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챗GPT와 윤석열 정부의 AI투자
챗GPT, 뛰어난 기술력으로 전세계적인 관심사로 등장 국내는 기초과학 외면, 공학 결과물만 만들어내다 기술적 격차 크게 벌어져 윤 대통령, 해외 순방으로 본 결과물 만들어내라고 예산만 배정하지 말고, 더 근본적인 기초과학 외면 문제부터 뜯어고쳐야
오픈AI에서 내놓은 ‘챗GPT’에 대한 열풍이 엄청나다. 지난해 11월 30일에 공개된 이래 2달도 지나지 않아 이용자 숫자가 1억명을 넘었다. 일반적으로 IT업계에서 사용자 100만명을 돌파하는 것이 유명세의 기준이고, 1억명을 돌파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 안착의 기준인데, 챗GPT는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세로 1억명을 돌파하는 서비스로 기록될 전망이다.
엄청난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성능 때문이다. 과거의 인공지능(AI)이 대부분 이름만 화려할 뿐, 사실상 기존의 데이터를 재가공한 상황에 지나지 않았으나, 챗GPT는 미국의 의사면허시험을 통과할 수 있고, 로스쿨 졸업시험에서 평균 C+학점을 받을 수 있는 답안지를 작성하는데다, 와튼스쿨 MBA 기말시험에서 B학점을 받을 수 있는 답안지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험적으로 사용해 본 이용자들도 간단한 요건을 입력하면 ‘그럴듯한’ 콘텐츠를 제공해준다는 답변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의 AI 이해와 한국 정부의 지원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은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에서 양자기술 발전과 글로벌 연대협력 방안 등을 모색하는 자리에서 양자 역학에 대한 각종 브리핑을 청취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기술 발전 시대를 맞아,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 기술 등의 과학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춰 국가적으로 역량 개발을 시도해야한다는 의견과 함께, 선도 기술에 적극적인 투자 의향을 내비췄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매우 초보적인 상태다. 대부분의 IT기업들은 ‘AI’라는 이름만 붙이면 투자금을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적으로 인공지능 기업임을 내세우고 있으나, 투자를 집행하는 기관들 뿐만 아니라, 그 기관들에 국민 세금을 붓고 있는 공무원들, 심지어 그 공무원들과 기관들을 감시하기 위해 배정된 대학 교수진들마저 인공지능의 기초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지난해 2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받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한 스타트업 대표는 정부 프로젝트 관련 발표 중 패널로 참석한 국내 모 대학 교수가 사업 모델을 완전히 잘못 이해한 채 엉뚱한 비판을 해 결국 정부 프로젝트에서 최종 탈락한 경험을 언급하며, “인공지능이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회사 내에 IT 개발 인력이 몇 명 있는지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불평을 털어놨다. “실제 인공지능이 고급 수학 및 통계학에 대한 이해가 필수인만큼, 해외대학에서 물리학, 통계학 등의 주요 기초 학문 전공을 한 석·박 인력을 대규모로 고용해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나, 해당 교수진을 비롯한 정책 집행 담당 공무원들은 ‘개발자 숫자’에 따라 인공지능 역량을 평가하는 터무니 없는 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챗GPT, 비슷한 서비스라도 국내에서 가능하려면?
지난 2017년에 발표된 알파고(Alpha-Go)에서 활용된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에 인간이 개입해 오차 보정을 해주는 방식의 ‘인간 피드백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을 핵심 수리적 모델로 하는 챗GPT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강화학습에 쓰인 ‘동적 최적화(Dynamic Optimization)’부터 이해해야하나, 학부과정에서 다루는 대학 및 전공 과정은 국내에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에서 AI교육을 공급하고 있는 스위스 AI대학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 중 서울대, 카이스트 등의 최고 명문대학 공학 박사 출신의 경우도 동적 최적화를 공부하지 않아 한국 학생들은 학부 2학년 및 3학년 수준의 수학을 다시 공부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해당 대학의 온라인 교육 과정을 밟고 있는 서울대학교 기계공학 박사 과정 출신의 송정훈 박사는 “박사 과정 중 들어 보기는 했으나 프로젝트 등에 바빠 엄두를 못 냈던 지식을 여기서 배우는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고, 같은 대학 컴퓨터공학과 박사 과정 출신의 안민욱 박사는 “학부는 커녕 대학원에서도 통계학 수업 한 번 들어본 적이 없어 모든 것이 새로운 탓에 매우 기초적인 질문만 던져 학교에서 눈치가 보인다”는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챗GPT의 기본 코드가 공개되면 베껴 쓰기를 하는 방식으로 유사한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할 뿐, 현실적으로 고급 수학과 통계학을 활용해 유사한 레벨의 도전을 할 수 있는 인력을 국내 교육만으로 만들어내는데는 막대한 투자금이 장기간 투입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한국 정부의 투자 방향
스위스에서 양자 컴퓨터 역량을 확인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지자 잠시 국내 학계에서도 양자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나타났으나, 현실적으로 최소 20-30년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잇따라 언급됐다.
챗GPT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업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으나, 여전히 기본적인 정보를 보여주는데서 한계를 보이고 있고, 국내는 그런 도전을 할 수 있는 기초 교육마저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는 냉혹한 현실이 조금씩 알려지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통해 해외의 고급 학문들이 가진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순방의 성과다. 그러나 국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히 정부 예산을 배정해 향후 수년 내에 유사한 서비스를 만들어 내라는 식으로 ‘책상 물림’만을 반복한다면 또 다시 ‘개발자 숫자로 인공지능 역량을 평가하는 심사관’들에게 어이없어하는 스타트업 대표의 불평불만만 들을 수 밖에 없다.
지난 수십 년간 국내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기초학문 교육부터 다시 뜯어고쳐, 국내 명문대학 공학 박사들이 해외 대학에서 학부 2-3학년 수준의 교육을 다시 받아야한다는 모욕을 듣지 않도록,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부터 다시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