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원 드는 우주산업, 정부에서 마련한 500억 우주펀드 효과 있나

민간 우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전용 펀드 조성, 정부 500억 출자할 것 황폐하던 우주산업에 투자 소식 좋지만, 산업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은 액수 우주항공청 설립이나 개정법률안 입법 전에, 정부 차원의 정확한 목표 제시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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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벤처투자에서 실시하는 모태펀드 2차 정식 출자 공고를 통해 ‘뉴스페이스투자지원사업’을 운용할 운용사를 오는 4월 3일부터 7일까지 공식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과기정통부에서 올해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정부가 우주 분야 모태펀드에 출자해 민간 우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전용 펀드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로써 자금 조달이 어려운 국내 우주 기업에 가뭄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부, 우주 스타트업에 대한 전폭적 지원 약속: 500억 규모 펀드 조성

최근 누리호 발사와 다누리 달 탐사선의 성공으로 그 어느 때보다 우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우주 스타트업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하며, 우주 경제 시대를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번에 조성하는 전용 펀드가 첫 신호탄이 되어 우주 경제 시대의 든든한 마중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해외와 달리 국내 우주산업은 이제 태동하는 단계로, 대부분의 기업이 아직은 영세하거나 신생인 만큼 과기정통부는 올해 총 1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2027년까지 5년 동안 지속적인 출자를 통해 500억원 규모 이상의 펀드를 조성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한편 올해 우주 분야 모태펀드가 최초로 출자됨에 따라 우주산업의 저변을 넓히고 다양한 기업들이 혜택을 향유할 수 있도록 주목적 투자 대상을 발사체, 인공위성뿐만 아니라 우주산업과 관련한 모든 기업으로 폭넓게 설정했다. 또 기존 모태펀드와 다르게 주목적 투자 비율도 정부 출자 비율보다 높은 60%로 설정해 우주산업 관련 기업 육성 목적의식을 강화했다. 아울러 장기적 기술개발이 필요한 우주 분야 특성을 감안해 투자 기간과 회수 기간을 5년으로 설정했으며, 신속한 투자 집행으로 투자 목표율을 달성한 운용사에게는 관리보수 추가 지급 등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할 예정이다.

조선학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대한민국 우주 경제 본격화를 위해서는 민간 우주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가 필수이며, 이번에 조성하는 펀드가 우주 경제 시대를 여는 대표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모에 많은 운용사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며, 앞으로도 과기정통부는 우주 경제 조력자로서 우주 펀드의 확대 등 우주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지원책을 지속 발굴·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 목적은 좋지만, 겨우 500억? 명확한 이해 없이 투자 안 돼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주 산업의 첫걸음마 수준인 상황에서 첫 펀드 금액을 500억원으로 계산했다는 소식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최근 우주 헬스케어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기업(보령)이 민간 상업용 우주정거장(ISS)을 건설하고 있는 미국 액시엄 스페이스에 5,000만 달러(한화 약 642억원)의 투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보령은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통해 전략적 투자안을 의결하고 민간 우주 정거장 사업의 핵심 투자자로서 향후 우주 공간을 기반으로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액시엄은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상업용 우주 정거장인 액시엄 스테이션을 건설 중이다. 향후 10년 내 해체될 예정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체할 예정이며, 2025년 첫 모듈 발사를 시작으로 우주 정거장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령의 투자 금액이 우주여행을 한 번 다녀오기도 어려운 적은 금액인데 500억원 규모의 우주 펀드가 어떻게 제힘을 발휘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현재 보령이 투자하기로 한 ISS 사업은 수십조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소형 발사체 개발 스타트업인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2016년 창업했다. 김수환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리즈 C 투자가 마무리되면 누적 500억원의 투자금이 유치되어 로켓 개발비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즉 한 개 기업에 필요한 돈으로도 500억원은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것이다.

해외 주요 우주 스타트업의 사례를 보아도 투자금은 500억원을 훨씬 상회한다. 2015년에 출범한 랠러티비티 스페이스는 3D프린트로 로켓을 제조하는 회사로, 10억 달러(한화 약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받아 생산에 돌입했다. 2013년에 출범한 일본의 아스트로 스케일 역시 총 435억 엔(한화 약 4,3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우주쓰레기를 제거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는 우주항공청 신설에 반대하며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또 과방위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조만간 우주개발 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대통령 소속인 국가 우주위원회 산하에 사무국으로 전략본부를 신설해 범부처 총괄 조정 기능을 맡기는 내용이 핵심이다. 조 의원은 “대한민국에는 아직 한국판 NASA를 조직할 수 있을 만한 연구 인력도, 운영 노하우도 없다”며 “정부의 제안보다 실제로 연구개발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계에서는 “우주항공청 출범 안이 시작부터 정치적 다툼의 대상이 되어선 곤란하며 우주 강국 실현에 가장 적합한 거버넌스 구조를 논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분명 우주 경제는 미래 한국이 발전할 수 있을 만한 도약이며 투자해야 할 분야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연구인력 조성과 우주 경제에 관한 명확한 이해가 없이는 구멍 빠진 독에 물 붓기 수준의 투자가 될 수 있다. 우주에 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가 과학계의 오랜 염원이었던 만큼 정부에서 우주항공청 설립에 관한 단계별 세부지침과 명확한 비전 발표가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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