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전기·가스요금 인상 대신 한전·가스공사 구조조정이 대안?
당정협의회, 전기·가스요금 인상안 보류 결정 한전과 가스공사 구조조정이 우선, 당장은 인플레 불식부터 30조 손실 이후 채권 발행으로 버티는데는 한계 있다는 우려도
국민의힘과 정부가 31일 ‘전기·가스요금 당정협의회’를 거쳐 요금 인상안을 보류하기로 합의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당정은 한전과 가스공사 누적적자가 심각한 문제에 이르렀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재확인했다”면서도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 추이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 전문가 좌담회 등 여론을 수렴해 (요금 인상을) 추후에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한전, 가스공사 부채 규모
앞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상황 악화와 잠정적 에너지 공급기반 약화, 대규모 사채발행으로 채권시장 악영향 등을 우려할 때 전기·가스요금 인상 불가피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면서도 “그러나 국민 부담 최소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정이 모두 한전과 가스공사 등의 에너지 공기업들의 재무 상황이 매우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으나, 당장 요금을 올리지는 않겠다는데 한마음 한뜻이 된 것이다.
이에 여의도 정가의 관계자들은 요금을 올리지 않더라도 결국 채권 발행 등을 통해 부족한 자금을 채워 넣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사실 현 사안은 요금을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 당장 부담을 지울 것인가, 채권 이자 납부 등으로 지연된 부담을 지울 것인가 선택의 문제에 불과한 셈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전의 지난 2022년 적자폭은 3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이런 영업 손실이 발생할 경우 회사채를 발행해 극복해왔으나, 작년 결산이 반영되는 올 3월 31일 이후에는 회사채 발행액이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의 2배를 넘지 못하도록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이 변경됐다. 정치권에서는 한전법 개정을 통해 회사채 발행한도를 최대 6배까지 늘리는 방안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중이다.
대규모 적자의 이유는?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한전의 영업손실은 21조8,342억원이었다. 3분기에만 7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전과 가스공사 등 각종 에너지 공기업들이 겪고 있는 적자의 주원인은 연료비 상승이다.
한전의 경우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가격 인상 압박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 2022년 1분기 연료비(7조6,484억원)와 전력구입비(10조5,827억원)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2.8%, 111.7% 상승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1kWh당 SMP는 지난해 4월 202.11원이었다. 지난 2021년 10월 107.76원을 넘어선 이래 가파른 상승폭을 보이다 200원을 넘어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SMP가 100원을 넘으면 한전이 손해를 보면서 전력을 팔고 있다고 판단한다. 연간 30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보게 된 것도 전기를 팔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를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요금 인상이나 채권 발행이냐
여의도 정가의 인식과 달리, 업계에서는 한국의 에너지 가격이 지나치게 낮은데 주원인이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요금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에너지 자급률이 16%에 불과한 에너지 수입국임에도 한국의 전기 및 기타 에너지 가격이 타 국가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전력 소비 비중의 55.7% (2019년 기준)를 차지하는 산업부문은 GDP 증가와 맞물려 동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의 선진국들은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2010년~2019년간 전력 수요가 감소 추세로 돌아섰지만, 한국의 에너지 사용량은 에너지 효율화에도 불구하고 증가 추세다. 미국은 0.02% 감소, 독일은 0.3% 감소, 일본은 1.8% 감소한 반면, 한국은 오히려 2.5% 증가했다.
나날이 치솟는 수입 에너지 가격과 한국 에너지 시장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한전이 모든 손해를 부담하게 되는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전기 및 가스 등의 국내 에너지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날 오전 당정이 요금 인상 연기를 발표하자 빅데이터 기반으로 본 국민 여론은 일단 긍정적인 모습이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한전과 가스공사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선행해야 가격 인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2분기에도 동결이냐는 질문엔 즉답을 피하며 가격 인상 논의가 경제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에 따라 흘러가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표현했다.
‘전기’, ‘가스’, ‘요금’ 등의 주요 키워드로 본 빅데이터 기반 국민 여론 반응은 ‘부담’, ‘경기’ 등의 가격 부담에 대한 반응(이상 녹색)과 더불어 그간 지자체 차원에서 이어졌던 지원금 기준에 대한 궁금증을 나타낸다.
한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는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힘든 것은 유럽도 마찬가지”라며 “유럽에서도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더라도 정부 보조금 방식으로 소비자 부담을 들어주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어 “한국은 한전이 막대한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재원 확보가 쉽지 않지만, 인플레이션 잡기 어려운 요즘은 채권 발행으로 위기를 넘기자는 쪽으로 내부 의견이 정리된 상태”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