재적 깡통전세로 인한 피해 예방까지 총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된다.
먼저 서울시는 ‘신혼부부·청년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을 받고 있던 가구 중 깡통전세 또는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대출상환이 어려운 가구에 최장 4년간 대출상환 및 이자지원을 연장하기로 했다. 법적대응을 준비하는 가구에는 무이자로 지원을 연장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깡통전세나 전세사기 피해가 20~30대 신혼부부, 청년 등 사회초년생들에게 집중된 점을 고려해 임대차계약 기간 또는 대출 기간 만료 시에도 소득이나 연령 등 자격요건과 무관하게 예외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지원대상은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여 임차주택의 등기부에 임차권이 설정되었거나, 임대인에 대한 전세보증금 반환소송 또는 임차주택에 대한 경매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에 한한다.
이미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소송이 개시되었거나 임차 주택이 법원경매로 넘어가 관련 절차가 진행되었을 경우에는 최장 4년간 발생하는 대출이자를 서울시에서 모두 부담한다.
나아가 악성 임대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위해 ‘전세사기 의심주택’을 모니터링하고, 피해 예방을 위한 관계부처 협업도 추진한다. 서울시는 경찰청과 의심되는 사례를 공유하고 수사 협조를 받을 계획이며, 깡통전세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신축 빌라’의 공정한 가격산정 체계를 마련해 임차인 보호에 나설 전망이다. 임대관리업자의 책임 강화를 위한 법령 개정도 추진해 더 이상 악성임대인이 나오지 않도록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세계약 전부터 깡통전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자치구·주택유형별 전세가율’에 관한 정보를 다방, R114, 부동산플래닛 등 민간 부동산 포털 앱에서도 제공한다. 서울 전역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세가율 자료를 비치하고, 시내 소재 대학과도 연계해 대학교 신입생 등 사회초년생을 위한 부동산 계약 관련 특강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2월부터 전·월세 종합지원센터 확대 운영 중, 피해 줄이기 위해 시민의식 강화도 필요
2월부터 서울시는 지자체 중 선두로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관련 종합상담을 제공하는 ‘전·월세 종합지원센터’ 운영을 개시했다. 센터는 기존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전세가격상담센터에서 제공하던 전·월세 가격상담과 분쟁조정 기능에 더해 전문적인 법률 지원 등을 추가해 막막한 시민들을 도울 예정이다.
금융 지원, 주택임대차·전세값 상담, 지역별 전세가율 정보뿐 아니라 변호사, 법무사, 공인중개사 등 전문인력이 상주해 깡통전세·전세사기로 불거진 전세보증금 반환소송, 경·공매, 임대차계약 내용 등의 전문적인 법률 상담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임대차 이상 거래 모니터링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전세사기 예방에 활용될 수 있는 전·월세 시장 지표를 추가로 개발하고 있다. 빌라 예상 분양가 등 전세거래 시 유용한 지표 개발 및 정보제공을 위한 공공 플랫폼 구축도 시작했다.
유창수 주택정책실장은 “전세사기 피해로 막막한 임차인에게 신속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더 이상 깡통전세, 전세사기로 눈물짓는 시민이 없도록 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과 함께 악성 중개업자 적발을 위한 철저한 점검도 계속해서 병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를 피하고자 시민들도 ‘전세보증보험 가입’이나 ‘잔금 당일 전입신고’등의 기본적인 대비를 해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과 같은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전세사기인 만큼, 잔금 지불 당일 전입신고를 해 우선 변제권을 갖추고 HUG 등 국가기관이 보증하는 전세보증보험 가입도 권고했다.
잔금 당일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두었을 시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세입자가 우선 변제권(대항력)을 갖출 수 있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현행법상 근저당권(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대출받는 등의 권리 행사)은 당일 즉시 효력이 발생하지만,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다음날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집주인의 재무상황에 문제가 생겨 전세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일정한 보증료를 내고 전세 보증금을 되돌려주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해놓았다면 대부분 반환받을 수 있다. 현재 전세보증보험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한국주택금융공사(HF) 세 기관에서 가입 할 수 있다. 기관마다 가입조건 및 보증료율에 차이가 있으니 가입자의 상황과 임대 조건에 맞는 제도를 활용해야 할 것이다.
개개인이 아무리 대비한다고 해도 전문적인 전세사기’꾼’들의 수법을 완전히 간파하고 대비하지는 못할 것이다. 정부 · 지자체의 관심과 전세사기 이슈에 강경 대응할 정책들은 사회초년생들이나 소위 영끌족들이 전세사기에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회복탄력성을 심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