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등 수도권 운행 열차 추가 도입, 혼잡도 심각 시 ‘무정차’ 통과 검토
4·7·9호선 가장 붐비는 시간대 평균 혼잡도는 무려 ‘150%’ 상회 ‘무정차’ 통과 및 타 교통수단 이용 권고용 재난안전문자 발송 검토 ‘지하철 정원 관련법 규정’ 제정 통해 또 다른 참사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정부가 수도권 전철의 혼잡관리를 통해 안전성 및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28일 밝혔다. 주요 개선책으로 지하철 혼잡도가 심각할 경우 무정차 통과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았으며, 그 밖에도 혼잡위험 상시 모니터링, 안전인력 배치 등을 통한 위기대응체계 구축과 이동동선 분리, 환승체계 개편 등을 통한 역사 내 인파관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출퇴근 시간 북적이는 수도권 지하철
노량진에서 강남권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A씨. 출근을 위해 9호선 노량진역 열차 탑승 대기소로 들어서자 그의 눈앞엔 급행과 일반 열차 대기줄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인파가 북적인다. 마침 ‘신논현역’으로 향하는 급행열차가 도착했지만, 늘어선 줄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뒤이어 도착한 열차의 상황도 마찬가지. 인파 속에 15분여를 낭비한 그는 저 멀리서 인파를 가득 태운 다음 열차를 보곤 택시를 타기 위해 승강장을 빠져나갔다.
출퇴근 시간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A씨의 상황에 공감할 것이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4·7·9호선은 가장 붐비는 시간대(8시~8시 반) 평균 혼잡도가 150%를 상회했다. 이뿐만 아니라 수도권 내 승하차 및 환승이 빈번한 신도림(21.5만 명), 잠실(18.7만 명), 고속 터미널(16.9만 명), 강남(16.5만 명) 등 역사의 혼잡도 또한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김포골드라인, 9호선 등 혼잡도가 높은 노선을 대상으로 운행간격 단축과 정차역사 조정 등의 조치가 시행되어 왔지만, 하루 평균 이용객이 매년 증가하면서 혼잡상황이 가중되는 추세다.
국토부 “수도권 전철 혼잡관리로 안전성·편의성 높이겠다”
이처럼 수도권 전철에 대해 가장 붐비는 시간대 이용자의 편의 개선과 사고 위험에 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강조됨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대책을 내놨다.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28일 인파 집중으로 인한 안전사고 방지와 보다 쾌적한 출퇴근길을 조성하기 위한 기준 개선 등 혼잡관리에 나서기로 하고, 주요 조치 계획을 크게 3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역사·열차 혼잡도의 정량적 측정·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심각단계 시 철도 비상사태에 준하는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출·퇴근 시간대 주요 혼잡노선의 인파 병목구간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혼잡도 기준에 따라 안전요원을 배치하며, 특히 올해 상반기 중으로 혼잡도가 심각한 경우 철도 운영기관이 무정차 통과 여부를 필수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업무 매뉴얼을 개정한다. 이미 런던 등 해외 주요국에선 출퇴근 시간대 일부 구간의 혼잡도가 기준치를 넘을 경우 정차하지 않는 무정차 제도를 시행 중이다.
둘째, 철도 또는 도시철도 노선을 신설하는 기본계획 단계에서 대도시권 환승역의 환승시간, 거리 등 환승편의를 선제적으로 검토해 이용자의 동선을 단축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특히 제도 시행일인 올해 5월 16일부터 수립되는 ‘철도 및 도시철도 기본 계획’부터 적용해 노선의 배치, 역사 위치 등 이용자의 환승편의에 미치는 요인을 사전에 검토하고 개선하기로 했다.
셋째, 출퇴근 시간 등 혼잡시간대 열차의 증회 및 증차를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서울 내 도시철도의 혼잡도를 고려해 9호선, 김포골드라인 등의 열차 운행 횟수를 늘리고 추가 열차를 도입하며, 대설주의보, 대설경보 등 일시적인 광역전철 이용수요 증가에도 대비해 임시열차를 투입하기로 했다.
서울 지하철 혼잡도 최대 ‘185%’
지난해 서울교통공사가 발표한 ‘도시철도 수송 실적’에 따르면 서울의 지하철 혼잡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 지하철 9개 노선 중 2021년 출·퇴근 시간대 최대혼잡도가 100%를 넘어선 노선은 무려 7개에 달했다. 혼잡도는 지하철 한 대당 표준 탑승 인원인 160명을 기준으로 실제 탑승 인원을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다. 보통 100%를 넘어서면 기본적인 지하철 탑승 인원을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위 통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자료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어 마스크 착용 의무화마저 해제된 지금, 대중교통 탑승객은 과거보다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혼잡 도우미 배치’ 등 여러 비용을 들여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의 노력이 부차적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 지하철 탑승 기준의 부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혼잡도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 사고 대다수는 ‘무리한 탑승’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현행법과 제도 어디에도 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의 관련 행정규칙에는 ‘지하철 승차 인원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 않으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서울교통공사(서울메트로)의 내부 지침이나 세칙에도 ‘승객 수나 인원 과밀에 대한 조항’은 없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수도권 전철 혼잡으로 인한 불편과 안전사고 위험성은 그간 꾸준히 제기되었으나 적절한 제도적 기반이 미흡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와 관련 부처는 또 다른 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지하철 정원 관련 법 규정을 제정하고, 철도안전기준 등에 대한 개정안을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