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번째 나토 회원국 된 핀란드, 발트 해역 봉쇄된 러시아

나토에 넝쿨째 굴러들어온 핀란드 군대·첨단병기, 막대한 안보 이익 가입 신청 1년 만에 승인, 75년 중립국 마감한 핀란드 러시아 강력 반발 “나토 국경으로 전술 핵무기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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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핀란드는 공식적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31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이는 핀란드의 외교 및 안보 정책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의 중대한 분기점이다. 동맹에 새로 가입한 핀란드는 집단 방위를 강화하고 유로-대서양 지역의 안보 도전에 대응하는 나토의 능력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핀란드의 동맹 가입을 환영하며 핀란드와 나토 모두 “더 강하고 안전해졌다”고 말했다. 한 미국 고위 외교관은 “핀란드는 고도로 유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토 주도 작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고 우리의 가치와 강력한 민주적 제도를 공유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핀란드는 고도로 유능한 군대, 나토 주도 작전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의지, 강력한 민주적 제도를 갖추고 있어 나토 동맹의 소중한 일원이 될 것이다. 역사적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흥미롭게도 현대 러시아의 행동이 의도치 않게 핀란드와 발트해 연안 국가들의 나토 가입과 러시아의 발트해 접근 차단이라는 러시아의 가장 큰 지정학적 공포를 초래했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려면 해당 결과를 초래한 역사적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 제국은 오랫동안 발트해에서 항로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러시아 제국은 핀란드와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을 점령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스탈린이 핀란드를 침공하고 발트해 연안 국가를 재점령한 것도 같은 전략적 목표에 따른 것이다. 또한 소련은 핀란드에 공산주의 정권을 세우는 데는 실패했지만 전후 붕괴될 때까지 핀란드가 서방에 동조하는 것을 성공적으로 막았다. 이 정책의 근거는 발트해 연안 국가들을 직접 통제하고, 완전히 중립적인 핀란드가 발트해에 대한 안전한 접근을 보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의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행동은 역사적 궤도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푸틴의 공격적인 정책,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발트해 연안 국가들과 현재 핀란드가 자국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나토 가입을 추진하게 됐다. 짜르나 소련 서기장도 달성하지 못했던 이 국가들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의 발트해 접근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이러한 상황은 푸틴의 행동이 이들 국가에 공포와 불안을 심어준 직접적인 결과이며, 러시아가 위협으로 간주하는 바로 그 동맹으로부터 보호를 요청하게 만들었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 지정학적 게임 체인저

1949년 미국, 캐나다, 서유럽 국가를 포함한 12개국이 설립한 나토(NATO)는 처음에는 소련에 대한 집단적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창설되었다. 소련이 붕괴된 후 동맹은 회원국을 확대하여 그 규모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나토의 주요 임무는 “정치적, 군사적 수단을 통해 회원국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며, 조약의 초석인 제5조에는 한 나토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국제 평화와 안보를 회복하기 위한 공동의 행동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발트해 지역의 세력 균형을 뒤흔드는 전환점이다. 핀란드는 러시아의 바로 서쪽에 위치한 이웃 국가로서 러시아와 약 1,340㎞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핀란드가 나토에 편입됨으로써 러시아가 나토와 맞댄 국경이 약 1,340㎞ 늘어났는데 이는 잠재적 전선의 증가다. 러시아에 대한 나토의 억지력도 강해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나토 확장은 러시아의 안보와 국익에 대한 공격”이라며 성토한 이유다.

국기의 날 퍼레이드 행진 중인 핀란드군/사진=Finnish Defence Forces

옛 소련에 침략당한 역사가 있는 핀란드는 군사력 증강에 힘쓰는 국가다. 국가별 군사력 순위를 매기는 ‘글로벌화력지수(GFP)’에서 2023년 기준 핀란드는 145개국 중 51위를 기록했다.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가 2022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징병제인 핀란드는 현역 군인 1만9,250명을 포함해 25만7,250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력전차인 레오파르트2,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A 등을 자랑한다. 이 같은 군사력 역시 나토가 공유하게 된다. 러시아로서는 골치가 아프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으로 나토는 동쪽 측면에 대한 동맹의 안보를 크게 강화하게 됐고 러시아의 발트해 접근을 제한할 수 있게 됐다. 반대로 러시아 입장에서는 서쪽 측면에 대한 위협이 심화됐다. 이러한 발전은 푸틴의 공격적인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푸틴은 러시아의 우위를 주장하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지만 의도치 않게 주변 국가들을 나토의 품으로 더 밀어 넣었다.

