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호응에 확대된 ‘천원의 아침밥’ 사업, 막상 대학들은 ‘글쎄’ ①
농식품부, 높은 호응 받은 ‘천원의 아침밥’ 사업 확장 대학들 참여율 저조, ‘예산 부족’이 주 이유 학생들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을 먼저 챙겨야”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대한 대학교와 대학생들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사업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지원 인원은 당초 69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사업 예산은 7억7,800만원에서 15억8,800만원으로 늘리겠단 계획이다.
앞서 농식품부는 지난 13일 올해 천원의 아침밥 사업 참여 대학 41개교를 선정한 뒤 연간 식수 인원 68만5,000여 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던 바 있다. 천원의 아침밥은 아침 식사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들에게 양질의 아침밥을 1,000원에 제공하겠단 취지에서 시작된 사업으로, 학생이 한 끼에 1,000원을 내면 정부가 1,000원을 지원하고 학교가 나머지 금액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에 대한 호응은 상당했다. 사업 미참여 학교 학생들과 한정된 끼니 수로 인해 천원의 아침밥을 누리지 못한 학생들까지 아쉬움을 토로해 정부는 29일 천원의 아침밥 지원 사업 규모를 대폭 확대할 것을 지시했다. 사업 규모 확대 결정에 따라 농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내달 중 신규 참여 대학을 모집할 예정이다. 이미 선정된 대학 41곳도 원한다면 지원 학생 수를 확대할 수 있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이번 사업 확대는 최근 고물가 등 영향으로 인한 대학생의 식비 부담을 낮춰 청년 세대의 고충을 보듬고 사회진출을 지원하고 격려하기 위한 정부 노력의 일환”이라며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미래 세대의 쌀 소비를 늘림으로써 쌀 수급 균형 유지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 그 뒤에 숨겨진 ‘함정’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만족도는 상상 이상이다. 실제 지난해 28개교 대학생 5,43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답한 학생의 비율이 무려 98.7%에 달했다. 거의 100%에 육박하는 수치다. 학생들의 반응에 호응해 동문회, 기업, 지자체 등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지원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일종의 마중물로 작용해 대학 후원에 대한 물꼬가 트이는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선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오히려 대학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언급했듯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학생들이 내는 1,000원과 정부가 지원하는 1,000원 외 나머지 금액은 모두 학교 측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밥값이 2,000원 위를 웃돌면 학교는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진행하면서 재학생 수 증가 등 부가적인 효과를 창출해내지 못한다면 결국 학교 입장에선 사업에 큰 의미가 없어진다.
이와 비슷한 논조로 대학 측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명목으로 등록금을 더 인상하거나 회비를 더 받는 등 사업 취지 자체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현재 국내 대학 대부분은 등록금 동결, 국고 지원 부족 등으로 인해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21년 사립대학의 적자 규모는 1,555억원에 달했으며, 10년간 누적 적자는 무려 18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정부 사업으로 학교 측 재정난이 심각해지면 학교 측도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예산 부족에 허덕이는 대학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에선 수요가 적고 예산이 부족하단 이유로 천원의 아침밥 사업 참여 자체를 망설이고 있다. 실제 경남지역 대학 중엔 경상국립대 단 한 곳만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제대학교는 지난해 임시로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했으나 저조한 수요와 부족한 예산 탓에 시범 운영 이틀 만에 사업이 종료됐다.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됐던 시험 기간에도 학생들이 거의 찾지 않는 모습을 직접 목도하다 보니 대학 입장에선 선뜻 사업에 나서기 어려운 것이다.
대학가 자영업자들의 반대도 심하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진행될 경우 매출에 타격이 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학가 주변에서 컵밥 체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지금도 학생 식당에 밀려 매출에 타격이 큰 상황”이라며 “차라리 지원금을 상품권 형식으로 학생들에게 나눠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결과적으로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여러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대학들의 수익용 재산이 명목상 존재만 하는 땅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점도 대학의 예산 부족에 몫을 더한다. 대학의 재정적 상황은 학생들이 받을 교육의 질과 관련이 깊다. 학생들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도 좋지만, 학생들이 다녀야 할 대학의 상황을 먼저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