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운하우스 쪼개기’ 막아선 경기도, 하지만 여전한 역량 부족
경기도, ‘타운하우스 쪼개기’ 방지 대안 국토부에 건의 쪼개기 사례 많은데, “불법은 아니다”? 도 대안 사유재산 침해 우려 커, ‘정책 만듦새’ 미비 또 드러나
16일 경기도가 타운하우스의 쪼개기 허가를 막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최근 들어 일부 타운하우스에 주거환경 열악 및 부실시공 등 심각한 문제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칼을 빼든 것이다. 이는 본래 50세대 이상의 주택이 모여 있을 경우 주택법을 적용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분양업체들이 ‘쪼개기 허가’를 이용해 건축법을 적용받아왔던 꼼수가 작용한 결과다.
‘쪼개기 분양’에 사기당한 사례 많아
타운하우스는 일반공동주택단지보다 작은 규모로 형성되는 소규모 주택단지를 의미하는데, 만일 50세대 이상이 모여있다면 건축법이 아닌 주택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건축법 적용을 받는 건물의 경우 입주자 보호책을 임의로 설정할 수 있고 분양가 상한제가 미적용되며 부대 및 복리시설도 임의로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주택법의 적용을 받을 경우 분양보증, 저당권 설정 제한 등의 조건이 붙고 분양가 상한제도 적용된다. 거기에 놀이터, 경로당, 관리사무소 등을 세대 규모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등 부대시설 설치·관리비가 늘어난다. 이를 피하고자 ‘꼼수 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깐깐한 주택법을 피하기 위한 분양업체의 꼼수로 피해를 보는 건 수분양자다. 지난 2021년 경기도 양주시 옥정신도시 ‘월드메르디앙 양주 옥정 라피네트 더 테라스'(라피네트 더 테라스)에 입주한 A씨는 “한 단지로 묶어 온갖 편의시설을 준다더니 다 거짓말이었다. 커뮤니티 시설, 화재·침수 대비 시설 등 아무것도 없다. 이런데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니 어이가 없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라피네트 더 테라스는 188가구 규모의 블록형 단독주택으로,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시스템에어컨·붙박이장 무상제공 ▲실거주 의무 없음 ▲계약 후 전매 가능 등 혜택을 내세우며 완판 신화를 이뤄냈다. 특히 커뮤니티 시설, 관리사무소 등을 같이 쓴다며 188가구를 한 단지로 홍보했는데, 실상은 모두 거짓이었다. 명백한 타운하우스 분양 사기다.
개별 가구 단위 타운하우스 개발 독려했던 정부는 ‘낭패’
위 사례처럼 대다수 타운하우스 분양업자들은 입주자를 모집할 때 인접한 타운하우스들을 한데 묶어 공동주택 같은 대단지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들이 ‘쪼개기 허가’를 받았다 보니 수분양자들은 주택법에 따른 보호를 받지 못한다. 특히 주택법으로 보장받아야 할 소화전, 스프링클러 등 안전 설비 의무 설치 등은 생명권과 관련이 깊어 그 문제가 더욱 커진다.
당초 블록형 단독주택은 연립주택 또는 다세대주택(타운하우스, 테라스하우스)이 건설될 수 있는 가구를 하나의 개발 단위로 공급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관리와 주택 건축을 가능케 하고자 기획됐다. 지난 2015년엔 관련 규제 완화를 통해 블록형 단독주택용지 개발을 정부 차원에서 독려하기도 했다. 당시 유근호 행복청 도시정책과장은 “규제 완화로 행복도시 단독주택 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앞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던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이에 따른 타운하우스 사기에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사기’라는 이름으로 불리고는 있으나 실제로는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행사가 법을 어긴 게 아니고 지자체가 업무를 소홀히 한 것도 아니다”라며 “결국 피해를 본 건 수분양자들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라피네트 더 테라스의 시공사 에스엠홀딩스도 법을 어기진 않았다. 단지 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얼어붙은 청약시장, 미비한 정책이 얼음물 뿌린다
가해자는 없는데 피해자만 있는 상황, 지자체는 이들의 사업을 막을 권한이 전혀 없다. 부실시공 집단 민원이 발생한다 해도 행정적인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경기도는 동일한 사업 주체가 인접한 여러 대지에 건축 허가를 받아 주택을 건설·공급하는 경우, 각각의 건설 예정인 대지의 세대수를 합산한 결과 일정 규모(단지형 50세대 이상)를 넘을 시 주택법상 부대‧복리시설을 포함하는 등의 사업계획승인을 받는 방안을 국토부에 건의했다. 인접한 여러 개의 대지에서 주택을 하나의 단지로 해 일정 세대수 이상을 건설·공급하는 경우에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적용 대상에 포함해 입주자 모집 내용 서류 등을 시장·군수를 통해 검증하는 절차도 함께 건의했다. 주택법 시행령 개정까지 시일이 걸릴 것을 대비한 비책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도의 건의 사안이 개인의 사유재산 침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계획에 따르면 주변에 일정 규모 이상의 세대가 함께 몰릴 경우 무조건 복합적인 사업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건데, 사실 내 주변에 올라오는 건물들 때문에 내 땅에서 내가 집을 짓기 어렵게 된다면 이는 개인의 권리에 대한 침해가 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정책의 미비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최근 타운하우스 등 아파트 대체 상품들은 사회적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물론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도 이유 중 하나이긴 하나, 가장 큰 이유는 위와 같은 ‘허점’들이다. 지난 1월 서울 중구 빌리브아카이브남산은 생활형 숙박시설 전용 16㎡가 3억740만원에 무피(無 Premium, 전세가와 매매가 차익이 없어 매수자가 돈을 들이지 않고 부동산을 구매하는 것) 급매 매물로 나왔던 바 있으며, 강남구 삼성동 파크텐삼성 오피스텔 전용 42㎡는 마피(minus premium, 실제 지불한 분양권의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 6,500만원이 붙은 14억9,871만원의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비(非)아파트 상품 청약시장의 분위기는 올해 들어 크게 얼어붙었다.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 미비한 정책이 겹친 결과물이다. 경기도 차원에서 부랴부랴 대책안이 마련됐으나 그마저 다소 부족한 형국이다. 미비한 정책으로 피해 보는 수분양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