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수준 따라 극명히 갈리는 정신 건강 위험, 팬데믹 이후 ‘우울 증상’ 유병률 취약계층에 집중돼

코로나19로 인해 국민 절반 이상 불안·우울 경험, “메르스의 15배, 세월호 참사보다 높아” 정신 건강, 소득수준·교육 수준 등 사회적 계층에 따라 불평등 존재 홀로 사는 1인 가구일수록 정신 건강 위험도 높아, 정부 대안 마련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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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국민 정신건강 실태 조사 결과, 팬데믹으로 인해 국민의 절반이 넘는 55.8%가 불안이나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소득 등 경제적 수준에 따라 정신 건강 위험도가 극명하게 갈렸으며,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홀로 사는 1인 가구일수록 우울이나 자살생각 경험 등의 빈도가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자체와 정부는 감염병 재난으로 인한 정신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에서 멘탈데믹(mentaldemic)으로

경기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정신건강 불평등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평등하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경기연구원은 지난 2021년 3월 22일부터 이틀간 전국 17개 시·도 2천 명을 대상으로 국민의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했는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염재난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가 재차 전염병처럼 확산되어 팬데믹이 멘탈데믹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멘탈데믹은 ‘정신’을 뜻하는 ‘mental’과 ‘유행병’을 뜻하는 ‘epidemic’의 합성어로, 개인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사회 전체에 전염병처럼 유행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번 조사에서 국민 약 47.5%가 팬데믹으로 불안과 우울감을 느꼈다고 응답한 것을 보면 멘탈데믹은 올해도 현재진행형일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의 스트레스 수준을 유사한 재난상황과 비교했을 때 메르스 대비 1.5배, 경주·포항 지진의 1.4배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세월호 참사보다 높은 수준으로 주요 중증질환의 고통과 유사하다.

팬데믹 장기화가 국민 정신건강 위험도를 더욱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불안·우울감 수준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47.5%에서 불과 1년 만에 55.8%로 증가했고, 정신과적 진료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 증상 위험군은 17.7%, 불안장애 위험군은 12.7%에 치달았다. 특히 팬데믹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국민 5명 중 1명은 최근 1년 동안 자살생각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조사 당국에 충격을 줬다.

건강은 사회적 위치 따라 달라져

소득·교육 수준 등 사회적 계층에 따라 건강에도 불평등이 존재했다. 어쩌면 당연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이 말이 이번 조사에선 더없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우선 사는 동네와 소득수준에 따라 기대수명에 차이를 보였다.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기대수명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지역수준과 개인수준에서 공통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개인소득 간 기대수명 격차는 소득수준이 낮은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용인 수지의 소득 5분위 간 기대수명 차이는 1.8세인 반면, 강원도 화천군의 경우 기대수명 차이는 12.0세에 달했다.

이러한 소득수준의 격차는 정신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졌고, 특히 취약계층에 집중됐다. 소득이 가장 높은 집단에 비해 가장 낮은 집단의 우울 증상 위험은 2배 이상의 차이로 나타났는데, 월평균 가구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집단의 우울 증상 위험은 약 32.7%로, 500만원 이상인 집단(약 13.5%)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자살생각 위험 격차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났는데, 400〜500만원 미만 집단의 자살생각 위험이 6.74%로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교육수준에 따라서도 정신건강 위험도가 달라졌다. 최종학력에 따른 우울증 비중은 고등학교 졸업 이하 집단이 더 높았는데, 이런 경향은 남성에게서 더욱 두드러졌다. 반면 여성은 학력에 따른 우울 증상 위험도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팬데믹 기간 자살생각에 대한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났는데, 여성의 경우 우울 증상 위험도가 학력과 상관없이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남성의 경우 최종학력이 고등학교 졸업 이하인 집단과 대학교 졸업 이상인 집단 간 큰 차이를 보였다.

‘1인 가구, 낙인 인식등도 영향 있어, 향후 대책은

현재 한국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1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안타깝게도 홀로 사는 1인 가구일수록 팬데믹으로 인한 정신건강 위험이 더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 1인 가구 5명 중 1명은 우울 증상 위험군에 속했으며, 자살생각의 경우 1인 가구 13.5%, 2인 이상 가구 7.7%로 그 격차가 1.8배에 달했다.

아울러 팬데믹 기간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낙인 인식도 국민들의 심리적 고통을 가중시켰던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 사회에 확진자에 대한 낙인 인식이 ‘없다’고 응답한 집단의 우울 증상 유병률은 8.9%인데 반해, 낙인 인식이 ‘매우 심하다’라고 응답한 집단의 유병률은 39.1%에 육박했다.

이를 종합해봤을 때 앞으로 우리 사회는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발생에 따른 멘탈데믹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고립 문제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감염병에 대한 불필요한 편견과 공포의 확산을 방지하고, 우리 사회의 약자들과 취약계층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경기연구원이 제시한 취약계층 우선 중재 프로그램이나 찾아가는 심리지원 서비스 등이 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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