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 세급체납액·선순위보증금 공개 의무화 “전세사기 반드시 막는다”
임대차계약 체결 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선순위 임대차 정보와 납세증명서 제시하도록 의무화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이 임대인에게 고지되기 전 임차권등기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개정 이번 정부 들어 전세사기 예방 위한 대책 대거 발표 “진작 제도 정비했어야”
정부가 임대차계약 체결 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선순위 임대차 정보와 납세증명서를 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사실상 임대인의 은행 대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제도적 노력이 착실히 이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전세사기 피해 방지 위한 임대인 검증 철저히
법무부는 지난 30일 전세사기 피해 방지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임대인의 정보 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과 임차권등기 신속화 방안 등이 새로 포함됐다.
개정법에 따라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해당 주택의 선순위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 및 보증금 등 임대차 정보와 국세징수법·지방세징수법에 따른 납세증명서 등을 임차인에게 제시해야 한다. 이때,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 전 임대인이 위 정보 열람에 동의해주면 임차인이 각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앞선 제시의무를 대신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임차인들은 임대인이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선순위 임대차 정보나 미납·체납한 국세·지방세 등이 있을 때를 대비해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특약사항을 체결하는 것이 유리하다. 가령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표준계약서에 따른 특약사항을 기재한 경우 고지받지 못한 선순위 임대차 정보 및 임대인의 체납 사실 등이 밝혀졌을 때 임대차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전세사기를 예방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임차권등기명령 결정 고지 전에도 ‘임차권등기’ 이뤄진다
아울러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이 임대인에게 고지되기 전에도 임차권등기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임차권등기명령제도는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에게 단독으로 임차권등기를 마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유롭게 주거 이전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다.
개정 전에는 법원의 결정이 임대인에게 고지되어야만 비로소 임차권등기가 가능했다. 특히 임대인의 주소불명이나 송달회피 또는 임대인 사망 후 상속 관계 미정리 등으로 임차권등기명령 송달이 어려운 경우,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를 할 수 없어 거주 이전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에 따라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이 고지되기 전에도 임차권등기가 이뤄질 수 있게 함으로써 임차인의 대항력·우선변제권 및 거주이전의 자유가 보장되고,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 보호 또한 한층 강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법원 결정을 기다리다 전세금 포기하는 세입자들이 대다수였다”며 “이번 개정이 시행되면 임대차계약 만료에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문제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도 안착하도록 계도에도 신경 써야
올해 들어 정부는 전세사기 근절을 위한 대책을 속속 제시하고 있다. 먼저 지난 2월 상습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악성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국토부에서도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과 피해자 지원 후속 조치 등을 연달아 내놓았다. 특히, 지난달 27일에는 전세사기 방지를 위해 정부와 국내 5대 시중은행이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해당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심사 과정에서 담보 대상 주택에 부여된 확정일자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정부가 이토록 전세사기 예방과 피해 지원에 힘쓰는 이유는 최근 집값 하락세로 매매가격과 전셋값 격차가 감소해 ‘깡통전세’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에 활용된 주택 유형은 신축 빌라나 다세대 주택가가 대부분이다. 이들 대부분 주변과의 시세 비교도 어렵고,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거나 아예 매매가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전세사기범들은 이러한 특징을 이용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부동산을 매매하는 이른바 ‘갭투기’ 수법을 사용해왔지만, 이를 제재할 어떠한 제도적 장치도 없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보증보험 제도를 악용한 전세사기 등은 사실상 전부가 판을 깔아줬기에 가능한 사기”라며 “진작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했는데 지금이라도 정부가 손을 보기 시작해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전세사기는 제도적 장치의 미흡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토부 등 정부도 이제는 어느정도 이를 인정하고 강경한 대응책을 내놓으며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는 듯 보인다. 다만 정부는 향후 개정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제도가 안착하여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임대인 의무 검증을 강화하는 등 법 관리와 계도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