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라스트 마일 혁신 ‘화룡정점’ 철도 물류 수송 5년간 2배 늘리기로
국토부 ‘제2차 철도물류산업 육성계획’ 발표 KTX 특송, 상반기 내 13개 역으로 확대 수송량 50% 많은 장대화물열차 본격 도입
국토교통부의 제2차 철도 물류 산업 발전 계획은 한국의 철도 물류 산업 혁신을 위해 수립됐다. 5년에 걸친 이 계획의 목표는 운송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운송 품목을 다양화하며, 트럭과 냉장 컨테이너 등 신기술을 도입해 철도 물류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2026년까지 철도 수송량 5천만 톤을 달성하겠다는 야심만만하 목표를 세운 한국은 큰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돼있다.
철도는 전통적으로 한국의 간선 물류 시스템의 주요 운송 수단이었지만, 기존 운송 품목에 대한 수요 감소와 철도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 철도 수송량은 2010년 3,922만 톤에서 2021년 2,678만 톤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탄소 중립 시대가 다가오면서 전문가들은 철도와 같은 친환경 운송 수단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철도 물류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2차 철도 물류산업 발전계획과 탄소 중립성
김민태 국토부 철도운영과장은 “다가오는 탄소중립 시대를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이번에 마련된 육성계획을 통해 세부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 철도 물류산업이 국가 물류체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민태 과장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제2차 철도 물류산업 발전계획은 탄소중립을 뒷받침하는 지속 가능한 철도 물류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계획은 4대 전략과 분야별 10대 중점 추진과제를 통해 2026년까지 철도 화물 물동량을 2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철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도로 운송보다 약 3.8% 낮기 때문에 한국은 철도 물류에 집중함으로써 탄소 발자국을 크게 줄이고 글로벌 지속가능성 증진 노력에 기여할 수 있다.
한편 최근 들어 트럭과 냉장 컨테이너를 위한 혁신적인 철도 물류 기술이 한국의 라스트 마일 배송을 변화시키는 가운데, 철도가 국내 간선 물류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는 더 빠르고 효율적인 상품 배송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운송 상품의 다변화와 철도 운송 인프라의 개선은 철도 물류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도 물류 성장이 이커머스 대기업에 주는 혜택
이에 따라 알리익스프레스,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 대기업은 한국 철도 물류 산업의 성장과 발전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철도 물류 제공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배송 시간을 최적화하고 비용을 절감하여 고객에게 원활하고 효율적인 배송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로써 한국은 철도 중심 물류 산업으로 전환하면서 탄소 배출량 감소, 효율성 증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등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철도 물류 기술의 도입과 복합 운송 시설의 구축은 의심할 여지 없이 라스트 마일 배송에 혁명을 일으켜 전반적인 고객 경험을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운송 및 물류 부문에 대한 이점 외에도 철도 물류로의 전환은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철도와 같은 친환경 운송 수단을 우선시함으로써 한국은 글로벌 지속 가능성 노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난달 9일 알리익스프레스와 아마존과 같은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한국에서 직접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자회사인 알리익스프레스는 저가 수입 패션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을 공략하기 위해 5일 이내 특급 배송 서비스를 통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포부다. 이러한 빠른 항공 배송 혁신은 항공사 직항 네트워크를 비롯해 쿠팡과 컬리가 만든 새벽 배송 시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현지에서 주문이 접수되는 즉시 상품을 공항으로 이동시킨 후, 수입 상품이 세관을 통과하면 국내 배송업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배송할 수 있다.
사실 한국의 의류 산업은 배송 혁명의 영향을 가장 먼저 느낀 분야 중 하나다. 과거 동대문에서 대량으로 의류를 구매하던 중국 인플루언서들이 이제는 가격과 배송 혁신을 무기로 역으로 한국에서 중국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양한 중국산 전자제품을 짧게는 5일, 길게는 3일 안에 배송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 수입업체들은 가격적인 측면에서 불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깨끗해질 고속도로, 일거리 줄어들 화물업계
한국의 국내 철도 운송 혁명은 트럭 운전사와 화물 운송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잠재적으로 물류 및 운송 산업의 지형을 변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 작년에 있었던 요소수 사태는 중국의 수출 제한으로 인한 요소 부족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철도 물류의 가치를 강조했다. 철도 물류는 현재 국내 화물 운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4%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장의 여지가 크며, 이는 더 안전한 고속도로와 환경 영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경유 화물 트럭과는 대조적으로 철도 물류는 요소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 만큼 대기 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적인 운송 옵션 중 하나다. 국내 철도 네트워크는 복선 노선의 경우 98%가 전철화되어 있으며, 화물 열차 수송량의 66.5%가 디젤 기관차로 운송된다. 그러나 디젤 기관차는 요소수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철도 물류는 요소수 사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현재 철도 물류가 국내 화물 운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4%에 불과하지만, 도로 운송은 79.8%에 달하는 만큼, 철도 물류의 비중을 20~30%까지 높이면 고속도로의 여유 공간을 확보함과 동시에 모든 도로 이용자의 안전까지 강화할 수 있다.
철도 물류의 단점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철도 물류는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국의 지리적 특성상 국토가 좁고 철도 네트워크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200km를 초과하는 운송 거리에서만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철도 물류는 방문 배송을 위해 트럭이 필요한 만큼 하역과 관련된 비용도 증가한다. 한국의 철도 물류가 다른 운송 수단에 비해 시설 투자가 뒤처지는 등 거의 방치되어 온 것도 문제다. 화물 취급 역의 수는 2005년 291개에서 2019년 86개로 감소했으며, 이러한 방치는 국내 화물열차를 운영하는 코레일의 손실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코레일은 화물열차에서만 연간 2천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아울러 평택-당진항, 대산항 등 국내 주요 항만에는 철도망이 부족해 화물 운송을 트럭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헌 철도망의 부재는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수 사태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유사시 군수물자 및 병력 수송과 같은 물류 문제를 야기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이 세계 평균에 맞춰 전체 수송량의 10% 이상을 철도로 수송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럽은 이미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철도 수송 비중을 3배로 늘릴 계획을 발표한 만큼 한국도 철도의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따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철도 사업자의 운송 비용 절감을 위해 편당 수송 능력이 50% 향상된 장거리 화물열차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고속 화물열차 운행 비율을 50%로 확대하고, 컨테이너를 실은 트레일러를 별도의 하역 장비 없이 화물열차에 바로 실을 수 있는 ‘피기백’ 등 신기술을 도입해 환적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또한 신선식품 운송용 컨테이너 기술을 개발해 운송 품목을 다양화하고, KTX 이-인 등 고속열차를 활용한 특송 서비스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운송 컨테이너 표준화 추진, 자동화-무인화 기술 기반 미래 철도 물류 시스템 구축 등이 주요 내용이다. 기지국을 중심으로 신기술 도입과 시설개량을 우선 추진하고, 연결-급행선 건설 및 중장기적으로 수소연료전지-하이브리드 전기기관차 도입 전략 방안도 마련한다. 이번 계획을 통해 한국은 다가오는 탄소 중립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국가 물류 체계에서 철도 물류의 역할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