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에 따른 변화 반영 못하는 현행 제도, ‘국가건강검진 항목’ 재구성해야

韓 국가건강검진, 생애 전 주기 걸친 다항목 검진 구성, ‘세계 최대 규모’로 평가 英·美, ‘효율성 및 효과성’ 고려해 일부 검사항목 권고 대상에서 제외 ‘건강검진 통한 조기 치료’ 도움 안 되는 질병도 있어, 검진 항목 제도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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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구구조의 고령화가 지속되면서 주요 질환 및 사망원인이 변화함에 따라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대한 재구성 검토 요청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입법조사처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를 발간하며, 주요국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의 건강검진 항목의 적절성을 살펴보고 개선 방향을 제언했다.

1980년부터 시작된 국가건강검진, ‘세계 최대 규모’

1980년 공무원 건강검진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국가건강검진은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여러 차례 다항목의 검진을 받도록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목표질환과 대상군이 광범위하고 검진 항목도 다양한 만큼, 해외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이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비교 국가 모두 목표 질환을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심뇌혈관질환 및 만성질환으로 설정하고 검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검진방법의 경우 우리나라는 19세 이상 청년부터 X-ray 촬영과 정신건강 검진이 추가된 반면, 대부분의 국가는 40세 이상 또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20~3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데다, 결핵 발병률에 있어서는 중장년층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경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료 선진국 영국과 미국’의 건강검진 항목 선정 방법

의료 선진국의 상황은 어떨까. 대표적인 의료 선진국 미국과 영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국가성인건강검진 항목 가운데 일부를 권고하고 있지 않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은 우리나라 국가성인건강검진 항목 중 4개 항목(이상지질혈증, 신장기능 검사, 빈혈검사, 흉부 x-ray), 영국에서는 5개 항목(이상지질혈증, 신장기능 검사, 빈혈검사, 골다공증검사, 치매검사)을 효율성 및 효과성 측면에서 권고하지 않고 있다. 의학적인 근거에 기반해 권고하는 건강검진 항목은 ‘혈압·혈당측정, 비만도 측정, 우울증 검사’ 정도에 불과하다.

두 나라와의 비교 결과 역시 우리나라의 항목이 목표질환, 대상인구, 검진항목 등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이러한 차이는 진단으로 인한 낙인, 우울증 등 심리적 위해를 우려하는 경향이 해외에서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질병에 관해선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 치료가 심리적 고통에 따른 잠재적인 피해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건강검진항목의 개선 방안은?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화 및 질병의 만성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질병관리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히 20~30대에서 비만도, 혈압 측정, 우울증 검사 등을 제외할 경우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근거 부족 및 기타 검진항목의 비효율성 등 검진으로 인한 이득이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40대 이상 고위험군의 경우 튜베르쿨린 테스트가 폐결핵 질환 발견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면서 X-ray의 비효용성에 대해서도 지적이 제기됐다.

이처럼 특정층에 제공하는 검진항목에 대한 조정이 필요함에도 국가건강검진이 실시된 이래 항목조정은 전무한 상황이다. 특히 이미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검진항목조정에 대한 전문가 검토의견이 존재함에도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 것은 더욱 이치에 맞지 않다. 이를 두고 의료업 관계자는 “수검자와 검진 비용을 일부 부담해야 하는 사업자의 의견 간 괴리가 있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학적 근거와 검진기관의 수익성 사이에서 의견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검진 기관의 경우에도 검진실행에 따른 수익 및 환자로 연계되어 발생하는 진료비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되어 저항감이 상당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국가검진제도 항목 조정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운영체계의 개선 노력이 사실상 부재했다. 향후 고령화로 인한 질병의 주요 대상층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선에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항목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일차의료기관을 활용해 개인의 상태를 파악한 뒤 맞춤형 검진을 받도록 해야 한다. 또 질환에 대한 조기 치료를 유도할 수 있도록 일차의료기관을 통해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기존 만성질환 진단자의 경우 만성질환관리 제도와 연계해 중복항목은 삭제하되 검진 바우처를 활용함으로써 검진 항목을 확대한다면,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심층적 질환 관리 또한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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