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격 폭등에 ‘난방 대란’ 현실화, 독일의 ‘에너지 가격 상한제’ 참고해야

에너지 가격 폭등 직격탄 맞은 독일 “천연가스 가격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상승” 독일, 가정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동일한 혜택 주기 위해 ‘에너지 상한제 도입’ 우리나라 지원책 대부분 소외계층에 집중, ‘불균형 해소’ 위한 법·제도적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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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회원국들에 직접 적용되는 「높은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한 긴급 개입에 관한 이사회 규정(EU) 2022/1854」을 제정하며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한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국회도서관은 이와 관련해 「독일의 난방비 지원 관련 입법례」를 다룬 『최신외국입법정보』(2023-5호, 통권 제217호)를 21일 발간하며 일반가정과 중소기업 모두에 난방비 관련 국가 지원을 대폭 늘리고 있는 독일 정부의 사례를 소개했다. 도시가스 요금 급등에 따라 에너지 위기에 처한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이 사회적 논의로 떠오르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중요한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가격 폭등독일 정부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

독일은 지난해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줄이며 가스와 전기요금이 폭등하며 에너지 위기에 처했다. 일례로 현재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해 85유로/Mwh에서 250유로/Mwh까지 상승해 미국이나 아시아보다 훨씬 비싼 상황이다. 이에 독일 정부는 현재 에너지 사용량의 20%까지 절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함과 동시에 ‘에너지 가격 상한제’ 도입을 통한 장기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에너지 가격 상한제는 전년도 기준 에너지 사용량의 70%~80%까지 제한된 가격에 에너지를 공급받는 제도다. 국회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해당 제도를 통해 평균적으로 1인 가구는 연간 320유로(약 44만 원), 4인 가족의 경우는 1,280유로(약 179만원)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가 특별한 이유는 지원 대상을 개인 또는 가정뿐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에너지 가격 폭등의 피해가 결국 모두에게 영향을 주게 되는 데다 차등 지급의 경우 지급 대상을 선별해 지급하기까지 시간과 행정력이 상당히 소요된다는 문제점 등을 고려한 정책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사진=로이터

에너지 가격 상한제도입을 위한 노력들

현재 독일 정부는 여러 방면에서 ‘에너지 가격 상한제’ 도입을 위한 법·제도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해당 제도 실행을 위한 대표적인 법률로 「에너지 가격 상한제 도입을 위한 천연가스 및 열 관련 개정법」과 「에너지 가격 상한제 도입을 위한 전기 관련 개정법」이 있다.

먼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효력을 갖게 된 「에너지 가격 상한제 도입을 위한 천연가스 및 열 관련 개정법」은 패키지 법률이다. 해당 법률은 연간 사용량이 150만 kWh를 초과하지 않는 소비자에게 제한된 가격으로 가스와 열을 공급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천연가스 및 열 가격 상한법(EWPBG)」과 더불어, 의료기관과 일반 기업에도 해당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근거를 뒷받침하는 「병원재정법(KHG)j, 「에너지산업법(EnWG)」, 「사회법전(SGB)」 등을 포함하고 있다.

위 법안과 동일한 시기 효력을 갖게 된 「에너지 가격 상한제 도입을 위한 전기 관련 개정법」도 「전기요금상한제법(StromPBG)」, 「에너지산업법(EnWG)」,「전기 기본공급 시행령(StromGW)」등을 개정하며 전기가격 상한제의 적용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4월부터는 「난방비 지원금 지급법(HeizkZuschG)」을 시행하며 주거급여를 받는 사람에게 난방비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저소득층에 대한 특별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소외계층’ 지원에만 집중하는 한국

우리나라도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독일이 취약계층을 포함한 시민과 기업체 전반이 가시적 혜택을 받도록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 정부의 지원책 대부분은 소외계층에 집중되어 있다. 정부가 내놓은 법안들을 살펴보면, 요금 경감 한도 확대 등을 내용으로 담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 대한 도시가스요금 경감지침」은 취약계층의 도시가스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개정됐고, 「에너지법」의 에너지이용권도 저소득층 등 에너지 이용에 소외되기 쉬운 국민을 대상으로 발급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발의된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적 충격에서 회복되지 못한 소상공인들에게 가스·전기요금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일반가정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에너지 관련 사업체가 대규모 흑자를 낸 점도 에너지 위기 해소를 위한 정책 마련에 고려할 사항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공사는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인 1조7,778억원을 달성하며 무려 12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그간 개발해온 해외자원이 큰 수혜로 돌아온 것인 만큼, 일각에서는 이 부분을 적극 활용해 유가 폭등에 따른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의 에너지 위기대응 지원정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신속성과 보편적 지원이다. 독일 연방의회와 연방참사원은 연방내각의 정책적 노력에 즉각 응답하듯 관련 법령을 통과시켰고, 독일 시민의 큰 호응을 얻은 에너지 가격 상한제는 국제사회에서도 에너지 위기 대응과 관련한 성공적인 법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 정부도 독일의 사례를 참고해 에너지 위기 극복과 정책 지원의 불균형 해소를 위한 법·제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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