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배한 여론조사 불신, 하루빨리 개선돼야

여조 기관 난립, 2017년 등록제 시행 이후 50% 이상 증가 근 5년 사이 여론조사 결과 위반행위 적발 건수 117건 전문성 강화해야, 한편으론 더 음지화된다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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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여론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프랑스,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에서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공적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 여론조사에 대한 규제가 처음 도입되었고, 2010년에는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가 설치됐다. 프랑스에서는 ‘여론조사의 공표와 전파에 관한 법률’을 통해 여론조사의 실시 및 공표에 대해 규제하고 있으며, 캐나다에서는 개정된 캐나다 선거법에서 선거 여론조사의 보도 및 공표에 대해 규제하고 있다.

공적 규제에도 장점이 있지만, 많은 유럽 국가를 포함한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유럽 여론 및 마케팅 협회(ESOMAR)와 국제상공회의소(ICC)가 개발한 시장 및 여론조사에 관한 국제규범(ICC/ESOMAR)을 통한 자율 규제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 협회(AAPOR)의 조사 원칙도 ICC/ESOMAR 강령과 유사하며, 두 강령 모두 △투명성 △양질의 조사에 대한 헌신 △정보 제공과 같은 원칙을 꼽고 있다.

선거 여론조사의 전문성과 신뢰성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많은 공천이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전문성과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극단적으로는 여론조사 발표를 금지시키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정치권이 여론조사 기관의 전문성을 위해 하루빨리 법 개정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아무나 간판 거는 수준

선거와 여론조사는 불가분의 관계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여론조사를 통한 공천이 상당수 이뤄졌고, 내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 역시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언뜻 여론조사가 공정한 공천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여론조사 업체들은 투명성과 양질의 조사 등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여론조사협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여론조사 기관의 등록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 기관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공표하려면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기관 현황이 무질서하게 운영되고 있어 유권자들의 회의와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여론조사 단체는 91개에 달한다. 이 중 소규모 단체의 경우 자동응답시스템(ARS), 임의번호걸기(RDD) 등 비용이 저렴한 방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왜곡된 결과를 초래하고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에 연구보고서는 여론조사원에 대한 인증 의무화, 여론조사 시스템의 최소 요건 명시, 실적 및 매출 기준 상향 조정, 등록 취소 의무화, 여론조사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권고하고 있다.

선거 여론조사의 신뢰성과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등록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등록 요건이 지나치게 낮은 탓에 조사 품질이 의심스러운 기관이 난립하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는 최소한의 공인 분석가 수, 여론조사 시스템의 최소 사양, 수익 기준 강화 등 등록 기준을 상향 조정하면 신뢰할 수 없는 여론조사 결과의 유포를 방지하고 유권자의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분석전문인력 요건: 사회조사분석사 2급 또는 관련 업체 경력 2년

지난달 27일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거 여론조사 기관의 등록 요건과 관리·감독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상근직원 5명 이상(전문가 3명 이상 포함), 조사시스템, 10회 이상 여론조사 결과 등을 갖추도록 하는 등 등록 요건을 법률에 명시해 여론조사 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내용이 골자다.

아울러 부실한 여론조사 기관의 설립을 방지하기 위해 등록 기관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 및 교육 의무를 부과하고 허위·부정 등록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각각 3년, 5년 동안 재등록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아가 여론조사 기관이 1천만원 이상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 이를 공개하도록 하여 경각심을 높이고 투명성을 제고하도록 했다. 이형석 의원은 선거 여론조사가 정치 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록제도가 법에 따라 엄격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이형석 의원 주장대로라면 전문인력을 3명이나 모아야 하는 만큼, 이 점이 해자로 작동해 ‘기존 회사들끼리 해 먹기’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조사분석사 2급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는 한 수험생의 말에 따르면 “2월에 필기를 쳤고  4월 말에 실기 시험 2차례 예정인데, 이거 합격한다고 뭐가 되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전문성에 의구심이 드는 자격증”이라고 토로했다.

선거 여론조사에 대한 혁신 요구

급변하는 정치 환경과 진화하는 유권자 행동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선거 여론조사의 혁신이 요구된다. 고급 데이터 분석, 인공 지능, 소셜 미디어 감정 분석 활용과 같은 새로운 방법론은 여론조사 기관이 보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선거 예측을 생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최첨단 통계학적 방식을 수용함으로써 여론조사 기관은 민의를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선거 여론조사의 품질과 신뢰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여론조사 기관들이 각 국가 내에서 그리고 국제적으로 협력하고 지식을 공유해야 한다. 이는 전문가들이 여론조사 방법론의 최신 발전 사항을 논의하고 공통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 협회, 컨퍼런스 및 워크숍의 설립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

한편 대중이 선거 과정에서 여론조사 기관의 역할과 한계를 이해할 필요도 있다. 유권자들에게 여론조사의 실시 방법, 목적, 잠재적 오차범위에 대해 교육하면 기대치를 관리하고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오해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중 인식 캠페인, 교육 리소스, 미디어 파트너십을 활용하여 정확한 정보를 전파하고 일반 대중의 여론조사 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정치 환경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여론조사 기관은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여론조사 기관은 새로운 트렌드, 인구통계학적 변화, 유권자 행동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파악함으로써 방법론을 개선하고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예측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또한 선거 여론조사의 신뢰성과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론조사 기관은 규제 준수부터 혁신적인 조사 방법 개발까지 다양한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등록 기준을 높이고,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며, 협업을 촉진하고, 대중을 교육함으로써 여론조사 기관은 유권자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기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궁극적으로 선거 과정의 무결성에 기여하고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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