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병무청 부지 ‘메낙골 근린공원’ 개발, 83년 주민 숙원 해소될까
서울시, 서울지방병무청역 인근 보행로 구축·메낙골 근린공원 시민 휴식 공간 조성 계획 발표 80년간 공원용지로 묶여 있던 땅, 해군본부·병무청 점용 끝에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실효 공원 부지 중 공원은 21.1%에 불과, 인근 주민 청원까지 불사하며 ‘공원 조성’ 주장해와
장기미집행 공원인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서울지방병무청 인근 메낙골 근린공원이 83년 만에 개발된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개최된 제5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메낙골 지구단위계획구역(변경) 및 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서울시는 메낙골 근린공원 인근의 시민 휴식 공간 부족, 지난해 5월 개통된 서울지방병무청역과 신길4동을 연결하는 보행로 미비 등의 문제를 인식하고 계획적 도시 관리의 필요성에 주목했다.
한편 서울지방병무청 부지 일대는 4만5,692㎡ 규모로 1940년 메낙골 근린공원으로 지정됐지만, 1960년대부터 해군본부 및 병무청 부지로 사용되어왔다. 인근 주민이 꾸준히 공원 시설 조성을 요구했지만 관련 개발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2020년 7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공원) 실효 대상에 포함됐다.
80년간 ‘공원’으로 묶여 있던 부지, 해군·병무청이 점용
메낙골 근린공원 부지 인근 지역민들은 꾸준히 공원 개발 및 녹지 조성을 요구해온 바 있다. 메낙골 근린공원은 1940년 조선총독부가 공원으로 결정한 부지이나, 1960년 이후 해군본부가 점용했다. 1994년 해군본부가 대전으로 이전한 이후에는 서울지방병무청 등이 해당 부지에 들어섰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조는 근린공원에 설치할 수 있는 공원시설을 일상의 옥외 휴양·오락·학습 또는 체험 활동 등에 적합한 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근린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메낙골 근린공원의 80%에 달하는 부지를 병무청, 해군복지단 등의 시설이 점용 중인 상황이다. 수십 년 동안 도시계획법에 의한 공원시설 용도와는 무관한 군사 시설과 병무청 시설로 변칙 이용되다가,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실효로 2020년 7월 1일 공원용지 지정이 해제되어버린 것이다.
타 자치구 대비 현저히 낮은 영등포구의 도시공원 면적도 문제다. 실제 서울시 전체 도시공원 면적은 10만6,615㎢ 규모이나, 영등포구의 도시공원 면적은 745㎢(0.6%)에 불과하다. 영등포구의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1.77㎡로 서초구(33.65㎡), 노원구(23.32㎡), 중구(22.31㎡) 대비 현저히 낮으며, 25개 자치구 중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메낙골 근린공원 주변은 공동주택단지가 밀집해 있어 공원 수요가 높지만, 이에 비해 공급은 매우 열악하다. 현재 메낙골 근린공원 부지 중 공원이 조성된 면적이 전체 면적의 21.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근 지역민, 오랜 기간 ‘공원 조성’ 기다려왔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실효 이후, 2021년 4월 영등포구청은 서울지방병무청 입구에 병무청 복합청사와 500세대 행복청년주택 등을 건설하고 전체 부지 5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지구단위개발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구청의 이 같은 계획은 지역민의 막대한 질타를 받았다. 1940년 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80년간 공원용지로 묶여 있던 땅에 지금 와서 아파트를 짓는다는 건 메낙골 근린공원 인근 지역민을 우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었다.
메낙골 근린공원 부지 내 녹지 조성은 지역 주민의 숙원이었다. 선거철마다 메낙골 근린공원 지정 지역구 후보들은 정당을 불문하고 메낙골 근린공원 개발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워왔다. 2014년에는 6,200여 명의 주민이 뜻을 모아 서울지방병무청 주변 시민 공원 조성을 청원하기도 했다. 주거지 인근의 녹지 조성은 지역의 생활환경과 주거·교통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서울시, 근처 보행로 정비하고 공원 조성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5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메낙골 지구단위계획구역(변경) 및 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해당 안에는 국방부 남측 부지에 도시계획시설(공원)을 신설해 동서축 보행 네트워크를 완성하는 계획이 담겼다. 메낙골 근린공원 인근 지도를 살펴보면 현재 지난해 5월 개통된 신림선 서울지방병무청역에서 신길4동을 연결하는 보행로가 없는 상황이다. 인근 주민은 역세권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교통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서울시의 이번 안에 담긴 내용대로 역과 신길4동을 잇는 보행로가 구축되면 차후 인근 주민의 이동 편의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안에는 꾸준히 문제로 지목된 메낙골 근린공원의 시민 휴식 공간 보장 계획도 포함됐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를 병무청과 국방부에서 소유·사용 중이라는 점을 감안해 특별계획구역(2개소)을 지정하고, 시민의 자유로운 활동 및 휴식 공간인 ‘시민이용공간’을 최초로 도입할 계획이다. 부지를 점유 중인 군 시설을 당장 이전할 순 없는 만큼 일부 가용 부지에 한해 공원과 시민 휴게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지금껏 메낙골 근린공원이 방치된 근본적 원인으로는 비용 문제가 지목된다. 서울시 도시공원 조례 제30조에 따르면 10만㎡ 미만의 공원은 구(區)에서 조성해야 한다. 10만㎡ 미만인 메낙골 근린공원의 조성 및 관리 책임 역시 영등포구에 위임되어 있었다. 하지만 병무청 부지 문제 해결, 공원 조성 등 복합적 문제를 구가 모두 부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실제 2014년 9월 영등포구에서 작성된 메낙골 근린공원 내 서울지방병무청 이전 및 공원 조성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총 예상 투자 예산은 2,02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번엔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기점으로 서울시가 직접 나섰으니, 메낙골 근린공원 인근 환경 개선 및 공원 조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