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구직문화] ① 영·미권 인재 대비 두드러진 문해력, 집중력 저하
국내 MZ세대 문해력, 집중력이 영·미권보다 심각하게 떨어지는 수준 기업들 대부분 Z세대 채용 시 모니터링 비용 지불에 불만 많아 업무 중 스마트폰 사용 잦고 심지어 OTT 시청하는 개발자도 등장
서울 반포동에서 평생교육원 사업과 일반 IT기업을 함께 운영 중인 L씨는 한국의 MZ세대가 특별히 더 문해력이 낮다고 주장한다. 평생교육원에서 채용하는 영어권 인재들의 경우 회사 소개 글 안에 특정 부분을 찾아서 구글 검색 후 나오는 정보를 입력하라고 하면, 10명 중 9명이 정보를 입력하는 반면 한국인 MZ세대들의 경우 개인적으로 소개를 받아서 지원하는 1~2명을 제외하면 아무도 그런 정보를 입력하지 않고 기존의 이력서를 그대로 투고한다고 밝혔다.
인재 부족에 시달리다 결국 정보를 입력하지 않은 지원자를 불러 면접을 진행해봐도 회사 홈페이지를 읽어본 사례조차도 희귀할 뿐만 아니라 회사의 업무 내용을 제대로 알고 지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불만을 표현했다.
한국인 지원자들, 공고문도 제대로 읽지 않고 입사 지원
같은 사례는 한국에서 외국계 기업을 지원하는 경우에도 흔히 나타난다. 외국계 증권사에서 인턴사원 채용을 위해 모 대학 게시판에 공고를 올렸던 K씨는 지원자가 하루 내내 200명 정도 몰렸는데 정작 사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기소개서(영문 Cover letter)를 쓴 경우가 단 한 명도 없었고 일부 지원자를 선별해서 10분 정도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으나 역시 해당 부서가 하는 업무를 이해한 경우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같은 사례는 강남 일대에서 해외 유명 IT기업의 국내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M씨도 공통적으로 겪는 불만이다. 지원자들의 숫자는 많으나, 해외처럼 공고를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해보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반드시 지원 이메일에 기록하도록 해도, 10% 미만의 지원자들만 답변을 넣은 이메일을 보낸다고 밝혔다.
회사에 입사한 이후에도 내부적으로 운영 중인 대시보드의 각종 설명 내용들을 숙지하는데 다른 지역의 신입 직원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탓에 많은 경우 한국인 선임이 화면으로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시간을 쓰게 되는데, 그런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사무실 출근이 필수라고 하면 회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경우가 대단히 많았다고 밝혔다.
MZ세대 특성일 뿐, 한국인 전체로 확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국인 전체가 문해력이 크게 낮은 것이 아니냐는 반박에 인사 채용을 경험한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MZ세대의 문제라고 선을 긋는다. 40대 이상의 경력직 채용 중에도 공고문을 제대로 읽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으나, 대부분은 경력이 짧거나 업체들에서 경력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직군 출신인 경우들이 대다수라고 밝혔다. 오히려 경력이 매우 길지만 인터넷 시스템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60대 이상 지원자들의 경우 답안을 찾는데 괴로움을 겪다 회사에 전화를 하는 경우가 있기는 했어도 답안 없이 이력서를 제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 담당자들의 반응이다.
반면 지난해 8월 ‘심심(甚深)한 사과’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지루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MZ세대가 SNS를 크게 달구었던 사례에 대한 반박으로 부산대학교 김경연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과거의 잣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해력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내가 쓰지 않는 어떤 표현을 상대방이나 다른 세대가 사용했을 때 어디가, 어떻게, 왜 다른지 알려고 하는 의지나 자세가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2020년 10월 12일부터 2021년 1월 29일까지 110일간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10,4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해력 조사에서 20대의 95.3%가 최고 등급을 받기도 했다.
문제의 원인은 MZ세대의 낮은 집중력
문제의 원인은 문해력 그 자체보다 관심을 두고 읽는 집중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거처럼 한자를 주로 쓰지 않아서 한자어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것을 문해력 저하라고 일괄적으로 해석하기에는 실제로 노년층보다 청년층의 문해력 지수가 더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 임한 L씨, K씨, M씨 모두 Z세대 직원을 뽑았을 때 집중력이 더 낮은 부분이 문제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에 공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마케터로 뽑은 직원에게 홍보글을 쉽게 쓸 수 있도록 내용 정리와 필요한 자료를 보내놨더니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려 강제로 재택근무를 취소하고 사무실 출근을 명령했던 사례를 공유한 K씨는 “사무실에서 업무하는 모습을 보니 필요한 자료라고 보내준 링크는 거의 읽지 않고 내용 정리된 부분만 글로 옮기고 있는 데다 10분에 한 번씩 스마트폰을 들고 지인들과 SNS로 소통하고 있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일본 사무실에서 1년간 경력이 있다는 M씨는 “일본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해도 스마트폰 사용 금지인데 한국은 사무실에서 업무 외로 스마트폰을 당당하게 쓰는 Z세대가 너무 많다”는 의견을 냈다. L씨도 “코딩하는 개발자가 넷플릭스 화면을 켜놓은 태블릿을 당당하게 모니터 옆에 붙여놓고 일을 하고 있었다”며 “L씨가 가까이 가도 화면을 감출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저(低) 집중도’ 상태에서 일을 하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는 사고가 만연한 데다 특정 단어를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상황이 될까 봐 검색을 하는 “최소한의 양심조차 없다”며 L씨는 인원 부족으로 뽑을 때마다 채용 실패를 겪고 있어 채용 자체가 두렵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해결책은 교실에서 찾아야
교육 전문가들은 문해력, 집중력이 모자란 것은 특정 세대의 문제이기보다 내재적인 지적 역량과 교육의 결과물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어느 세대를 가릴 것 없이 꼼꼼하게 읽어보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식(識)자층’의 비율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70년대와 80년대에 학교 교육이 문해력 강화에 큰 힘을 쏟은 반면 최근 들어서는 수험 교육에만 초점이 맞춰진 데다 단순한 5지선다형 답안지에만 익숙해져 있는 것이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암기와 베끼기에 치중한 교육을 벗어나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장문의 주관식 답안지를 작성하도록 교육 구조를 개선할 것을 제안하며, 영·미권 중 에세이 형태의 답안지 작성을 중요시하는 일부 교육기관 출신의 학생들이 더 뛰어난 문해력과 집중력을 보이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도 현재의 수험 위주 교육, 5지선다형 답안지에서 답안을 고르는 교육을 탈피하지 않으면 MZ세대로 불만을 겪는 직장 상황은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