나토의 확장 1원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랫동안 나토가 유럽에서 동쪽으로 확장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다른 국가들이 나토에 추가로 가입하는 것을 막으려 노력해 왔다. 푸틴은 나토의 영향력 확대와 러시아 국경 근처의 군사적 존재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이를 구실로 삼아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다.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나토 가입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핀란드는 나토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는 비동맹국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서방이 나토 비회원국인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병하지 않자 비동맹의 위험성이 노출되었고, 핀란드는 입장을 재고하게 되었다.

1939년 소련의 침공 등 핀란드와 모스크바와의 역사적 관계는 핀란드의 나토 가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대한 여론의 지지는 25%에서 80%로 급증했다. 핀란드와 이웃 스웨덴은 러시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2022년 5월 가입을 신청했다. 기존 나토 회원국인 터키는 북유럽 국가들과의 불화로 인해 두 국가의 가입 신청을 보류했다. 그러나 핀란드의 가입 신청은 결국 비준되었고 스웨덴은 계속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핀란드가 나토 가입 이후에 가장 먼저 한 일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승인이다.

핀란드가 스웨덴과 동시에 나토 회원국 가입을 신청하면서 스웨덴의 나토 동맹 가입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0년 넘게 독립적인 군사 정책을 고수해온 스웨덴의 나토 가입 결정은 스웨덴의 역사 교과서에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헝가리와 터키는 아직 스웨덴의 가입을 승인하지 않았다. 민간인 사안인 만큼 익명을 요구한 스톡홀름의 한 관계자는 동맹국 정상들이 모일 예정인 7월에 스웨덴이 정식 나토 회원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스웨덴이 터키군과 오랜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르드 마르크스주의 분리주의 운동 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 무장 세력의 뒷배가 되어주고 있다는 주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스웨덴은 이러한 혐의를 부인하며 PKK와 연계되지 않은 다른 쿠르드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지난 1월 극우 시위대가 스톡홀름 주재 터키 대사관 앞에서 꾸란을 불태우고 반무슬림 구호를 외친 사건으로 인해 상황은 더욱 복잡해져 앙카라의 즉각적인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앙적 실패에 직면한 러시아와 푸틴

크램린 궁 행사에서 연설 후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자 당황한 푸틴/사진=러시아 방송 hoboctn 갈무리

러시아의 행동, 특히 푸틴의 지도력 아래서 벌어진 역사적 아이러니가 자못 골계스럽다. 러시아 제국과 소련이 핀란드와 발트해 연안 국가들을 지배하게 만든 바로 그 목표, 즉 발트해에 대한 접근권 확보가 이제 자칭 제국의 후계자의 행동으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 러시아의 공격적인 정책으로 인해 이들 국가는 나토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이전 러시아와 소련 지도자들이 지배 중인 상황이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일이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약 800마일의 국경을 공유하고 있어 나토 회원국 가입은 동맹의 동쪽 측면 안보를 강화하는 데 매우 큰 기여를 할 전망이다. 핀란드는 현재 러시아와 국경을 따라 주둔하는 나토 병력이 필요하지 않지만, 나토 가입을 통해 800마일 국경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되어 향후 전략 또는 안보 목적으로 추가 병력을 배치할 수도 있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의 발트해 연안 국가들도 모두 나토 회원국이며 러시아 또는 가까운 동맹국인 벨라루스와 국경을 공유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는 러시아가 핀란드 섬을 자국 영토에 대한 공격을 위한 기지로 점령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왔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이들 국가에 대한 추가적인 보호를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우려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대응하여 러시아는 자국 영토의 서쪽과 북서쪽에서 자체 방어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는 핀란드 내 나토 배치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며 핀란드의 가입에 대응해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진행된 핀란드의 나토 회원국 가입은 유로-대서양 지역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나토와 모스크바 간의 지속적인 긴장을 심화시키고 있다. 핀란드와 나토가 세계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가운데, 이 국제적 이벤트가 핀란드의 발전과 지역 안보 및 지정학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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